글·인하대병원 폐암센터 류정선 소장
[쿠키 건강칼럼]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가 암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폐암은 여러 암 중에 암 사망을 초래하는 1위 질병으로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불린다. 발병률에서는 4위인 폐암이 사망률에서는 1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1. 우리나라 암 사망 및 원인 질환= 2008년 한해 동안 6만8912명이 암으로 사망했는데, 이중 21.5%에 해당하는 1만4791명이 폐암으로 사망했다.
또한 2007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폐암환자는 1만7846명으로 전체 암 중 발병률 4위를 차지했다. 성별로는 남자가 1만2841명이 발생해 2위를, 여성에서 5005명이 발생해 5위를 각각 차지했다. 우리나라 폐암 발병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 병기에 따른 폐암 치료 효과= 폐암은 이미 진행된 병기로 진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 경우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어, 폐암으로부터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폐암은 초기 병기에 진단받으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1병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5년 생존 가능성 70% 이상이지만, 진행돼 3, 4병기에 진단된다면 치료를 받더라도 5년 생존 가능성 10% 이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폐암환자의 75%는 이미 진행된 3기, 4기(말기)로 진단되고 있는 실정이다(대한폐암학회, 2005년).
◇3. 폐암 사망을 줄이고자 시행되는 노력들= 폐암 사망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로는 우리 사회에서 활발히 시행되고 있는 금연 정책, 국내외 유명 제약업체의 폐암 치료제 개발 노력 등을 꼽을 수 있다.
△금연 정책= 흡연이 폐암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는 기초 아래 금연 캠페인, 사회제도 개선 등으로 흡연율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성인 남자 흡연율이 40%선에서 정체되고 더 이상 감소하지 않아 금연 정책의 효과가 한계에 도달한 것은 아닌지 의문시되고 있다.
△암 치료제 개발= 폐암을 좀 늦게, 다시 말해서 진행된 병기로 발견해도 확실히 완치시킬 수 있는 치료제(항암제)가 개발된다면 폐암 공포로부터 해방될 수 있지만 이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4. 폐암에 대한 우리나라 국가 암 조기검진 프로그램 및 일반 검진 프로그램의 현 주소= 폐암이 우리나라 국민 암 사망률 1위의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암 조기검진 프로그램에서 지원하는 5대암 검진에는 폐암은 빠져 있다. 국가 암 조기 검진 프로그램이란 5대암(위, 간, 대장, 유방, 자궁 경부암)의 조기 발견을 목적으로 의료급여 수급자와 건강보험 가입자 하위 50%에 해당하는 국민에게 이들 5대암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검진비용 전액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이 프로그램으로 암이 발견되면 치료비도 일부 지원하고 있다.
일반 검진프로그램에서는 검진 대상자가 검사 항목을 스스로 선택해 할 수 있도록 돼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예를 들어 비흡연자라도 폐암의 발병을 걱정하는 경우 본인이 원하면 저선량 CT를 시행하기도 하고, 폐암 발병 고 위험군인 흡연자라도 본인이 모르거나 원하지 않으면 저선량 CT를 안 하는 경우가 흔한 것이 현실이다. 폐암의 조기발견을 위해 매년 규칙적으로 검사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생각날 때 하고, 생각이 안나면 안하고…’하는 것이 현실인 셈이다.
◇5. 저선량 CT를 이용한 폐암 선별검사의 유효성 입증= 한국 시간으로 지난 11월5일 미국국립암센터는 저선량 CT로 폐암 사망률이 20% 감소된다는 ‘NLST’(National Lung Screening Trial)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연구비를 지출했던 임상시험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폐암에서 조기검진이 유용함을 밝힌 최초 보고로도 의미가 있다.
△NLST 연구= 폐암 발병 위험이 높은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이 있는 55~74세의 과거 혹은 현재 흡연자 5만3464명을 대상으로 3년 동안 매년 저선량 CT를 시행하는 군과 흉부 방사선 촬영을 시행하는 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이 두군 간 사망률 차이가 있는 지 알아봤던 연구다. 지난 10월 최종 집계된 결과 흉부 방사선 촬영을 시행했던 군에서 442명이 폐암으로 사망했으나, 저선량 CT를 시행했던 군에서 354명이 사망해 저선량 CT가 폐암 사망률을 20.3% 감소시킨다는 것을 최초로 증명했다.
이에 미국국립암센터는 연구 세부사항이 정리되는 대로 수개월 내에 학술지에 투고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유명 언론 매체들에서 즉시 보도됐다. 연구결과가 논문으로 출판되기 이전에 Press Release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이것은 이 결과가 미칠 파장의 중요성을 감안해 미국 국립암센터에서 내린 결정으로 생각된다.
◇6. 제안= 정부의 보건복지 정책 측면에서 폐암 발병을 줄이고자 금연 정책의 지속 및 효율성 개선을 위한 노력은 지극히 당연하고 중요한 것이다. 금연의 중요성은 당연히 강조돼야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중 성인 남자 40% 이상이 현재 흡연을 하고 있고, 과거에 흡연을 한 국민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적어도 60%선에 이를 것이다. 이들이 폐암의 발병 위험에 노출돼 있고, 이를 걱정하고 있다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 자체라 할 수 있겠다.
이들 폐암 발병 고위험군에 속한 국민에게 저선량 CT를 매년 규칙적으로 시행한다면 폐암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또한 일반 국민에게 폐암에 있어 누가 발병 고위험자 인지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으며, 흡연을 하지 않는 사람이 폐암을 걱정해 저선량 CT를 촬영하는 것은 폐암 조기진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알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국민의 건강 및 소중한 생명을 위해 저선량 CT를 이용한 폐암 조기검진이 국가 암 조기검진 프로그램에 포함돼야 하며, 병원에서 시행하는 검진 프로그램에도 이를 포함시켜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성인남자 과반수가 폐암 발병 고위험군이라는 우리 현실과 폐암이 미치는 환자-가족의 불행만 아니고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에 대한 분담 측면에서 적절할 것으로 생각한다.
고위험군에서 언제, 어떻게, 어떤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우리 현실에 맞는 적절하고, 효율적 프로그램 개발 및 제시가 필요할 것이다.
폐암도 국가암조기검진및 일반검진에 포함해야
입력 2010-12-07 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