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60대 남성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 송모씨는 20대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송씨는 30년 전부터 잦은 기침, 숨가쁨 등 호흡기 이상 증상이 나타났지만, 으레 흡연으로 인한 증상으로 가볍게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았다.
그 후 10년 뒤, 송씨는 감기치료를 위한 찾은 병원에서 COPD를 진단 받았고, 지금은 간이호흡기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오르내리는 지하철 계단도 송씨에게는 막다른 벽이나 다름없다. 송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초기 증상들이 중증 COPD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줄 알았더라면 진작 담배를 끊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남은 평생을 호흡기를 의지해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만 하면 답답한 가슴이 더 막혀 온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50대 남성 COPD 환자 김모씨는 2001년 COPD 진단을 받고 10년째 숨쉬기 힘든 고통과 싸우고 있다. 봉제 공장 근로자로 일했던 김씨는 갑자기 쓰러졌던 그 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구급차에 실려 도착한 병원에서 김씨가 받은 진단은 COPD.
난생 처음 들어보는 병명에 그게 무슨 병이냐고 의사에게 되물었다고 한다. 김씨가 COPD임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그의 폐기능이 80%나 손상된 이후였다. 이로 인해 김씨는 직장을 그만둬야 했고, 1급 호흡기 장애인이 되었다. 집 앞 슈퍼마켓에 음료수 한 병을 사러 가는 것도 힘겹다는 김씨는 조금만 더 일찍 폐기능 검사를 받아 봤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처럼 COPD는 초기단계에서는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주로 장기간에 걸쳐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을 호소하고, 피부점막, 입술과 손끝이 검은색으로 바뀌는 청색증(cyanosis)이 나타나기도 한다.
중증의 경우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15cm앞에 있는 촛불도 끄기 힘들 정도로 호흡량이 부족해져서 운동은 물론 청소나 출근 등의 기본적인 일상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또한, 심한 호흡곤란과 객담, 기침 등으로 며칠씩 잠을 이루지 못해서 거의 탈진상태에 이르게 되고, 더욱 심해지면 의식이 혼미해져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할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다.
한양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박성수 교수는 “COPD는 40세 이전에는 드물게 발생하고, 55~85세의 연령층에서는 약 10%의 유병율을 보인다. 또한 COPD의 발병률은 흡연인구의 증감에 영향을 받는다. 국내에서는 현재도 많은 흡연인구가 있고 평균수명이 연장되는 경향을 보이므로, 향후 COPD의 높은 발병률이 예상된다”고 설명한다.
◇COPD 증상은?= 기침과 가래가 흡연자들간의 공통된 증상이고, 이런 증상은 나이를 먹으면서 얻게 되는 것으로 가볍게 여겨지기 때문에 우리나라 COPD 잠재환자의 92%는 병원 진료 조차 받지 않을 정도로 방치돼 있다. 보통, COPD와 천식의 증상을 혼동하기도 하지만, COPD와 천식은 다른 질환으로 증상도 다르게 나타난다. COPD의 특징은 호흡곤란 등 대부분의 증상을 거의 항상 느끼며, 천식은 밤에 기침이 많은데 비해 아침 기침이 심한 특징이 있다.
◇COPD 원인은?
△흡연= COPD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홖자의 80~90%는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다. COPD를 앓고 있는 흡연자들은 COPD를 앓고 있는 비흡연자보다 높은 사망률을 나타내며, 비흡연자들보다 더 빈번한 호흡장애 증상(기침, 호흡곤란 등)과 폐기능의 저하를 나타내게 된다. 일반적으로 COPD는 하루 1갑 이상 20년 동안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 흡연 시작 후 20년이 지나면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기오염=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등이 많이 함유된 대기오염은 흡연만큼 COPD의 위험요소가 된다. 나무, 석탄 스토브, 히터의 사용으로 인핚 실내공기오염도 폐기능을 저하시켜 COPD를 유발시킬 수 있다. 특히, 최근에 국내의 대도시에서는 대기오염이 심각해짐에 따라, 대기오염으로 인한 COPD환자수도 늘어날 전망이다.
△오염된 공기나 분진 등 직업상 노출= 오염된 공기나 분진이 많은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COPD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다. 카드뮴, 석탄, 이산화규소 같은 직업적인 오염 물질들은 폐기능을 손상시켜 COPD의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류의 오염 물질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탄광의 갱부, 건설 노동자, 금속 노동자, 면직 노동자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유리공이나 관악기 연주자, 성악가와 같이 폐에 많은 압력을 가하는 직업군에서도 발병률이 높다.
△유전적 요인= ‘α1-antitrypsin’은 폐를 손상시키는 단백질 분해효소를 억제하는 효소로서, 백혈구에서 유리된 Protease로부터 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유전적으로 ‘α1-antitrypsin’이 부족한 환자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폐를 손상시키는 것을 막지 못해 폐기종이나 COPD가 발병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에서는 이 유전자 결핍에 의한 폐기종이나 COPD의 보고 사례는 없다.
◇COPD 검사와 진단
COPD 진단과 관리를 위해서는 폐기능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루에 1 갑씩 10~20년간 담배를 피웠고 40세 이상이라면, 현재 금연을 했을지라도 폐기능 검사를 매년 받아 폐기능의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COPD 검사는 대표적으로 스파이로미터(폐활량계)라는 장비로 검사한다. 비강으로 숨이 새지 않도록 코를 집게(클립)로 막고, 장비에 달려있는 호흡계의 파이프를 입에 물고 숨을 힘껏 내뿜거나 마시면서 폐 기능을 측정하게 된다. 최대한 들여 마시고 내쉬는 공기의 양을 평가하며 동시에 얼마나 빨리 많은 양의 공기를 마시고 내쉴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대부분의 경우, 자동적으로 계측치와 함께 컴퓨터에 의해 분석돼 결과가 출력되고 질환을 진단하고 그 중증도가 판정되므로 그 자리에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COPD 진단기준은 폐기능 검사상 FEV1이 정상 예측치의 80%미만이면서, 1초시 강제호기량과 노력성폐활량의 비(FEV1/FVC)가 70%미만이고 수개월내에 증상이 정상화되지 않는 것다. FEV1이란 정상 성인이 강제 호기를 하면 처음 1초 동안에 폐활량의 75%이상, 2초 동안에는 85%, 3초 동안에는 95%를 방출할 수 있는 데, 이 중 1초 동안의 강제호기량을 말한다.
◇COPD 치료법=COPD는 완전하게 치료되지 안는 병이지만 증상을 호전시켜, 일상생활의 활동범위를 넓혀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 질환이다. 최소한도로 일할 수 있도록 질환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금연=COPD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금연하는 환자들과 비교할 때 흡연을 계속하는 환자들은 폐기능이 더 빠르게 악화된다.
△약물요법=COPD에 1차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은 기관지확장제이다. 최근 경구용 치료제 보다는, 적은 양으로도 호흡기에 바로 작용하는 흡입제가 권장되고 있다. 또 스테로이드제는 항염증 약물로 주로 천식의 일차 치료제로 사용되지만 COPD에는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다. 하지만, 기관지확장제에 어느 정도 반응하는 COPD나 증상이 악화돼 최대 용량의 기관지확장제도 효과가 없는 COPD의 급성악화 시기에 사용할 수 있다.
△산소치료= 동맥을 흐르는 혈액에 저산소혈증이 지속되는 경우(PaO2<55mmHg)나 폐성심(Corpulmonale)이 초래되는 경우 지속적인 산소요법이 필요하다. 병원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산소투여가 권장되고 있다. 다만, 산소도 약물의 하나로 생각해서 반드시 필요한 산소량을 처방 받아 투여하도록 해야 핚다.
△외과적 수술= COPD가 급속도로 악화돼 적혈구용적률이 55%이상인 경우에는 정맥절개술을, 커다란 공기주머니(대기포)가 있을 때는 기종의 수술적 제거 등도 고려할 수 있다.
박성수 교수는 COPD 예방을 위해선 배를 끊고, 유산소 운동을 통해 폐를 건강하게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또 비타민C가 많은 과일, 현미, 호두 등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고, 정기적인 폐기능 검사를 통해 폐건강을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요즘 같이 일교차가 큰 계절에는 감기, 독감 등이 치료를 통해 면역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하고, 가습기 등으로 실내 습도조절을 해 건조한 겨울철에 호흡기가 자극 받지 않도록 할 것을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아빠 힘내세요] 40대 흡연 아빠, 당신도 혹시 COPD(?)
입력 2010-11-01 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