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강대희 원장(구리시 약침한의원)
[쿠키 건강칼럼] 30대 남성 A씨는 평소 1주일에 3~4회 정도 소주 2병에 맥주 1~2병을 마셨다. 그러면서 가슴이 자주 답답해지고 눈의 피로는 물론 전신피로감, 불면증, 식욕부진, 메스꺼움, 트림, 속 쓰림, 두통, 식은땀, 부종, 설사, 어깨 결림, 갈증, 우울증상 등이 나타났다.
어느 날부턴가 정수리와 앞머리의 모발이 가늘어지더니 머리 감을 때 빠지는 탈모량이 증가했다. 3년 전부터는 업무상 스트레스가 심해 술 마시는 횟수와 양이 증가하게 됐다. 심할 때는 1주일 내내 술을 마시는 경우도 생겼다.
그러면서 몸은 더욱 피곤해지고 모발도 훨씬 가늘어졌다. 하루에 빠지는 탈모량이 기본적으로 100개 이상, 많이 빠지는 날에는 200개 이상 빠지는 날도 있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나니 정수리와 앞머리 두피가 훤하게 비치게 됐다. 나이 들어 보이니 사람 만나기가 싫어지고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우울함을 떨칠 수 없었다. 가족력으로는 아버지에게 남성탈모가 있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1주일에 두 번 이상 소주 7잔을 마시는 고위험 음주군으로 남성 29%, 여성 9%로 조사된 바 있는데 남성탈모가 있는 분 중 특히 과음하는 분들이 많다.
동의보감에서는 술을 적당히 마시면 추위를 방어하고 혈맥을 통하게 하며 나쁜 기운을 없애고 약을 인도하는 효능이 있어 좋다고 했다. 하지만 과음하면 독기(毒氣)가 심장을 공격하고 장을 뚫으며 옆구리를 썩게 하고 정신착란을 일으키면서 사물을 분간하지 못하게 돼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기록돼 있다.
과음하면 자주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메스꺼움, 구역감, 정신착란, 가슴 답답함, 식욕부진, 소화불량, 소변이 시원하지 않음, 상열감, 땀, 두통, 설사, 근육통 등이 있다. 장기간 과음으로 병이 심해지면 소갈, 황달, 치질, 실명, 기침 등의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과음과 탈모의 관계를 살펴보자. 먼저 동의보감에는 얼굴이 흰 사람은 과음해서는 안된다고 적혀 있다. 혈액을 소모시키기 때문이다. 모발의 원료는 혈액인데 장기간 과음으로 인해 혈액이 소모되면 두피로 가는 혈액량이 감소돼 모발이 가늘어지고 탈모량이 증가한다.
둘째, 과음하면 위에 손상이 생긴다. 위에 손상이 생기면 정기(精氣)가 고갈되고 식욕이 부진하며 소화불량이 생겨 생성되는 혈액이 부족해지고 이에 따라 팔다리와 두피에도 영양분이 부족해져 탈모량이 증가한다.
셋째, 술은 뜨거운 성질이 있고 상승을 좋아하므로 과음하면 상열감이 생겨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눈이 충혈되며 두피의 혈액과 진액을 마르게 함으로써 탈모의 원인이 된다.
넷째, 술은 대개 차게 마시기 때문에 과음하면 장이 차가워져 설사를 유발한다. 설사로 인해 음식물을 소화 흡수하지 못하면 몸의 영양분이 부족해진다. 장기간 과음으로 오랫동안 설사가 지속되면 몸의 영양분이 부족해지고 두피가 얇아지며 모발이 가늘어지고 탈모량이 증가한다.
한의학에서는 주독(酒毒)을 치료하기 위해 땀을 많이 내고 소변을 많이 보게 한다. 땀이나 소변을 통해 몸속에 쌓인 술독을 빨리 빼낼수록 몸은 정상으로 회복된다. 땀은 가벼운 운동으로 자연스럽게 내면 된다.
주독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한약은 칡뿌리(갈근 ; 葛根)다. 콩과에 속한 칡의 뿌리를 건조한 것이다. 성질은 차가우며 단맛과 매운 맛을 지닌다. 비위의 경락에 작용하며 주독을 풀어주며 설사를 멈추게 하고 갈증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칡뿌리는 두통을 치료하며 땀을 나게 하고 주독을 해소하며 갈증을 멈추게 하고 소화를 돕는다고 기록돼 있다. 갈근을 달여 마시면 숙취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칡을 말리지 않고 즙을 내 마셔도 된다.
칡뿌리를 잘 말려 절구에 찧으면 고운 가루인 갈분(葛粉)을 얻을 수 있는데 이 가루를 끓는 물에 타서 꿀을 더해 먹으면 보다 효과적이다. 칡의 꽃인 갈화(葛花)를 차처럼 달여 마셔도 숙취해소에 좋다. 주독을 치료하는 경혈은 중완, 족삼리, 양릉천 등이 있다.
A씨의 경우 주독을 치료하는 갈근, 갈화에 탈모를 치료하는 하수오, 복분자, 상심자, 한련초 등으로 처방된 하수오탕을 복용했다. 두피를 치료하는 약침과 주독을 치료하는 경혈에 침을 13회 시술하자 탈모량이 50% 정도 감소되고 새로운 모발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본인도 술을 주 1회로 줄이고 주량도 소주 반병 정도로 줄이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루 추가치료를 통해 모발이 굵어지면서 비치던 두피가 가려지니 우울한 마음도 자연스럽게 치료됐다.
숙취해소에 좋은 음식은 콩나물, 칡, 미나리, 오이, 꿀물, 귤껍질, 배, 조개국, 식혜, 녹차, 검은콩, 복국, 미역국, 대추차 등이 있다.
한의원에서 술을 마시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고 주독을 해소하며 금단증상으로 나타나는 불안, 수면장애, 손이나 신체의 떨림을 치료하는 이침요법(耳鍼療法 ; 취점, 교감, 간, 이신문, 내분비의 경혈에 시술하는 것)을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
남성탈모든, 원형탈모든 탈모로 고생하는 남성들이 술을 줄이지 못하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이제 계속 술을 마시면서 탈모로 우울해 할 것인지, 과감하게 술을 끊고 탈모에서 해방돼 기쁘게 살 것인지 선택해야 할 때다.
[탈모 동의보감] 과음으로 인한 남성탈모, 칡뿌리 복용 효과적
입력 2010-11-17 0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