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 이홍기 센터장
[쿠키 건강] 지난 10월 8일, 건국대학교병원에는 임상시험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신약과 신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연구하는 임상시험센터는 난치성 질환의 치료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건국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의 첫 수장을 맡게 된 이홍기 센터장(종양혈액내과 교수)을 만나, 계획과 포부를 들어보았다.
Q. ‘임상시험센터’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생소하게 여기실 것 같은데요, 임상시험센터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요?
“임상시험센터는 병원에서 실시되는 다양한 임상시험들이 잘 수행될 수 있도록 이를 지원하는 전담 센터입니다. 임상시험은 주로 신약과 신의료기술이 개발된 후, 해당 약물과 의료기술이 사람에게 안전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 치료 효과는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연구하는 것입니다. 임상시험센터는 이러한 임상시험이 보다 체계적이고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하고 필요한 부분을 적극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동안 각 진료과와 센터별로 산발적으로 임상연구와 임상시험이 실시되었고, 임상시험을 전담하여 지원하는 시스템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건국대학교병원에도 임상시험센터가 문을 열게 되면서, 신약, 신의료기술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시설과 장비, 전문인력, 운영시스템을 통해 실질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Q. 그렇다면, 병원에서의 임상연구는 왜 중요한가요?
“병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기본적인 역할은 ‘환자 진료’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의학 발전을 이루고 환자에게 더욱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병원과 의료진의 연구 역량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새로운 의료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병원의 중요한 역할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의학은 서양에서 발달된 의학을 그대로 들여와서 답습하는 수준이었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우리의 의학 수준과 기술도 이제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가 병원의 가장 전통적인, 작은 의미의 의료라고 한다면, 임상연구는 보다 선진화되고 적극적인 치료의 개념입니다. 새로운 의료기술을 개발하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 병원과 의료진이 꼭 해야 하는 역할이며, 의료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연구와 임상연구가 필요합니다.”
Q. 건국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는 어떠한 방향으로 운영해나갈 계획입니까?
“궁극적으로는 우리 병원 임상시험센터도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특성화하고 전문화된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선은 우리 병원 의료진들이 어떠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지, 어떠한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많은 의료진들이 임상연구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실제로 연구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적극 지원해주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연구를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운영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지요.”
“그렇다면 건국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도 점차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고, 그 성과에 준하여 특성화할 수 있는 부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저는 젊은 의료진들이 임상시험 분야에 적극 도전하고 참여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5년 후, 10년 후 우리 병원을 이끌어나갈 젊은 의사들이 임상시험과 연구에 열정을 쏟아야 장기적인 발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의학자 양성은 곧 한국 의학의 미래이므로,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편적으로는, 젊은 의사들이 해외 연수를 갈 때에도, 임상시험을 비롯한 임상 연구를 하게 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Q. 최근 병원에서는 ‘진료’와 함께 ‘연구’의 역할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연구중심병원과 임상시험센터가 상호 연계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연구중심병원은 과거 ‘진료’라는 하나의 방향에서 ‘진료’와 ‘연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두 가지 방향으로 눈높이를 맞춰야 합니다. 특히 연구중심병원은 병원 운영진의 정책방향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비해 임상시험센터는 보다 연구와 직접 관련된 세부적인 사항을 지원하는 역할입니다. 즉, 관리자가 머리라면, 임상시험센터는 손과 발이 돼야 하는 것이지요. 연구중심병원과 임상시험센터 모두, 의료진들의 연구 환경 조성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연구중심병원과 임상시험센터는 병원이 ‘진료와 연구’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좇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료진 스스로 연구의 중요성을 느끼고 연구 의욕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정부에서도 그동안 기초의학을 비롯한 BT 분야에 많이 투자해왔고, 점차 효율성이 높은 임상의학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고 하는 추세입니다. 같은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약, 신의료기술 개발과 같은 임상연구에 관심을 돌리게 된 것이지요.”
Q. 아직 우리나라는 임상시험센터의 역사가 길지 않습니다. 외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임상연구의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금까지의 임상연구는 선진국이 독차지하는 분위기였고, 우리나라가 그 틈에 끼어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다국간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적었어요.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선진국의 임상연구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었고, 연구진들의 의욕이 상실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다국간 임상시험이 활발히 이루어지게 됐습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고, 연구 절차를 철저하게 지켜 외국에서 진행되는 임상연구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좋은 평가를 통해 우리도 외국에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지요. 그래도 미국과 몇몇 유럽국가가 아직 의료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그들의 임상시험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 인프라 구축을 제대로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임상시험센터가 문을 열고 운영을 시작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습니다. 국내외 타 병원 임상시험센터와의 공동연구는 어떻게 이뤄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현재에도 학회를 통해 다기관 연구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아직 다국간 임상연구는 참여가 부족했습니다.”
“타 병원 임상시험센터와의 공동연구가 이뤄지는 다기관 연구에서는 타 기간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하되, 연구를 주도적으로 이끌 힘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주시험자(Principle Investigator)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시험자 역할을 어디서 많이 하느냐가 그 기관의 연구 능력과 직결이 되는 것이지요.”
“결국 우리의 연구 역량을 키워야 공동연구에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병원 내에서도 훌륭한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운영시스템 마련, 전문 시설과 설비 도입과 운영, 연구 지원 인력을 포함한 전문 인력 확충을 이뤄내야 합니다.”
Q. 임상시험센터의 초대 센터장으로서 포부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간략히 말씀해주십시오.
“우리 병원이 작지만, 강한 병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진료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왔지만, 연구 측면에서 아직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우리 병원에서 임상연구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의료진이라면, 그 사람이 희망을 갖고 연구에 매진하고 자신의 뜻을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있는 힘껏 지원하고 싶습니다. 병원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기대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인터뷰] “진료와 연구, 이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습니다”
입력 2010-12-02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