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규봉] 수입 분유의 실체

입력 2010-11-04 15:30

[쿠키 건강] 최근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이 세계 24개국 주요도시의 국제물가를 조사한 결과 국내에 수입, 판매되는 분유의 소비자 가격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발표에 왜 유독 한국에서만 수입 분유가 이렇게 비쌀까 의문스러웠지만 원인은 업체의 고가마케팅에 있었다. 소시모 관계자는 “마치 수입 분유가 엄마들 사이에 우월감의 상징으로 표출되면서 관련 업체도 이를 마케팅의 도구로 삼아 집중 공략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수입 분유가 고가마케팅을 한 계기는 따로 있다.

당초 수입 분유는 몇 차례 홍역을 겪은 바 있다. 엔파밀 분유 같은 경우는 철가루 검출이 문제가 되어 2006년도에 국내에서 아예 철수를 한 상황이다. 시밀락 분유 역시 지속적인 철가루 검출로 인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지난 9월 분유에서 벌레가 발견돼 미국 본토에서 500만 통을 리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유아 식품안전에 엄격한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수입 분유의 위상은 바닥을 쳤고, 이후 수입 분유 업체들은 국내 분유업체들과 비교해서 경쟁력을 잃게 됐다.

바로 이때부터 수입 분유는 비싸지기 시작했다. 제품의 질이 좋아서 비싸진 걸까 혹시 몰라 성분을 살펴봤지만 대부분의 제품들이 원유, 유청분말 등 분유의 가장 기초적인 원료들로만 제조돼 있었다. 기능 강화 분유라고 해도 비타민E, 혹은 비타민D 등이 첨가된 수준에 불과했고, 우리나라처럼 초유성분, 면역성분 등이 종합적으로 함유, 제조되는 분유는 없었다.

결국 이물질 사건으로 신뢰를 잃은 수입 분유 업체들이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고가마케팅을 한 게 지금의 수입 분유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이유다.

분유업계에 따르면 현재 분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수입 분유의 실체도 모른 채 우월감에만 사로잡힌 소비층도 그 정도인 것이다.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