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15년 전부터 당뇨를 가지고 있는 직장인 황 씨(52)는 수년 전부터 매년 직장 신체 검사에서 간수치가 높고 지방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왔다. 특별한 증상도 없고 지방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내 왔다. 10일 전부터 쉽게 피곤하고 식욕부진 및 상복부 불편감이 발생해 병원을 찾았다.
내원 후 시행한 복부초음파 및 혈액검사에서 간표면이 조금 거칠하게 관찰됐으며 간염증 수치도 4배 이상 증가된 소견을 보여 간조직생검 검사를 시행했다. 놀랍게도 조직 검사 결과 3단계 섬유화를 동반한 지방간염으로 진단받았다.
대한간학회가 2008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방간 유병율이 30% 대에 육박한다고 보고 했다. 이는 20년 전에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현재 간염증 수치 이상으로 병원을 찾는 가장 중요한 원인을 차지하고 있다.
◇지방간이란?
지방간이란 간조직에 과다한 지방이(간 무게의 5% 이상) 축적된 것이다. 지방간은 병리조직학적으로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큰 지방입자로 이루어진 것과 작은 지방입자로 이루어진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지방간이라고 하면 큰 지방입자로 이루어진 지방간을 의미한다. 사실 이런 단순 지방간은 간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고 염증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질병이라기 보다는 병리조직학적으로 간조직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된 상태일 뿐이다.
지방간을 일으키는 원인들로는 ▲과다한 술의 섭취(과음) ▲비만 또는 체중 과다 ▲당뇨병 ▲고지혈증 ▲영양실조 ▲영양과다 ▲쿠싱씨 병(Cushing disease) 등이 잇다.
◇지방간을 어떻게 알 수 있나?
지방간을 갖는 사람들은 대부분 증상이 없기 때문에 우연히 건강 검진 등으로 혈액 검사를 하다가 간효소치(ALT, AST)가 약간 상승돼 있는 것을 알고 내원해 다른 검사들을 통해 만성 간염과 같은 다른 간질환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알게 된다. 실제로 지방간은 우연히 검사 중 알게 되는 약간 상승된 간효소치의 가장 흔한 원인들 중 하나이다. 일부에서는 피로, 우상복부에 불쾌한 느낌 또는 둔통이 있거나 간비대가 있을 수 있다.
지방간에 대한 확진은 지방간이 사실 간에 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된 병리조직학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간조직검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간조직 검사는 지방간의 진단 목적으로는 거의 대부분에서 시행하지 않고 단지 다른 간질환과의 감별 진단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시행한다.
대부분은 혈청검사를 해 B형 간염과 C형 간염과 같은 다른 만성 간염의 원인들을 배제하고 간초음파 검사나 복부 CT 촬영을 해 지방간에 합당한 소견들을 보아 진단된다. 지방간은 간초음파 검사에서 정상간에 비해 밝게 나타나고 CT촬영에서는 상대적으로 검게 나타난다.
◇어떻게 지방간이 발생하나?
지방간이 어떻게 발생하는 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 지지 않았다. 체중 과다가 경미한 사람이나 때로는 전혀 비만하지 않은 사람에서 지방간이 발생할 수 있는 반면 비만이 심한 사람에서 지방간이 없는 경우도 있다. 또한 술을 많이 마시는 데도 지방간이 없는 경우가 있는 반면 조금만 마셔도 지방간이 발생하는 사람도 있다. 지방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먹는 자체만으로는 지방간이 유발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론적으로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4가지 기전에 의해 간에 지방이 축적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식품내 또는 신체내 다른 지방 조직에서 지방이나 지방산이 과다하게 간으로 운반될 경우 ▲과다한 탄수화물이 간으로 운반될 경우 ▲간에서 지방산이 과다하게 생성되거나 혹은 지방산이 분해되는 대사가 감소될 경우 ▲간세포 밖으로 지방의 배출이 저하될 경우
◇지방간이 다른 간질환이나 간경변증 또는 간암을 일으키는가?
결론적으로 단순 지방간은 간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간섬유화를 일으키지 않으므로 간경변증과 더 나아가 간암과 연관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비만이나 당뇨병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지방간은 대부분에서 단순 지방간으로 나타나므로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년 동안 술을 과다하게 마시는 경우 알코올에 의한 간손상이 일어나 염증을 유발하여 알코올성 간염을 일으킬 수 있고, 더 나아가 알코올성 간경변증이나 간암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알코올 섭취에 의한 대부분의 단순 지방간은 그 자체가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며, 금주를 하게 되면 곧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
한편,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으로 단순 지방간이 아니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비만, 당뇨병, 또는 고지(방)혈증을 가진 사람들 중 일부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데도 알코올성 간염과 유사하게 지방간이 있으면서 간세포가 파괴되고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지방간염) 일부에서는 염증의 결과로 간섬유화가 지속돼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가 있으며 최근에서야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부 보고에 따르면 과도한 비만 환자의 20~40%에서 이런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 대부분에서는 단순 지방간인데 일부에서만 지방간염이 발생하는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일부 학자들은 지방간염이 당뇨병을 치료하지 않는 경우, 너무 빠르고 과도한 체중 감소를 하는 경우, 혹은 여성호르몬을 복용하는 경우에 더욱 흔히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지방간염이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기 이전에는 증상이나 진찰 소견, 혈액 검사 및 초음파 검사나 CT 촬영 같은 일반 검사로는 단순 지방간과 구별할 수가 없고 간조직 검사를 해야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 지방간으로 생각되는 사람이 특별한 다른 원인 없이 6개월 이상 혈청 간효소치가 상승돼 있는 경우 간 전문의와 상담한 후 간조직 검사의 필요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좋다.
◇지방간 치료해야 되는가?
지방간은 어떤 한 질환이라기 보다 어떤 원인에 의해 간에 과다한 지방이 축적된 것이므로 그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비만이 원인이면 운동이나 식이 조절을 통해 체중 감소를 하면 좋아지며, 당뇨병에 의한 것이면 적절한 당뇨병 치료로 혈당 조절을 하면 좋아지고 술이 원인이면 금주를 하면 좋아진다. 사실 단순 지방간은 간세포 손상이나 간염, 간경변증 및 간암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그 자체를 치료할 필요가 없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경우 아직 뚜렷한 치료법이 증명돼 있지 않으나 원인이 되는 연관된 질환들에 대한 보다 철저한 조절이 중요하며 특히 운동과 식이 조절을 통해 몸무게를 표준 체중으로 유지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간세포막을 안정시키고 간세포 손상 물질들로부터 세포를 보호할 수 있는 ursodeoxycholic acid와 같은 약제가 사용되기도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도움말: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소화기내과 손주현 교수
[아빠 힘내세요] 그냥 알고 지나치기엔 꺼림칙한 ‘지방간’
입력 2010-11-15 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