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연의 건강세상 돋보기] 그들만의 리그, 초호화 건강센터 ‘차움’

입력 2010-11-03 07:29

[쿠키 건강칼럼] 지난달 28일 청담동에 있는 주상복합건물 피엔폴루스에서 세계 최초의 안티에이징(항노화) 라이프센터를 표방한 차움의 개소식이 있었다.

이날 개소식은 국내·외 유명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적인 가수 쉬나 이스턴의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시작됐다. 이어 섹스앤더시티의 주인공 샬롯 역으로 잘 알려진 크리스틴 데이비스, 미국의 원로배우 헨리 폰다의 아들이면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피터 폰다 등이 소개되면서 절정을 이뤘다.

이날 행사장은 차량으로 인해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복잡했고 주차장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도로에는 레드카펫까지 깔려 그야말로 ‘초호화판’ 개소식이라는 명칭이 무색하지 않았다.

차움은 차병원재단에서 운영을 총괄하고 있으며 피엔폴루스 건물 5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2층은 검진·진료센터, 3층은 레스토랑과 스파, 5층은 휘트니스클럽, 6층은 고객대기공간, 7층은 수영장과 수치료센터로 운영된다.

차움은 개소식 이후 연일 세간에 오르내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방한스타들의 화려한 면면도 그렇지만 무려 1억7천만원에 달하는 회원권 금액, 화려하기 그지없는 인테리어와 시설, 향후 국내 의료관광의 모델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에서다. 7월부터 진행된 시범운영기간에 가입한 사람만도 300명을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보면서 몇 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먼저 의료서비스에 있어 심각한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과연 1억7천만원에 달하는 회원권을 사고 연회비 450만원을 낼만큼 여유 있는 사람이 전체 국민 중 몇 %나 될까.

최근 인구주택 총조사를 실시했던 지난 2005년 기준으로 국내인구는 4727만8951명이다. 차움이 연간 10만명의 회원을 관리할 수 있다고 해도 이를 통해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불과 0.2%에 불과하다. 결국 전체 국민의 0.2%를 위해 운영되는 건강센터를 보면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 지 자문해보면 쉽게 답이 나올 일이다.

나름 잘산다고 생각되는 의사들 10여명에게 그 정도 소득이면 차움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 결과 모두 난색을 표했다. 한 의사의 표현에 따르면 “이건 그야말로 VIP 몇 명만 최고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인데 의사 입장에서도 좀 너무하다 싶다”였다. 최소한 의료에 있어 빈부격차를 이만큼 완벽하게 느끼게 하는 곳도 없다는 것이다.

“내가 열심히 번 돈을 내고 좋은 의료혜택을 받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굳이 반론하고 싶지 않다. 맞는 말이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내가 벌어 내가 쓰겠다는 데야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하지만 이를 운영하는 주체가 의과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이라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것도 재산을 일정한 목적에 바치고 이를 개인 소유가 아닌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법적으로 구성된 재단법인에서.

물론 차병원재단 관계자는 명목상 운영주체가 차의원·차바이오앤디오스텍·아시아월드짐이라는 각각의 법인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차병원재단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일이다.

게다가 운영상의 문제도 불거졌다. 기존에 5~7층까지 자리 잡고 있던 스포츠센터 템플럼 클럽 회원과의 원만치 않은 관계가 그것이다.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설령 법적 문제가 없다 해도 윤리성이 보다 강조되는 의료법인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일을 진행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차움 이정노 대표원장은 “차움은 시설, 의료서비스, 가격경쟁력 등 모든 면에서 세계적인 고품격 의료관광센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며 “차움은 앞으로 의료관광을 통해 2년 내 3600만 달러(약 420억원)의 외화를 벌어들이겠다”고 말했다.

의료를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꼭 이런 방법이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앞선다. 길게 본다면 좀 돌아가고 어려운 길이기는 해도 차병원이 이전처럼 독자적이고 혁신적인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로 승부하는 것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일선 의사들 사이에서조차 지나친 의료 상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크게는 건강보험재정 고갈, 의료민영화, 사보험 도입문제 등으로 한창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국민들에게 오히려 의료제도에 대한 불신감과 위화감을 증폭시키고 작게는 차병원이 그간 쌓아왔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일일 수도 있다.

차병원은 지난 1960년 차산부인과로 시작, 84년 강남차병원을 개원하면서 여성전문병원으로 명성을 높였고 이후 그야말로 성장일로를 걸어왔다. 97년에는 현 CHA의과학대학 전신인 포천중문의과대학을 개교하면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차병원은 이후 의료기술 개발에 집중하면서 세계 최초로 자궁경부암 진단키트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는가 하면 생활이 어려운 불임부부에게 시험관아기 무료시술을 실시하는 등 사회공헌도 활발히 펼쳐온 곳이다.

그런 의료법인에서 이 같은 시설을 운영하는 것이 과연 합당할까. 이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길 일이겠지만 차병원은 일반국민에 대한 진료를 통해 성장, 지금의 차병원그룹을 일궜다. 그렇다면 그로 인한 수익이나 혜택, 시설투자 등은 일부 부유층이 아닌 일반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