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도 하지 않는데 지방간이라니요?

입력 2010-11-12 11:24
글·전대원 교수(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쿠키 건강칼럼] 15년 전부터 당뇨를 가지고 있는 52세 직장인 황OO씨는 수년 전부터 매년 직장 신체검사에서 간수치가 높고 지방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왔다. 하지만 특별한 증상도 없고 지방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내 왔다. 그러나 10일 전부터 쉽게 피곤하고 식욕부진 및 상복부 불편감이 발생해 병원을 찾았다. 내원 후 시행한 복부초음파 및 혈액검사에서 간표면이 조금 거칠하게 관찰됐으며 간염증 수치도 4배 이상 증가된 소견을 보여 간조직생검 검사를 시행했다. 놀랍게도 조직 검사 결과 3단계 섬유화를 동반한 지방간염으로 진단받았다.

대한간학회가 2008년도 간의 날을 맞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지방간 유병률은 30%대에 육박한다. 이는 20년 전에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현재 간염증 수치 이상으로 병원을 찾는 가장 중요한 원인을 차지하고 있다.

지방간이란 간에 지방이 쌓이는 현상을 말하며 비만 당뇨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먹고 사는 것이 어려운 시절에는 간에 지방이 남아서 쌓이는 일을 걱정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방간 질환은 만성 간질환 중 가장 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지방간은 술과 담배를 즐기는 사람에서만 생기는 문제로 인식하거나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노화현상으로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불과 1세대 만에 감염성 질환과 영양부족으로 인해 관심밖에 있었던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반격이 시작됐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가지는 문제는 일부에서 간경변 및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원인 미상의 간경변 또는 간암으로 진단 받았던 환자의 상당 부분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에서 기인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서 심혈관계 질환을 동반한 확률이 높고 이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단순히 간질환의 문제를 넘어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과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효과적인 약물의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지방간과 관련된 요인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당뇨병, 비만, 복용약물 등의 원인을 치료 또는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방간은 생활습관, 특히 식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과체중인 경우 적절한 체중 감량이 매우 중요하다. 체중은 한번에 갑자기 줄이는 것 보다는 현재 체중의 10%를 3~6개월 내에 서서히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간을 건강하게 지키기 위한 생활수칙]
1. 청량음료, 주스 등과 같은 음료를 적게 먹습니다. 청량음료에 많이 들어가 있는 과당(프락토즈, fructose)은 지방간 및 성인병을 잘 유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2. 튀긴음식, 패스트푸드를 적게 먹습니다. 기름지고 튀긴 음식에는 트랜스지방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3. 불필요한 약은 오히려 간에 해로울 수 있으니 삼가야 합니다.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건강보조 식품, 및 민간요법은 간에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4. 영양분이 어느 한가지로 치우치지 않게 골고루 균형 잡힌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특정 음식이 좋다고 농축해 먹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5. 무리한 체중 감량은 오히려 몸에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일주일에 1kg 이상의 급격한 체중감소는 몸의 균형을 깨뜨리는 좋지 않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