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오늘 같은 날이면 더 쓸쓸합니다. 괜히 지체장애인의 날이 생겼나 싶기도 하구요. 우리가 많은 걸 원하는 게 아닙니다. 평소 차별 없이 우리도 사회 한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싶을 뿐인데, 사회는 이런 우리를 받아주질 않아요. 오히려 이상하게 보고 차별하죠….”
사고로 한 쪽 다리를 절단해야했던 김철우(가명)씨. 하지만 의지하나로 대학에 다녀 올 초 졸업했다. 그러나 아직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여러 차례 면접을 봤지만 지체장애를 꺼리는 인사담당자들에 막혀 어렵사리 나온 대학이지만 날개 한번 펼쳐 보지 못하고 좌절해야만 했다. 이런 김씨에게 11월11일 ‘지체장애인의 날’인 오늘은 불만 가득한 날이기도 하다.
차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하자는 의미와 형상이 직립을 뜻하는 숫자 ‘11’에서 각자 신체장애가 있지만 이날만큼은 똑바로 활보하고픈 지체장애인들의 욕구를 표현하고자 만든 날이 현실과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빼빼로데이’ ‘가래떡데이’ ‘넥타이데이’ 는 알아도 오늘이 지체장애인의 날이라는 것은 잘 모른다. 더욱 불운인 것은 올해는 ‘G20 정상회의’도 함께 있어 더더욱 지체장애인의 날은 관심 밖의 일이 됐다.
이쯤 되면 김씨의 불만이 이해가 간다. 모든 게 현실과는 반대되는 상황에서 명분을 얻고자 할 땐 또 어김없이 차별 없는 세상을 강조하며 복지와 인권을 앞 다퉈 얘기 하는 비장애인들이 역겹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지체장애인들 대다수는 굳이 오늘이 무슨 날임을 알아주길 바라지 않는다. 다만 오늘 만이라도 차별 없는 세상을 원하며 내년에도 똑같은 푸념을 늘어놓지 않길 바랄뿐이다. ckb@kmib.co.kr
[기자의눈/조규봉] ‘빼빼로데이’가 우울한 지체장애인
입력 2010-11-11 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