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보건복지부는 최근 투자개방형 의료기관(영리병원)의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 투자유치 지원은 적극 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이와 관련해 ‘국내 보건의료체계의 취약성 고려 시 투자개방형 의료기관 도입은 현시점에서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되며 이와 별도로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 투자유치 지원을 꾀할 방침’이라고 국회 상임위에 보고했다.
복지부의 이 같은 방침은 경제자유구역 내에 설립하는 외국의료기관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지만 영리병원 설립을 사실상 허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결국 국내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의료 산업화를 위해서는 영리병원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연결돼 국내 의료기관이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료 산업화는 국내에서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도 난치질환자들은 치료는커녕 약조차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의료 산업화는 이 같은 현실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난치질환자들은 환자수가 많지 않은 탓에 사회뿐만 아니라 의료계로부터도 외면을 받고 있다. 정부 지원이 없다보니 ‘수요·공급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제약회사들에는 몇 명 되지도 않는 환자들을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 약을 개발할 유인효과가 없다. 의과대학 역시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투자는 미미하다. 정규 커리큘럼조차 개설돼 있지 않아 희귀난치성 질환은 일부 의사들에게조차 익숙하지 않은 ‘희귀’한 질환인 경우가 많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희귀질환을 다룰 수 있는 인력배출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국에서 희귀난치성 질환에 걸린 사람은 확진 판정을 받는 데만 4~7년이 걸리는 게 현실이다.
영리병원을 설립, 투자를 활성화해 의료서비스를 선진화하겠다는 데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문제는 의료를 경제논리로만 접근할 경우 비인기 진료과목이 도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외면 받고 있는 희귀난치성 질환의 경우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관련 투자는 사실상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사실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투자는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수익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산업적으로 보더라도 결코 헛돈을 쓰는 게 아니다. 관련 연구를 통해 21세기 한국의 성장 동력으로 키우려는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강국으로 올라설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연구비 보조는 물론 신약개발 허가기간을 대폭 단축함으로써 제약회사의 연구개발을 위한 유인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산업시대의 때를 벗지 못한 한국사회는 여전히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 원칙을 신봉하고 있는 듯하다. 국민 대다수는 많지 않은 희귀난치성 질환자에 대한 투자를 늘리느니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질병에 대한 투자를 늘려 치유율을 높이는 게 훨씬 ‘효율적’으로 느낄 것이다. 우리의 목표가 복지사회라면 효율만을 중시하는 산업시대의 때는 이제 벗을 때가 됐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아니라 ‘최소 수혜자에 대한 최대 혜택’을 지향하는 사회로 바뀔 때다. /uletmesmile@kmib.co.kr
[기자의 눈/정유진] 희귀난치성 질환자엔 의료산업화는 재앙
입력 2010-10-28 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