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아이 주치의] 뚱뚱한 아이, 살 빼면 알레르기가 좋아진다?

입력 2010-11-22 07:32

[육아 달인도 헷갈리는 면역력에 대한 궁금증 15가지 (7)]
글·김정신 서대문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요즘 아이 건강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면역력’. 면역력이 약해지면 감기 같은 바이러스 질환에 걸리기 쉬울뿐더러 걸렸을 때도 잘 낫지 않고 잦은 병치레로 성장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면역력에 대한 중요성은 알지만 어떻게 해야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지 잘 모르는 것이 사실. 2010가을, 면역력에 대한 궁금증 15가지를 함소아한의원 원장의 도움으로 알아본다.-편집자주-

[쿠키 건강칼럼]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09학년도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에 따르면 전체 초중고생 8명 중 1명이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실에서도 소위 덩치 좋은 초등학생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런 아이들은 특히 코막힘이나 재채기 등 알레르기 비염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심한 아이는 변비가 있기도 하다. 도대체 비만과 알레르기가 무슨 관계일까?

◇비만, 몸속에 장마처럼 습과 열 만들어

한의학에서는 코막힘, 재채기, 변비 등의 증상은 물살, 즉 습담(濕痰)이 몸에 많이 생겨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습담이란 한자 그대로 ‘습기’와 ‘노폐물’이다. 즉 습한 곳에 이끼가 끼는 것처럼 물살이 많이 찐 아이일수록 몸 안에 노폐물이 쌓이기 쉽다. 이렇게 쌓인 노폐물은 기운 순환을 방해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몸 안에 열기를 만들어낸다. 게다가 몸 안의 지나친 체지방은 아이에게 지방으로 된 담요를 입힌 것 마냥 몸속에 열이 더욱 쌓이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여름 장마철을 상상해보라. 눅눅한 더위는 불쾌지수를 높이고 곰팡이를 불러온다. 이처럼 아이들 몸속에도 습열이 있으면 코막힘, 재채기 등 염증이 떨어지질 않는 것이다.

◇습담 제거, 오장육부 활력 찾아 알레르기 호전돼

습담으로 기운이 정체되고 찜통 같은 열기가 생기면 가장 영향을 받는 장부는 바로 ‘폐’다. 폐는 오장(간장·심장·비장·폐장·신장) 가운데 맨 위쪽에 위치해 오장을 덮고 있는 뚜껑처럼 생겼다. 몸속에서 습한 열기가 생기면, 그 열기를 그대로 받아 ‘코’라는 연통을 통해 몸 밖으로 내보내는 환풍기 역할을 한다.

몸속이 더워질수록 ‘폐’는 열기조절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연통역할을 하는 ‘코’가 항상 코막힘 등으로 문제가 있으면 열 조절이 원활하지 못해 몸속에 열기가 쌓이고 폐는 더위에 지친다. 이것이 심해지면 폐와 짝꿍인 대장에도 열기가 전해진다. 대장이 더위를 먹고 지치면 설사와 변비가 교대로 나타난다.

이런 이유로 뚱뚱한 아이의 몸에서 불필요한 노폐물이 없어지면 단순히 몸만 가벼워지는 게 아니라 알레르기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폐를 괴롭히던 습담이 제거되면서 폐가 제 기능을 되찾는 것이다. 더군다나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해하던 체지방을 덜어주는 것은 아이가 덥고 있던 담요를 벗겨주는 것과 같은 작용한다. 이는 아이의 열 조절 능력을 높여줘 시원해진 몸속 상태로 인해 폐도 대장도, 나머지 오장육부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땀나는 운동과 햇빛, 체중 조절 위한 보약

성장기 아이에게 무턱대고 살 빼는 약을 처방할 수는 없다. 아이의 체중 조절은 어른의 체중 조절과 달라야 한다. 더군다나 아이는 어른보다 대사속도가 훨씬 빨라 체중 조절도 쉬우므로 더 늘지 않게만 관리해줘도 키가 크면서 체형이 잡히는 경우가 많다.

살집이 있으면서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라면 속열을 심하게 만드는 튀긴 음식(치킨, 돈까스, 도너츠 등)과 정제된 음식인 삼백식품(백미, 백설탕, 백밀가루)등을 삼가야 한다. 특히 자기 전 2~3시간 공복시간을 유지해 장을 비우는 작업을 해주는 것이 좋다.

운동과 햇빛은 체중 조절을 위한 보약이다. 특히 습담을 빼기 위해서는 약간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40분 이상 지속해 주는 것이 좋다. 땀을 흘려야 습담이 조절되기 때문에 땀을 흘리지 않는 운동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햇빛을 최소한 1주일에 2시간 정도는 쬐도록 해주자. 날씨 좋은 날을 골라 햇빛아래서 엄마와 아빠가 함께 산책을 한다면 즐겁게 운동하면서 아이 몸을 가볍게 해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