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일교차에 의한 감기, 최고의 약은 ‘발열’

입력 2010-10-26 10:05
일교차 심할수록 감기에 노출 가능성 높아… 부분별한 항생제, 해열제 남용은 면역력만 떨어뜨려

[쿠키 건강] 한의학에서는 감기를 외부의 찬 기운, 바이러스 등과 같은 사기(邪氣)가 침범해 생기는 ‘외감(外感)’과 정서적으로 민감해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내상(內傷)’으로 나눈다. 그 중 외감은 ▲열이 다소 높고 땀이 나며 기침과 누런 콧물, 입안이 마르는 풍열형(風熱型) ▲열과 오한, 몸살, 맑은 콧물, 재채기 등이 있는 풍한형(風寒型) ▲고열과 심한 오한, 두통과 전신 몸살, 눈 충혈 등이 있는 시행감모(時行感冒)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감기는 사계절 모두 발생할 수 있고, 특히 봄과 가을 등 기후가 급변하는 환절기에 많이 나타난다. 무엇보다 요즘과 같은 가을은 다른 계절에 비해 감기 환자가 1.5배 정도 늘어난다. 이렇듯 가을에 감기가 더 자주 걸리는 이유는 무더운 여름 동안 고갈된 아이들의 체력에 계절적인 특성이 더해진 탓이다.

◇감기 몸살, 가을에 1.5배 더 많아

가을은 다른 계절에 비해 일교차가 심해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또한 건조한 날씨는 코 점막을 약하게 만들어 감기 바이러스를 잘 이겨내지 못하게 한다. 여기에 기온이 떨어지면서 감기 바이러스의 활동 또한 왕성해진다. 날씨가 시원해지면서 외출도 잦아져 감기 바이러스에 많이 노출이 되면서 감기에 더 자주 걸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가을이라고 모든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생후 6개월 이전에는 엄마 뱃속에서 가지고 나온 선천성 면역 성분 때문에 감기가 잘 걸리지 않는다. 6개월이 지나면 선천성 면역은 거의 없어지고 아이 몸에서 스스로 면역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 온다. 감기를 잘 이겨내면 면역력이 점점 강해지지만 잘못 치료하게 되면 감기약을 달고 사는 아이로 만들 수 있다. 또한 만 4세 전후로 만성 비염이 시작되는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아이들의 대부분이 생후 6개월 이후의 시기를 잘못 보낸 아이들이다.

◇면역력을 키우는 최고의 감기약은 ‘발열’

아이가 감기에 걸려 열이 나면 엄마들은 당장 병원에 달려가 감기약부터 먹인다. 발열, 콧물, 가래, 기침, 두통 등의 감기 증상은 우리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면역 반응이다. 억지로 없애면 오히려 감기 치료를 방해할 수도 있다. 바이러스는 열이 높으면 잘 활동하지 못한다. 이 때 해열제를 복용해 열을 떨어뜨리면 오히려 바이러스를 보호해주는 꼴이 된다. 열을 잘 이겨내는 건강한 아이라면 40℃까지 해열제를 주지 않아도 된다. 해열제는 아이가 힘들어하고 열이 39℃ 이상일 때만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콧물, 가래, 기침도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 즉 나쁜 물질을 효과적으로 몸 밖으로 배출하기 위한 작용이다. 음식을 먹다가 사레가 걸려 기침을 할 때 기침약을 먹이지 않듯이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한다고 해서 억지로 기침을 멎게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러한 감기 증상이 2주 이상 갈 때는 단순 감기가 아니고 비염, 축농증, 기관지염, 천식 등의 다른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감기는 대개 일주일 정도 가고 약 3일 째 증상이 가장 심해지다가 점점 좋아진다.

◇부드러운 유동식과 수분섭취에 유의

일반적으로 한방에서는 감기치료를 풍열형이라면 열을 내리는 치료를 하게 되고, 풍한형이라면 몸의 찬 기운을 몰아내는 치료를 한다. 환절기에 유행하는 독감은 한방으로 보자면 시행감모라 할 수 있는데, 이 때는 몸 안의 나쁜 독소를 땀으로 배출시켜 해독을 하면서 열을 내리는 치료를 하게 된다.

한방 치료와 더불어 집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잘 안 먹을 수 있으므로 부드러운 유동식으로 영양을 공급해주고, 수분 섭취에 신경 써서 열을 내리고 가래를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한다. 또 실내 온도(20~22℃)와 습도(50~60%)를 일정하게 유지해 쾌적한 돌보기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약 먹으면 일주일, 안 먹으면 7일이면 끝나는 감기

한방에서는 가을을 폐왕간쇠(肺旺肝衰)한 계절이라고 본다. 즉 폐는 왕성하고 간이 쇠약해지는 때라는 말이다. 아침과 저녁의 일교차가 크고, 여름 열기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환절기에는 하루가 다르게 바람이 차가워지기 때문에 폐 기능이 왕성해야 병에 노출되지 않는다. 우선 실내 온도를 24~26℃로 유지해 아이가 급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노출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무조건 에어컨을 틀기보다 의류나 침구류, 음식 등으로 아이가 적정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Tip. 감기치료의 좋은 예 VS 나쁜 예]

△좋은 예
-물과 비타민 A, C, E 등이 풍부한 음식을 먹인다
-감기에 걸려도 씩씩하게 뛰어놀게 한다
-감기약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이겨내게 도와준다
-열이 나면 최소 3~4시간 정도는 충분히 물을 먹이면서 발열이 되도록 유지해주며, 이후 40℃ 정도의 욕탕에 10분 이상 아이를 담가 두면서 땀이 나게 해 해열시킨다
-엄마가 직접 만든 부드러운 음식을 먹여 소화력을 돕고 기운을 돋아준다

△나쁜 예
-감기가 걸렸다 싶으면 미리 종합감기약을 먹인다
-아이가 미열이 나도 해열제를 먹인다
-병원에 진료 받으러 가서 “주사 놔주세요”라고 말한다
-콧물이 나면 무조건 흡입기로 빼준다
-혹시 추우면 감기에 잘 걸릴까 봐 평소 꽁꽁 싸매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