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형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병원의 상징은 의사와 간호사다. 의사는 사람에 따라 좀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간호사는 그렇지 않다. 늘 환자 곁에 있으면서 환자의 세세한 것까지 챙겨주고 돌봐주는 어머니 같은 존재다.
그런데 요즘 병원에서는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비상이다. 간호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간호사들이 병원근무를 기피해서다.
간호사 대다수는 병실에서 근무하는데 이 근무가 3부 교대다. 하루 8시간씩 맞교대를 한다. 아침근무팀은 오전6시~오후2시, 낮근무팀은 오후2시~오후10시, 밤근무팀은 오후 10시~다음날 오전6시까지인 것이다.
그렇다고 아침근무팀이 일년 내내 아침근무만을 하는 것도 아니다. 낮근무팀이나 밤근부팀과 바꿔줘야 한다. 아침근무팀일 때는 집에서 새벽 5시에 나와야 하고 밤근무팀이 되면 밤 9시에 출근해야 한다.
근무가 계속 바뀌니 출·퇴근이 일정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쉬지 못한다. 공휴일에도 병원에는 입원환자가 있기 때문이다. 쉬기는 쉬지만 남들이 쉬는 날 같이 쉬지를 못한다.
그래도 결혼 전에는 틈틈이 자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데이트도 할 수 있었지만 결혼하면 달라진다. 결혼 후 자기 부인이 밤에 근무하고 새벽에 퇴근하는 것을 남편들이 반길 리가 없다. 근무시간과 쉬는 날이 일정치 않으니 친구를 만나거나 모임에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거기에 아이라도 생기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다른 워킹맘도 그렇지만 결혼한 간호사들은 특히 애를 누가 아예 맡아서 키워주지 않는 한 육아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40년 전 독일에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대거 이주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고 취업이민이 어려운 미국에서 이민 가기 가장 쉬운 직종이 간호사인 것도 모두 같은 까닭이다.
우리도 한국말이 서툴고 피부색이 다른 간호사를 만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김형규 칼럼] 간호사를 구합니다
입력 2010-11-30 1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