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건강 위한 최선의 길은 적령기임신”

입력 2010-11-15 11:06

류은경 대한여한의사협회장(자인병원 원장)

[쿠키 건강] “건강한 자연임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나이입니다. 적령기임신과 출산이야말로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최근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류은경 대한여한의사협회장은 인터뷰 첫 마디를 이렇게 시작했다.

최근 서울시에서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서울에 사는 여성의 초혼연령이 29.3세로 지난 1990년의 25.5세보다 3.8세가 많아지는 등 결혼적령기 여성들이 늦게 결혼하려는 만혼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늦은 출산으로 인한 아이와 산모의 건강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보건복지부가 최근 출생아와 사산아의 선천성 이상여부를 조사한 결과 25세 미만 임산부에서 0.39%였던 이상아 출산율이 35세 미만에서는 0.54%, 그 이상에서는 1.06%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류 회장은 인터뷰 내내 적령기임신이야말로 산모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임을 몇 번이나 강조하면서 임신·출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로가 적고 회복이 빠르며 아기도 비교적 건강한 20대에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면서 적령기를 놓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지난 14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총 9회에 걸쳐 수도권 소재 이마트 문화센터에서 ‘한의사와 함께하는 건강한 임신·행복한 출산 캠페인’을 개최하고 있다. 그는 “국민들에게 한의학을 통한 산전·산후관리의 우수성을 알리고 한의학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번 캠페인을 전개하게 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출산율을 높이고 사회 분위기를 쇄신하는데 미력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류 회장에게 건강한 임신과 출산, 한방을 이용한 치료법 등에 관해 들었다.

- 비만도 임신에 영향을 미치나?

비만여성은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인해 배란장애가 잘 생기고 불임의 원인이 되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의 발생과도 관련이 높다. 또 임신 후에도 임신성 당뇨나 임신성 고혈압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건강한 임신을 위해서는 반드시 체중조절이 필요하다. 하지만 무리한 다이어트 역시 월경 이상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 임신부의 영양섭취를 위한 도움말이 있다면?

일단 여성의 몸이 차거나 습하면 임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예부터 남녀의 생식기능이 오곡으로부터 나온다고 보고 있다. 현미 등 잡곡밥과 생채소, 과일 중심으로 먹는 것이 좋다. 특히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피하고 조리 시 불포화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동물성 단백질은 적게, 콩이나 견과류 등의 식물성 단백질은 많이 섭취하고 고도로 정제된 탄수화물보다는 혈당이나 인슐린에 더 느리고 적게 작용하는 통곡물, 잡곡 등을 섭취해야 한다. 음료수 중에서는 물이 가장 좋으며 카페인음료 및 탄산음료는 피하는 것이 좋다.

- 건강한 임신을 위한 하루 운동량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건강한 아이를 임신하기 위해서는 규칙적 운동이 필수적이다. 운동을 통해 골반 속의 기와 혈이 정체되지 않고 자궁·난관·난소의 활동과 호르몬 작용이 원활하게 된다. 골반 속에 울혈이나 어혈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걷기 등 골반을 움직이는 운동이 적합하다.

억지로 하는 운동이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 30~40분 정도 규칙적으로 매일 운동하고 원활한 기혈 순환을 위해 골반 이하의 움직임을 크게 하는 것이 좋다. 유산소운동을 할 때는 호흡을 가늘고 깊게 하며 요가 등 이완성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한다.

-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여성들은 결혼 후 직장과 결혼생활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 남성에 비해 예민하고 섬세하다 보니 직장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몸의 기능을 저하시켜 건강한 임신을 방해하기도 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건강하게 임신하기 위해서는 먼저 잦은 회식과 술자리를 피하고 야근이나 교대근무도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다. 임신 시 초기에는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유산기가 있거나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하게 느껴지면 안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불임으로 걱정하는 여성이 많다. 한의학으로 치료가 가능한가?

결혼 후 약 1년간의 적극적 임신 시도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불임이라고 한다. 한방불임치료는 몸 전체를 건강하게 함으로써 임신을 유도하기 때문에 신체 건강은 물론 자연임신을 동시에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 한방치료는 서양의학과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의학에는 보조생식술의 단계에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치료법이 있는데 흔히 ‘시험관 아기’라 불리는 체외수정을 시행하면서 한방치료를 병행할 경우 단독으로 체외수정을 시행한 경우보다 임신성공률이 매우 높다. 특히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등 여성질환을 가진 환자도 한방치료를 통해 건강한 임신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 구체적인 치료방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부부, 특히 여성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한의학적인 건강 이상은 신장기능의 허약, 원활하지 못한 간 기능, 몸 속 수분의 이상, 혈액의 정체 및 기운 또는 혈액 부족 등이다.

먼저 신장기능이 허약한 경우 이 기능을 북돋는 한약치료를 시행한다. 한의학적으로 신장은 우리 몸의 기능을 담당하는 원천적인 에너지원을 담당하는 장기로 신장기능이 부족한 여성은 흔히 월경주기에 이상이 있으며 남성의 경우 성기능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한의학에서 간장은 정서 및 스트레스 등과 연관되기 때문에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는 부부에게는 간 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치료를 통해 임신을 유도한다.

이밖에 한약복용에 다소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에게는 침 치료를, 하복부의 순환이 현저히 감소됐다고 판단되는 경우 좌훈과 뜸 치료를, 국소적인 순환이 감소된 경우 부항치료를 통해 순환을 돕기도 한다.

특히 자궁근종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불임이 되는 것이 아니지만 근종이 있는 위치가 착상을 방해하는 경우 임신이 어렵고 유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자궁과 난소에 종양이 생기는 원인을 아랫배가 차고 습해 자궁의 기혈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어혈과 습담을 제거하는 치료를 하게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