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 칼럼] 항암치료 위한 입원실 문제 해결 시급해

입력 2010-10-25 12:08

글·김형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급히 입원실을 잡아달라는 것이다. 들어보니 사정이 있었다. 아는 사람이 암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암치료는 대개 4~6주 간격으로 하는데 그 때마다 입원해 치료해야 한다. 항암치료를 해야 할 시점에 입원실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다면 그야말로 낭패일 수밖에 없다. 환자에게는 원하는 날짜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는 것이 절박한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때로 환자가 치료를 위해 입원을 원하는 날짜에 입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 시점에 퇴원하기로 돼 있는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그 환자는 퇴원할 수가 없다.

또 그 사이에 예기치 않은 응급환자가 입원할 수도 있다. 예약된 병실이라고 해서응급환자를 되돌려 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러 사정에 의해 병원에서도 본의 아니게 입원실을 배정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병원에 빈 입원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빈 방은 있지만 남자와 여자를 같은 방에 입원시킬 수 없는 일이고 어른과 어린이를 같은 방에 입원시키지도 못한다.

병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산부인과 암환자를 안과 입원실에 입원시키기도 어렵다. 여러 명이 함께 쓰는 병실의 경우 같은 방에 있는 다른 환자들의 불평이 크기 때문이다.

암 환자에 대한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으로 경제적 부담은 줄었지만 항암치료를 제 때 받기 위한 입원실 확보 문제는 모든 병원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하루가 급한 암 환자들에게 그렇지 않아도 힘든 암과의 싸움에서 엉뚱하게 입원실 문제로 고통 받는 일이 없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