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관절의 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입력 2010-11-15 08:52

서울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송영욱 교수(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

[쿠키 건강] 류마티스관절염은 자신의 면역세포가 자신의 관절을 공격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 질환이다.

초기에는 관절을 싸고 있는 활막에 염증이 발생하고 점차 주위의 연골과 뼈로 염증이 퍼지게 돼 결국에는 관절의 파괴와 변형을 초래하게 된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일단 발병하면 진행 속도가 무서울 만큼 빠르다.

실제 대한류마티스학회 조사 결과에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절반 이상이 증상시작 후 12~24개월 이내 관절파괴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최근에는 발병 연령이 낮아져 많은 20~30대의 젊은 여성들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진행 속도가 빠르고 특히 여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류마티스관절염을 어떻게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해야 하는지 서울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송영욱 교수(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를 통해서 들어 봤다.

Q. 류마티스관절염의 원인은 무엇이며, 추산되고 있는 국내 환자 수는?

“류마티스관절염의 발생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 동안 연구를 통해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된다고 파악되고 있다. 어느 정도 발생원인이 밝혀진 것은 유전적 요인으로, 특정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이 류마티스관절염이 더 잘 발생할 수 있다. 그 중에는 인종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유전자들도 있지만, 인종간 차이도 있어 이에 대한 연구는 향후에도 계속 필요한 실정이다. 후천적으로 류마티스관절염의 발생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바이러스 질환 같은 감염병, 진폐증 같은 직업병, 흡연 등의 잘못된 생활 습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전 세계 약 2000만 명 정도가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우리나라의 경우 전 인구 중 약 1%가 류마티스관절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류마티스관절염이 퇴행성관절염 등 다른 질환과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어렵다. 고령자에서 흔한 퇴행성관절염과는 달리 류마티스관절염의 경우 30~40대 등 젊은 층에도 흔하게 발생하며, 70~80%는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

Q.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류마티스관절염이 아닐까?’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수면 후 기상 시 관절이 뻣뻣한 증상이 1시간 이상 지속되고 움직이기 힘들 때 ▲아침에 주먹을 쥘 수가 없을 때, 그리고 움직일수록 편해질 때 ▲이유 없이 관절에 열이 발생할 때 ▲여러 관절이 동시에 부으면서 아플 때, 손으로 병을 열기 힘들거나 행주를 짜기 어려울 때 ▲양쪽 손목이 붓고 아픈 것이 6주 이상 지속될 때 ▲손가락 관절 부위의 통증이 경미하게 나타나더라도 류마티스관절염의 가족력이 있을 때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류마티스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Q. 류마티스학회에서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많은 환자들이 진단 시기가 늦어 심각한 뼈 손상으로 진행된 상태가 많았다고 하던데?

“류마티스관절염 임상연구센터에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3169명을 조사한 결과,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발병 후 평균 1.8년 만에 진단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진단 당시 이미 55.6%(1762명)에서 돌이킬 수 없는 뼈 손상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진단 당신 이미 방사선 소견으로 뼈 손상이 진행된 경우가 절반이 넘는 55.6%(1762명)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조사 자료는 류마티스관절염이라는 병의 조기 진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 사례라고 할 수 있다.”

Q.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대신 침술이나 뜸, 한약 등에 관심을 갖기도 하는데?

“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10명 중 6명이 침술, 한약복용, 뜸, 부황, 봉침, 태반주사 등의 사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대체의학요법 중 일부 방법은 통증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할 수는 있으나 기타 검증되지 않은 방법은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거나 정확한 진단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환자들이 판단이 조기진단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에 충분한 정보와 치료가 가능한 전문의를 찾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Q.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란 것은 무엇인가?

“완치를 ‘치료 후 질병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라고 정의 한다면, 류마티스관절염의 치료는 완치보다는 관절염 ‘조절’, 의학적 용어로는 ‘완전관해’ (complete remission)를 목표로 한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면역기능 이상이라는 ‘시동’이 걸려있기 때문에 치료 후에도 질병이 완전히 억제되지 않아 관절염이 다시 재발 또는 악화될 수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조기에 류마티스관절염을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면 ‘완전관해’를 이룰 수 있는 확률이 높다. 따라서 류마티스관절염은 조기 진단과 치료에 더욱 주목 해야 한다.”

Q. 우수한 치료제의 등장으로 환자들의 치료가 한결 수월해 진 것은 아닌가?

“지난 10년은 류마티스관절염의 치료에 획기적인 장이 열린 시기로 생물학적 제제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브렐 등과 같이 류마티스관절염의 발생에 기여하는 중요한 염증매개물질인 TNF-α을 표적으로 하는 제제, 면역기능 이상을 조절하는 생물학적 제제들이 개발돼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대개 주사 제제로 기존의 경구 항류마티스제제들에 비해 항염증효과가 크고 관절의 손상을 막아주는 효과가 높기 때문에 현재 전세계적으로 널리 처방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치료제의 등장으로 많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의 관절 파괴 및 변형이 많이 줄어들었다.”

Q. 환자의 경제적 부담, MRI 진단 보험 적용 제외 등 진료에 많은 제한이 따른다고 하는데?

“평생관리가 되어야 하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에 있어 치료비용은 여건상 경제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류마티스관절염의 효과적인 치료방법으로 알려져 있는 생물학적 제제의 보험급여 인정은 51개월까지. 그나마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51개월이 지나면 100% 본인부담이었던 것이 최근에는 40~46%정도까지 줄었다고 하나, 여전히 부담을 클 수밖에 없다.”

“또한 류마티스관절염의 조기진단에 있어 X-ray보다 3배 이상 정확한 MRI의 진단도 최근 개정 고시된 추가 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실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절반 가까이에서 MRI 검사 비용이 부담스러워 검사를 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MRI 검사의 보험확대는 필요하다. MRI 촬영을 통해 조기진단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면 보험 적용으로 인해 국가의 의료 재정의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료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

“지난 9월 미국류마티스학회와 유럽류마티스학회에 의해 류마티스관절염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이 가이드라인은 류마티스관절염 초기 진단에 수월하지만 현재 국내 보험급여 체계로는 적용이 어렵다. 새로운 진단 가이드라인 적용을 위해 학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험기준 변경에 대해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Q. 우수한 의료진과 치료제를 갖췄지만 결국 환자들이 병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혹시 대국민 홍보 캠페인 계획은 없는지?

“류마티스관절염은 결국 환자가 증상을 인식하고, 얼마나 빨리 진료를 받는냐가 관건인 질환이다. 또한 발병 연령까지 점점 낮아지는 추세로 사회적으로 류마티스관절염의 조기 진단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매년 대국민 홍보 캠페인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고지혈증이나 당뇨병과 같은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진 질환에 비하면 아직은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인식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내년 학회 창설 30주년을 기념해 핑크로버(핑크+클로버)라는 대국민 캠페인을 계획 중에 있다. 구체적 내용은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이 캠페인을 통해 조기 환자의 발견과 기존 환자의 보험혜택의 수혜를 넓혀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애틀란타=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