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자살과 흡연’ 심포지엄 개최
[쿠키 건강] 자살은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에게서 높게 나타나고, 흡연양이 증가하면서 자살률이 증가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법적 기반 조성과 전문인력 양성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국립중앙의료원(이하 NMC)은 NMC 대강당에서 ‘자살과 흡연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의 자살과 흡연의 상관관계는 물론 그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NMC에 따르면 OECD 국가 대부분이 2000년 이후 자살률이 감소를 보이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일본, 멕시코 등과 함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09년에는 10만 명당 자살률이 31명으로, 그동안 자살률이 높았던 헝가리나 일본보다 더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최근 ‘행복전도사’로 알려진 방송인 최윤희 씨의 자살보도를 계기로, 미디어를 통해 보여 지는 유명인의 자살 관련 보도가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갖는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자살과 흡연의 상호 연관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다음은 이날 ‘자살과 흡연’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발표한 내용이다.
하규섭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서울의대 정신과 교수)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사망률이 1위인 원인은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체계의 부족, 사회 전반의 스트레스 증가, 우울증 등 정신장애에 관한 이해부족과 치료 기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자살예방정책 실현을 위한 법적 기반 조성과 전문인력 양성을 통한 체계적인 자살예방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오강섭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는 “많은 자살사망자가 정신질환(우울장애, 기분장애, 알코올의존, 정신분열병, 각종 불안 장애, 섭식장애, 성격장애 등)을 하나 이상 갖고 있다”며 “정신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 교수에 따르면 정신분열병 환자의 25~50%가 일생동안 한 차례 이상 자살을 시도하며 정신분열병환자 10명 중 1명은 자살로 사망한다.
조근호 을지병원 정신과 교수는 “청·장년층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우울증이 자주 발생하며, 흡연을 하는 우울증 환자에게서 자살시도 발생률이 높다”면서 “이는 흡연이 감정, 충동성, 공격성 등 자살과 관련된 심리상태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는 금연 약물치료를 고려해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교수는 노인자살과 관련해 “60대 이상의 자살률이 20대의 자살률보다 7배나 높고 향후 인구 고령화로 노인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고 지적한 뒤 “국내외 여러 연구결과 흡연이 노년기 자살과 많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보고는 많다. 우리나라 60대 이상의 노년기 흡연인구가 16.0%에 달함을 감안할 때 노인 자살을 예방적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노인 금연운동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배우 故이은주 씨의 자살보도가 있었던 05년 2월 당시 한 달간 모방 자살이 739명에서 1309명으로 증가한 사례를 들며 미디어를 통한 유명인의 자살이나 흡연장면은 대중에게 모방이라는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하 교수는 “미디어의 상세한 보도관행에 문제가 있다”면서 “보건의료전문가와 보건정책 담당자는 미디어를 활용해 유명인의 영향력을 흡연과 자살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심포지엄을 주관한 박재갑 NMC 원장은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1위로 평균 자살률보다 3배나 많고, 한국인 사망질환 4위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자살은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에게서 높게 나타나고 있고, 흡연양이 증가함에 따라 자살률이 증가하는 것은 이미 의료계에서는 확인된 사실”이라며 “특히 감정과 충동성, 공격성에 나약한 청장년층이 흡연으로 인해 자살 피해자가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이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흡연자, 비흡연자 비해 자살률 높아”
입력 2010-10-26 1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