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일시적 후유증으로 발생… 항우울제 과다복용이나 갑작스런 중단도 원인
[쿠키 건강] 뇌졸중 수술이나 고관절 수술 같은 대수술을 받은 노인들의 경우 수술 후 후유증으로 ‘섬망’을 호소할 수 있다.
#얼마 전 뇌졸중 수술을 받은 김모(72·남)씨의 보호자는 “대학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마쳐 병실에서 회복치료를 받고 있는데, 갑자기 정신이 오락가락하며 혈압을 체크하러 온 간호사에게 ‘도둑이야~’라고 소리치는 아버지의 모습에 놀랐어요. 이러한 증상은 밤에 더욱 악화돼 갑자기 병실 문을 붙잡고 집에 가야 한다고 바르르 떨기도 하며, 커튼에 비친 그림자에 말을 걸기도 해 치매가 온 게 아닌가 했어요.”
김씨처럼 이상행동 증세를 목격한 보호자들은 ‘치매’가 찾아왔구나 하는 착각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섬망’은 언뜻 보면 치매증상의 한가지인 환각, 환청, 비정상적 행동증상을 보여 치매와 혼동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일시적으로 비정상적인 정신행동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섬망은 수술 후 신체리듬이 깨지고 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발생하며, 대수술을 받은 노인환자의 30%정도가 호소할 정도로 빈번한 질환이다. 갑작스런 의식장애와 행동장애를 보여 치매와 혼동하기도 하지만 치매와는 현격한 차이가 난다.
일반적인 증상은 치매와 비슷해 보이지만 치매와 달리 급성으로 발병하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또한 치매의 경우 뇌세포의 이상으로 나타나며 혼동, 섬망 등 의식 장애가 없는 환자가 기억장애, 언어장애, 시공간능력 저하, 성격 및 감정의 변화, 그 밖에 추상적 사고장애, 계산력 저하 등 여러 뇌 기능이 골고루 침범된 장애를 갖으며 이런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주로 후천적으로 발생해 점차 진행하는 인지기능의 장애가 의식 저하 없이 일어나며 증상이 서서히 나타난다는 점에서 섬망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섬망은 뇌졸중, 뇌외상, 뇌종양, 뇌의 감염 등 일차적인 뇌질환과 대사성 질환, 감염성 질환, 심혈관계 및 호흡기계 질환 등의 뇌에 영향을 미치는 전신질환, 약물 및 독소 등 외인성 물질에 의한 중독과 알코올 등 의존 물질로부터의 금단 등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평소 다양한 약물을 복용하는 노인들의 경우 복용하고 있는 약물에 의해서도 ‘섬망’증세를 호소할 수 있다.
항우울제인 벤조다이아제핀의 과량 복용 혹은 갑작스러운 중단은 모두 섬망의 유발요인이 될 수 있으며, 파킨슨 치료제로 사용되는 항콜린성 효과가 강한 약물은 섬망의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
서울특별시 북부노인병원 정신과 이유라 과장은 “섬망은 대수술을 받은 노인뿐만 아니라 약물복용 등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 발생되고 있는 만큼, 섬망을 유발한 원인질환을 적극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는 질환”이라면서 “환자가 최대한 빠르게 일상생활의 리듬을 살릴 수 있도록 가족들은 환자가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밤낮을 구별할 수 있도록 조명을 규칙적으로 조절해 준다거나, 환자를 놀라게 하거나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 강한 자극이나 소음 등을 최소화하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섬망의 원인은 대부분 신체적 질환 또는 약물복용 등으로 뚜렷하기 때문에 원인이 되는 인자를 제거함으로써 호전 시킬 수 있다. 신체적 질환 등에 의해 발생되는 생리적 불균형을 교정하기 위해 지속적인 수액공급을 하고 전해질을 보충하면서 불필요한 약물은 중단하는 것이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수술 후 찾아오는 불청객 ‘섬망’
입력 2010-11-03 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