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이전 음주, 뇌세포 파괴 심각…지능↓ 중독성↑

입력 2010-12-06 14:11
수능·연말까지 이어지는 청소년 음주 심각

[쿠키 건강] 지난 11월에 치러진 수학능력시험 당일, 경찰이 집중 단속을 했더니 단 2시간 만에 음주와 흡연을 한 청소년 2700여 명을 적발해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시험을 마친 청소년들이 흥청거리는 연말로 이어지는 이 기간 동안, 홀가분한 마음에 음주와 흡연이 더욱 가속화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11월 청소년건강관리행태 통계에 따르면 중1~고3 청소년 절반 이상(56.1%)은 음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들의 음주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양의 알코올이라도 청소년의 신체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신체 주요 장기 및 뇌, 신경계 등에 피해가 더 커, 학습장애와 성장장애,불안과 우울 증세 등의 문제가 생기니 성인이 된 이후에 적정 음주량을 지켜 음주하도록 해야 한다.

다사랑병원 김석산 원장은 “청소년들은 성장단계에 있기 때문에 음주하면 장기 손상이 더 심하고 특히 뇌세포 손상으로 기억력과 사고능력이 저하되는 등 학습장애 문제가 일어난다”고 말하고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음주 예방 교육 및 상담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수능이 끝난 예비 성인뿐만 아니라 알코올을 접하는 청소년들의 건강에 대해 짚어본다.

◇청소년 시기 음주가 평생 건강 좌우

청소년건강관리행태 조사에 따르면 첫 음주 나이는 평균 13.2세였으며 최근 한 달 간 1잔 이상 음주 한 청소년은 21.1%에 달했고, 음주 경험자 셋 중 한 명은 1회 평균 소주 10잔 이상(여자 소주 5잔) 마신 고위험 음주자로 나타났다.

특히 음주 청소년 중 최근 일년 동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또는 어울리기 위해 술을 마셨거나 혼자서 술을 마신 경험,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술을 줄이라는 충고를 들은 경험, 술을 마시고 기억이 끊긴 경험 등의 문제 음주율은 40%에 달한 것으로 조사돼 청소년들의 음주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능력 떨어지고 알코올의존증 5배 위험= 알코올은 위, 췌장, 간, 심장, 혈관, 뇌, 신경조직 등 인체 거의 모든 조직에 피해를 끼친다. 더군다나 청소년의 신체에는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뇌 발달장애다. 뇌의 신경세포는 16세 경에 완성되는데, 중학교-고등학교 때 음주를 하면 뇌세포가 손상되기 쉬우며, 이로 인해 기억력, 사고능력 등이 저하되어 학습장애가 생긴다. 또 성장호르몬 분비도 억제되어 발육 부진과 피부 노화를 가져오기 쉽다.

뿐만 아니다. 15세 이전부터 음주를 하면 성인이 된 후 마신 사람에 비해 알코올의존증이 될 가능성이 5배나 높다는 연구도 있다.

급성 알코올 중독도 우려된다. 자신의 적정 주량을 모르는 채 급하게 먹을 경우 만취상태가 되어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으며 심하면 사망에 까지 이른다. 매년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수 명의 신입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바로 그런 예다.

△알코올로 인한 일탈과 폭력 우려= 신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문제도 크다.

최근 미국신경과학회의 연구에 의하면 “청소년기에 술을 많이 마시면 스트레스 호르몬을 조절하는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알코올이 정상적인 뇌의 연결 작용을 영원히 망가뜨려 우울증과 불안을 일으키고, 감정 장애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청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음주 후 불안증세가 높아져 폭력이나 사건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8.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은 뇌기능에 이상을 일으켜 평형감각과 방향감각, 판단력 등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음주 후 사고 발생도 쉽다. 운동기능 이상으로 넘어지거나 부딪쳐서 다치기도 하고 판단력 손실로 절도, 성추행, 음주운전 등의 사고도 일으킬 수 있다.

불안과 우울 증세가 있는 청소년의 경우 음주로 인해 삶의 의욕을 상실하여 비관주의에 빠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음주 상태에서 충동적인 자살 시도를 할 수도 있다.

◇청소년, 음주 대신 운동이나 취미생활로

수능이 끝난 수험생은 시험으로부터의 해방의 기쁨을 즐기기 보다는 대입 혹은 취업 후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또 그간 공부 때문에 미뤄왔던 취미생활과 운동에 몰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갑자기 주어진 여가시간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유혹에 더 흔들릴 수 있으니 취미생활, 운동, 문화생활 등으로 여가를 보내도록 계획한다.

고민이나 진로상담 등은 혼자서 풀려고 하지 말고 친구나 부모, 선생님들과 상의할 수 있게 한다. 사춘기 시기인 만큼 어른들이 먼저 아이와 얘기하고 고민을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변인과의 상담이 어렵다면 청소년 상담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가정내의 환경도 중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의존증 환자 자녀들은 그렇지 않은 자녀보다 알코올의존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4~8배 높다고 한다. 쌍둥이와 입양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알코올의존증 가정의 자녀들이 알코올에 더 많이 의지한 것으로 보아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모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시기는 질풍노도 방황의 시기이기 때문에 어른들의 세계 혹은 유혹에 호기심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부모들은 자녀에게 알코올이 신체에 미치는 피해, 청소년 음주의 불법성, 정서적 영향 등 음주에 대해 확실히 교육시켜야 한다. 또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 되는 만큼 자녀 앞에서의 음주도 자제해야 한다. 더불어 대중매체 또한 아이들에게 영향력이 크니 음주 장면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 주류광고는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