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복지 신경쓴다더니…복지예산 3조8415억 불용

입력 2010-11-17 10:42
최영희의원, “서민예산 편성 후 미 집행은 국민을 속이는 것”

[쿠키 건강] 정부가 서민복지에 각별히 신경쓴다고 했지만 사실은 허울뿐인 허풍에 불과했다. 지난해 복지분야 예산 불용액이 3조8415억이나 됐기 때문이다.

17일 최영희의원(민주당·보건복지위)에 따르면 정부가 대통령 시정연설을 통해 2011년도 서민희망예산 32조를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지난해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복지분야 예산 불용액이 급증했다.

최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등 10개 정부부처로부터 08년~09년 복지분야 예산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세계적 경제위기였던 지난해 복지분야 예산은 추경포함 80조4151억원으로 2008년대비 11조5,975억원이 증가했으나, 불용액은 오히려 2조4360억원 늘어난 3조841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복지분야예산 중 4.8%에 달하는 것이며 08년에 비해 무려 173% 증가한 금액이다.

최영희의원은 “예산편성 때만 되면 정부가 ‘복지예산 사상최대’라고 주장하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예산을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앞에서는 그럴듯하게 하고 뒤로는 정부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또 “불용액 대부분이 실질적 서민예산이라 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에 집중되는 등 지난해 세계적 경제위기로 서민생활 안정과 일자리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는 정부의 설명이 무색할 지경”이라고 비난했다.

구체적 불용예산을 살펴보면 주로 일자리 안정 및 확대예산인 고용노동부의 2009년 불용액은 2조202억원(09년 총 불용액의 52.6%)으로 복지예산 편성 10개 정부부처 중 가장 많았으며, 실업증가에 따른 60일 추가지급을 위한 연장급여 6,666억원과 고용유지지원금 1358억원, 구직급여 2016억과 비정규직전환지원금 900억, 신규고용촉진장려금 547억원 등이었다.

또한,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서민예산이 대부분인 보건복지부는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예산이 포함된 기초생활보장예산 1,576억원과 긴급복지예산 413억원, 한시생계구호 예산 694억원 등 총 6369억원을 집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 의원은 “경제위기로 지난해 추경예산까지 편성했던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서민안정 등 복지분야 예산을 집행하지 않은 것은 돈이 있어도 4대강에 퍼부을 돈은 있어도 국민에게는 안 쓰겠다는 것 아니냐”며 “서민예산이라는 장밋빛 구호보다 예산을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