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16일 부산에서 한 중학생이 컴퓨터게임 하는 것을 나무란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 같은 범죄가 일회성이 아니라 게임중독 증상을 보이는 청소년들에게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중독 환자를 치료하는 일선의 전문가들은 게임중독은 이미 사회적인 문제이며 유사한 사건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을지대병원 소아정신과 황준원 교수로부터 게임중독과 그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정신적 퇴행
게임중독에 빠지면 나이보다 행동 등이 미숙해지는 ‘퇴행’ 현상을 보인다. 이는 어른들이 아프거나 사랑에 빠졌을 때 어린아이처럼 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존속살해라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중학생의 경우 게임중독으로 퇴행이 진행된 상태에서 자신과 가까운 사이인 어머니를 대상으로 이 같은 일을 저질렀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사건이 일어난 가정은 결손가정으로 아이와 어머니의 관계가 다른 가정에 비해 더욱 가까웠을 가능성이 높다.
◇무조건 말린다고 해결 안돼
아이들이 게임에 빠졌을 때는 이를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대안을 제시해주는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게임 말고 할 게 없는데 무조건 게임만 하지 말라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임상에서 보면 아이들이 방과 후 학원을 가기 싫다고 했을 때 다른 대안 없이 학원을 가기 싫으면 가지 말라고 방치한 상황에서 게임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학원을 가지 않고 남는 시간에 할 일이 없는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악기를 배우거나 부모와 놀이 시간을 가지는 등의 방법으로 남는 시간에 할 일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게임 시간보다 집착여부가 중요
게임중독 여부는 게임을 하는 절대 시간보다 게임에 집착하고 조절하지 못하느냐를 가지고 판가름한다. 게임중독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학교생활을 제외한 여가시간 약 7~8시간의 절반 이상을 게임을 하는데 허비한다. 인터넷중독 예방캠페인 등에서는 하루 2시간 이상 인터넷 등 게임을 하지 않기를 권하고 있다.
게임중독 치료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 우선 부모와 자녀 관계가 온전하고 게임중독 현상이 일시적인 경우라면 컴퓨터를 압수하거나 사이버키핑을 걸어놓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게임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중독 증세가 심각한 경우에는 입원 치료 등도 고려해야 한다.
또 초등학생은 ADHD, 중학생은 우울증의 후유증으로 게임중독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해당 질환을 치료하면 게임중독 증상이 개선되기도 한다. 게임중독도 다른 정신과 질환과 마찬가지로 단기간의 치료로 성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치료효과가 미미하더라도 꾸준한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회의 관심이 필요
문제는 게임중독에 빠진 아이들을 치료현장까지 데려오는 것이다. 게임중독에 빠진 아이들이 경우 이미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무너진 경우가 많아 부모들이 자녀를 설득해 치료현장으로 끌어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때는 사회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게임중독에 빠진 아이들은 위 사건의 중학생처럼 무단결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무단결석의 이유가 게임중독으로 나타났을 때는 사회가 적극적으로 치료에 개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게임중독 치료를 받는 동안 학업을 계속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홈스쿨링이나 사이버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
도움말: 강남을지병원 소아정신과 황준원 교수
게임중독 중학생이 엄마 살해… “방치하면 계속된다”
입력 2010-11-17 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