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주부들 허리·무릎 관절앓이 ‘심각’

입력 2010-11-05 11:50

바닥에서 쪼그려 앉아 일하지 말고 테이블 위에서 작업해야… 무거운 물건 운반할 땐 하체의 힘 이용해 천천히

[쿠키 건강]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되면서 주부들은 고된 작업의 김장이 달갑지만은 않다. 집안일처럼 남편이나 아이들의 힘을 빌릴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웃이나 친척들과 삼삼오오 모여 김장을 담그지만 배추를 다듬고, 씻고, 절이고, 썰고, 버무리는 고된 작업을 하루종일 하다 보면 허리나 무릎통증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많다.

그렇다면 주부들의 이런 고통을 덜어줄 방법은 없을까? 관절전문 웰튼병원의 송상호 병원장과 함께 김장철 자주 발생하는 대표적 질환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장시간 쪼그리고 앉는 자세 무릎 부담 커 ‘연골연화증’ 될 수도

우리나라 여성이 남성보다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와 무릎 인공관절수술 환자가 많은 이유는 쪼그려 앉아서 빨래와 걸레질을 하는 가사 노동과 관련이 깊다. 특히 집안에서 김장 할 때 좁은 부엌보다 넓은 거실에 재료를 준비하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바닥에 쪼그려 앉는 자세는 무릎관절에 매우 안 좋다. 김장 양념을 버무리고, 속을 골라내는 등 쪼그리고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데 이런 경우 무릎 관절에 체중의 7배 이상 되는 압력이 가해진다. 또 요즘 같이 쌀쌀한 날씨는 관절을 쉽게 경직되게 만들어 김장 후유증으로 생기는 통증을 더욱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송 병원장은 “김장 후 무릎이 시큰거리고 계단을 오르기 불편하며 소리가 나거나 열감과 붓기가 동반된다면 무릎 연골 연화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면서 “연골연화증은 무릎 앞부분에 강한 충격이 지속적으로 가해지거나 오랫동안 고정된 자세를 유지했을 때 발병하기 쉽다”고 말했다. 무릎의 슬개골 아래 연골이 말랑말랑하게 연해지다가 없어지는 질병인 연골연화증은 관절내시경으로 보면 관절 연골의 표면이 마치 찢어진 게살처럼 일어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통증이 매우 심하며 더 진행되면 퇴행성관절염이 될 수 있다.

◇무거운 짐 들거나 운반했다가는 ‘요추부염좌’ 위험

김장은 이틀 정도 하는데 배추와 무, 속 재료를 사다가 다듬고 그것을 절이고 헹구는 것을 반복하는데 만 꼬박 하루가 걸린다. 절여진 배추는 그냥 배추보다 2배 이상 무게가 증가한포기당 약 2kg정도가 된다. 4인 가족이 약 20포기 정도 김장을 한다고 보면 배추무게만 40kg 정도가 되는 셈이다. 이를 일일이 씻고 헹구고 물을 빼기 위해 올려놓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건강한 허리라도 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 장년층 주부들은 대부분 힘든 집안 일과 운동부족으로 허리에 지방층이 많고 인대나 근육이 약화돼 있어 경미한 디스크나 염좌에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김장을 하면서 급작스럽게 무거운 것을 들거나 등을 앞으로 구부리는 자세는 자신의 몸무게에 2.5배에 해당하는 압력을 척추에 줘 디스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송 병원장은 “허리 역시 김장하면서 통증이 유발되는 대표적인 부위로 계속해서 뜨끔하거나 찌릿한 통증이 있다면 요추부염좌를 의심해 볼 수 있다”며 “요추부염좌는 허리를 삐끗한 경험이 한 번쯤 있듯 매우 흔한 질환으로 허리 주변의 인대와 근육에 무리가 가면서 인대가 늘어나거나 손상을 입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염좌라면 큰문제가 되지 않지만 통증이 일주일 이상 된다면 추간판이나 후관절(척추 뒤쪽 뼈를 연결시켜주는 관절)의 퇴행성변화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식탁 이용해 앉거나 서서 작업하고 무거운 짐은 하체의 힘으로

집안에서 김치를 담그는 가사일을 할 경우에는 낮은 협탁이나 식탁에 재료를 올려놓고 허리, 무릎을 세우고 작업을 하는 것이 통증 감소와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한 방법이다. 어쩔 수 없이 앉아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보조 의자를 사용해 무릎관절이 과도하게 꺾이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 무릎에 무리가 가는 앉았다가 일어났다 하는 동작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념통과 같은 보조재료들을 최대한 가까운 곳에 배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급히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게 되면 허리를 삐끗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요즘 같이 추운 날씨는 근육을 경직 시켜 더 큰 부상을 일으킬 수 있다. 작업 시에는 두꺼운 옷 한 벌 보다는 활동이 편한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 허리에 찬바람이 드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거운 짐은 여러 사람과 나누어 드는 것이 현명하다. 부득이 하게 혼자 무거운 짐을 옮겨야 한다면 허리의 힘만으로 바로 들어 올리지 말고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짐을 최대한 몸에 밀착시켜 천천히 무릎을 펴면서 하체의 힘도 같이 사용해야 한다.

송 병원장은 “해마다 해야 하는 김장을 조금 더 편하게 고통 없이 하기 위해선 잘못된 생활습관과 환경을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며 “관절질환은 당시에는 경미한 증상을 보일지 몰라도 나중에는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 김장 후 통증이 일주일 이상 반복적으로 나타날 땐 전문 병원을 찾는 것이 가장 좋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