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병원 비뇨기과 유탁근 교수
[쿠키 건강] 로봇수술센터에 들어서며 인간을 대신해 로봇이 환자를 치료하는 공상과학 영화 스타워즈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로봇수술의 장면은 상상과는 많이 달랐다. 지난해 을지대학병원과 을지병원에 동시에 들여온 로봇수술은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다빈치 중에서도 최신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로봇 카트, 수술 콘솔, 복강경 부분으로 구성돼 사람의 손을 대신하는 4개의 로봇 팔에 수술 기구를 장착하면 이 부분이 바로 복강경이다.
팔 하나에는 카메라가 달려있고, 나머지 3개의 팔에는 수술에 필요한 집게나 가위, 소작기 등의 기구가 부착됐다. 을지병원 비뇨기과 유탁근 교수의 노련한 손놀림과 함께 로봇의 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봇수술이요? 전립선 암 수술에서는 무조건 좋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낯선 로봇수술이기에 반신반의하며 던진 질문에 유탁근 교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시원스레 답했다. 전립선은 골반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배를 절개해 수술을 하다보면 전립선이 절개 부위와 거리가 있어 손으로 수술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단다. 또 손이 들어가면 조직 주변이 잘 보이지도 않는데다, 전립선 주변에는 혈관과 신경이 복잡하게 엉켜있어 출혈과 신경손상의 위험이 크다.
로봇수술은 3D 영상지원과 고배율로 확대 기능을 활용해 섬세한 수술이 가능하다. 두 곳에 작은 구멍만 뚫기 때문에 기존에 비해 수술 후 통증과 감염의 위험도 적어 회복과 퇴원도 빠르다. 그렇다 보니 2009년 국내 로봇수술 3000건 중 60%이상이 전립선암이나 신장암 같은 비뇨기질환이었다.
“처음 로봇수술을 받아들일 때는 갈등도 적지 않았어요. 이미 다른 병원들이 많이 도입한 후였고, 인근 지역의 특성상 고비용의 로봇수술은 승산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많은 갈등 속에 여러 교수들이 모여 오랜 토론 끝에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수익을 떠나 도입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솔직히 개인적인 고민도 있었죠. 이 나이에 또 새로운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압박감과 실적에 대한 책임감에 걱정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로봇수술은 외과분야의 미래임이 분명한데 뒤처지고 도태되면 안 되겠다 싶어 뛰어들었죠.”
사실 유 교수는 지금까지 전립선비대증, 전립선 암 등 비뇨기 질환의 수술에 있어서는 늘 새로운 수술기법을 선도해 왔다. 운이 좋게도 공중보건의 시절 근무하던 병원에 수술 장비가 잘 갖춰져 있어 전역 전까지 3년 동안 109건의 수술을 직접 집도 할 수 있었다. 독학으로 전립선 비대증 수술을 터득한 것이다. 그 때의 경험은 자신감이 되었고, 자신감은 고스란히 뛰어난 실력으로 나타났다. 로봇수술을 처음 접할 때도 복강경 수술의 경험이 워낙 많아 크게 어려움이 없었단다.
“간혹 로봇은 무섭다며 의사선생님이 직접 수술을 해달라고 말씀하시는 환자분도 계세요.(웃음) 로봇수술에 대한 가장 큰 오해죠. 수술 로봇은 의사 대신이 아니라 의사가 더 효과적으로 수술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그래서 로봇보조 복강경 수술이라고 합니다.”
수술이 끝난 후 진료실에서 만난 유 교수. 여유롭게 찻잔을 쥐고 있는 유 교수의 손에서 로봇 팔을 조정하던 섬세함이 느껴졌다.
“로봇수술은 여기가 끝이 아니에요. 더 발전해서 구멍 하나로도 수술을 하거나 모든 기능이 점차 개선 돼 보다 섬세한 동작이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저요? 저도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며 당연히 개선되어야죠. 의사가운을 벗는 그날까지는…” 을지병원의 미래를 책임질 일꾼의 한마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인터뷰] 의사 대신 로봇? 의사를 보조하는 로봇!
입력 2010-11-04 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