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밤은 깊었는데 우리 아이는 왜 안 잘까? 힘들게 재워놨는데 갑자기 깨서 울면 어쩌라는 걸까? 직접 아이 키워본 사람만이 공감하는 육아의 어려움, 그 한가운데 ‘아이 잘 재우기’가 들어 있다. 특히 돌 전 아이들은 장부 발달이 미숙하고 예민해 재우기가 힘들고, 조금만 환경에 변화가 있어도 금방 깨서 울기 때문에 더 고달프다. 잘 자는 것은 아이 건강과 성장의 기본. 한밤 중 자다가 깨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아이가 충분히 잘 수 있을지 서초 함소아한의원 신동길 대표원장에게 물었다.
◇서늘하게 재워야 쿨쿨 잘 잔다
신동길 원장은 “잘 자던 아이가 갑자기 깨서 우는 원인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열’ 즉 더운 기운”이라고 설명했다. 더운 기운은 외부와 내부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외부부터 이야기하자면 ‘자는 환경’이 덥기 때문이다. 지금은 겨울이라 바깥 온도는 춥지만 실내난방이 과도해 한 겨울에도 실내에서 반팔을 입고 지내야 할 정도로 더운 집들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자는 방의 온도가 높아서 잘 때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자면서 땀을 많이 흘려 깨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이불의 두께를 얇게 하고 온도를 약간 서늘하게만 해줘도 아이의 잠을 다시 붙들어 맬 수 있다.
◇심장에 쌓인 열, 순환시키는 것이 관건
더 중요한 건 아이 몸속에 쌓인 내부 열이다. 열이 심장에 쌓인 것을 ‘심열’이라고 하는데, 아이가 활동할 때 생긴 열이 잘 풀어지지 않고 뭉쳐 있거나 심리적 긴장감이 쌓여 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심열이 쌓이면 잘 때 유독 땀을 많이 흘리고, 깨서 안아주면 더 크게 울며 울음소리가 높고 예리하다. 또한 변비가 있거나 소변이 붉은 색을 띠기도 하며 낮에 놀 때도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경향이 있다. 신 원장은 “심장에 몰린 기운을 전신으로 돌려야 하는데, 한방에서는 이럴 때 생지황, 감초를 넣은 도적산 등의 처방을 써서 열을 빼고 기운의 순환을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모두 잠드는 시간, 위에도 휴식을 주자
비위기능이 좋지 않은 아이가 잘못된 식습관을 갖고 있어도 속열이 쌓여 밤잠을 방해하는데, 한방에서는 이를 ‘식적’(食積)이라고 한다.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아이가 달고 짜고 매운 음식을 즐겨 먹거나 폭식, 야식을 자주 하면 소화되지 못한 노폐물이 쌓여 열을 만들고 기운의 순환을 방해한다. 특히 자기 바로 직전에 음식을 먹으면 자면서 쉬어야 할 위가 계속 일을 해 열이 생긴다. 비위의 기운이 상하면 밤낮이 바뀌거나 잠을 설치는 횟수가 늘어나는데, 자다가 엎드려서 울거나 밤새 자다 깨며 울었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따라서 잠자리 들기 두 시간 전부터는 물 외에 음식을 먹이지 말고 야식, 폭식 등을 삼가야 한다.
한방에서는 소화기 기운을 보강하고 속을 편하게 하는 평위산 등의 처방으로 치료한다. 평위산은 위를 편안하게 한다는 뜻으로, 소화액이 많이 나오도록 해 소화를 도울 뿐 아니라 복부에 찬 가스를 몸 밖으로 빼주는 역할을 한다. ‘사백산’ 처방은 만성식체로 인해 기침이 오래된 경우에 효과적이다.
◇예민하고 소심한 성격도 잠 못 자는 원인 된다
그 외에도 예민하거나 소심한 아이가 낮에 무서운 것을 보았거나 깜짝 놀랐던 경우, 새로운 환경을 접해 충격을 받은 경우에도 자다가 자지러지게 울기도 한다. 간혹 부모에게 꾸지람을 듣거나 또래와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도 그렇다. 이때에는 심리적 안정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한데, 평소 부모와 따로 자는 아이라도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준다거나 책을 읽어주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과도하게 예민한 아이는 한방에서 심과 담의 기운을 강화시키는 처방을 쓰기도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Tip. 아이 잠 쌔근쌔근 재우는 방법 5가지]
①잘 때 실내온도는 20~24℃가 적당해요
②잠들기 직전 텔레비전, DVD 등은 안돼요
③폭식, 과식, 야식 삼가요
④긴 낮잠은 밤잠 방해원인이 되므로 줄이세요
⑤돌 이후 아이 밤중 수유 끊어요
자다 깨서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 ‘속열’ 있다?
입력 2010-11-24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