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튀빙겐대학교 당뇨 및 대사증후군 외래, 내분비학과장 밥티스 카비츠 교수
[쿠키 건강] 전세계적으로 당뇨로 인한 사망은 연간 거의 400만 건에 이른다. 이는 선진국 사망 원인 중 4위 또는 5위를 차지하며, 많은 개발도상국 및 신흥공업국에서도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도 매 10초마다 2명씩 새로운 당뇨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당뇨는 심혈관 질환에 있어 주요한 위험 요소이다. 세계적으로 당뇨병이 있는 약 50%가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다. 특히 유럽은 모든 당뇨 사망의 75~85%를 차지한다. 혈당이 조절되지 않으면 온 몸, 특히 신경 및 혈관에서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보통 2형 당뇨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당뇨가 없는 사람보다 5~10년 더 일찍 사망하며, 이는 대부분 심혈관 질환에 기인한다.
특히 당뇨성 신질환은 높은 혈당 수치로 인해 신장 세포가 손상됨으로써 나타나는데 2형 당뇨 환자의 약 65%가 신장애의 위험을 갖고 있거나 또는 이미 어느 정도의 신장애를 갖고 있다. 또한 신기능 장애를 갖고 있는 환자는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3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
이처럼 증가하고 있는 당뇨병에 대해서 한국도 예외지역은 아니다. 국내에서 발표된 각종 통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의 수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더욱 문제인 것은 젊은 연령층의 당뇨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당뇨에 따른 합병증도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연령층에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당뇨병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최근 부산에서 열린 세계당뇨연맹 심포지엄의 연자로 내한한 독일 튀빙겐대학교 당뇨 및 대사증후군 외래, 내분비학과장인 밥티스 카비츠 교수(Prof. Baptist Gallwitz)을 만나 들어봤다.
갈비츠 교수는 현재 독일당뇨병협회, 미국당뇨병협회, 유럽당뇨병협회 이사회 멤버이자, 다양한 국제 당뇨 저널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주 연구는 인크레틴 호르몬의 생리학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임상 전공분야는 2형 당뇨 및 그 합병증에 대한 치료이다.
Q. 방한 목적 및 주요 연구 분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달라.
-한국에서 열리는 IDF(세계당뇨연맹) 및 베링거인겔하임의 심포지엄의 연자로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심포지엄에서는 2형 당뇨가 얼마나 복잡하고, 이 분야에서 어떠한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하고 있는지에 대해 발표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지난 20년 간 2형 당뇨와 인크레틴 기반 치료에 대해 연구해왔다.
Q. OECD 국가 중 당뇨로 인한 사망이 높은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은 그야말로 ‘당뇨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뇨병이 증가하고 있는 원인과 왜 관리가 어렵다고 하는지 설명해 달라.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2형 당뇨가 증가하는 원인으로는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있다. 특히, 지난 50년간 생활환경이 바뀌면서 운동량이 줄고, 식사량이 풍족해지는 등 라이프스타일도 변해 비만 인구가 늘어났는데, 알려진 바와 같이 비만은 2형 당뇨의 아주 중요한 위험 인자로 꼽힌다. 예전에는 살이 찌는 유전자가 생존에 중요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그러한 유전자는 질환만 유발할 뿐 더 이상 필요 없게 됐다.
당뇨 관리가 어려운 이유로는 진단이 어렵다는데 있다. 실제 대부분의 2형 당뇨 환자들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혈당 수치가 높아도 전혀 몰랐었던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진단이 됐을 때 대부분 합병증이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혈관 관련 합병증, 심할 경우 심근경색 및 뇌졸중 등 합병증이 나타난 후에야 진단되는 경우도 많다.
Q. 당뇨로 인해 여러 가지 합병증이 나타나는데, 그 중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은 무엇인가.
-유럽에서는 특히 심혈관계 관련 합병증이 가장 많다. 당뇨로 인한 사망의 3/4이 심혈관 합병증일 정도다. 그 외 신장 질환, 발, 눈 등에서 나타나는 당뇨 관련 합병증들도 심각하며, 환자의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준다.
Q. 당뇨병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당뇨는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접근해야 하는 만성 질환으로, ‘치료’보다 ‘관리’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관리를 함에 있어 환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장기적으로 라이프스타일 바꿀 수 있도록 격려하는 부분, 그리고 당뇨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조언하고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특히 인슐린, 설포닐우레아와 같은 기존의 치료제와 같이 저혈당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치료제의 경우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 관리 및 조언해 줄 사람도 필요하다.
Q. 현재 사용되고 있는 당뇨 치료제와 그리고 새로운 나오고 있는 치료제에 대해 설명해 달라.
-시간대별로 치료제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겠다. 40여 년 전부터 사용된 경구용 설포닐우레아(SU, Sulfonylurea)는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될 수 있도록 하는 약물로 초기에는 효과가 있으나, 실제 혈당 치와는 관계없이 무조건 인슐린 분비해 저혈당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체중이 증가하고, 베타 세포 기능을 저하시켜 연 5% 가량이 이 치료에 실패한다.
메트포르민은 혈당 강하 효과가 좋고, 체중 증가의 염려가 없는데다 안전한 편이지만 신장애가 있는 환자 및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고, 보통 20%의 환자가 설사, 오심 등 위장관계 부작용을 겪는다.
1990년 대 말부터 사용된 글리타존 계열의 약물은 체중이 증가하고, 부종이 잘 생겨 심장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심부전 환자는 사용하지 못한다. 최근에는 심혈관계 부장용뿐 아니라 골절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로지글리타존 대비 피오글리타존은 지질 관리 및 심혈관 기능 인자를 개선시킨다는 장점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인슐린(주사제) 사용은 적절한 치료 전략이 필요한 요법이다. 이 치료의 한계는 마찬가지로 체중이 증가하고, 고용량의 경우 저혈당 위험이 있으며, 환자가 직접 주사 놓아야 하므로 혈당 측정 및 주입 방법, 용량 계산에 대한 환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1세기에 들어 인크레틴 기반의 치료법이 등장하게 됐다. 인크레틴 치료법은 우리 몸 속 GLP-1 호르몬을 이용하므로, 생리적으로 정상적인 범위 내로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반대로 당을 분비하는 글루카곤의 분비를 억제한다. GLP-1 호르몬은 이밖에도 최근까지의 동물 실험을 통해 베타 셀의 수를 늘리고, 기능을 향상시켜 심혈관 보호 기능을 갖는다는 부수적인 이점에 대한 내용도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GLP-1은 그 자체만으로는 치료제가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 몸에서 DPP-4라는 효소가 자연적으로 GLP-1을 분해해 버리기 때문에 그러므로 GLP-1 호르몬을 활용하려면 DPP-4 저해제를 사용해야 하며, 이것이 가장 최근까지 개발된 최신의 당뇨 치료제로 현재 사용 중이다.
Q. 베링거인겔하임도 새로운 DPP-4 저해제 계열의 당뇨 치료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 중인 DPP-4 저해제 계열 당뇨 치료제는 리나글립틴(linagliptin)이라는 성분으로, 현재 3상 임상 진행 중이다. 다양한 단계의 2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단독 혹은 병용 요법에 있어 리나글립틴의 효과와 안전성을 알아보고 있으며, 특히 DPP-4 저해제 중 유일하게 신장이 아닌, 간을 통해 배설된다는 점에서 신장애가 있는 수많은 당뇨 환자들에게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기존 DPP-4 저해제의 경우, 신장애가 있는 환자는 사용할 수 없나?
-경증, 중등증 환자는 사용할 수 있지만 세심한 용량 조절이 필요하며, 더구나 신기능이 약해져 있는 노인 환자의 경우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신기능은 꼭 약물 때문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당뇨가 진행되면서, 또는 고혈압과 같은 동반질환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나빠질 수 있다.
Q. 당뇨 관리에 있어 약물 요법 외 자기관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무엇보다도 예방이다. 몸에 좋은 음식, 예를 들어 한국의 김치 등으로 건강하고 즐거운 식사를 하고, 간식을 줄이며, 하루 30분이라도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등 예방적인 노력이 치료에 선행돼야 하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인터뷰] “당뇨병 진단 됐을 때 대부분 합병증 이미 진행”
입력 2010-10-25 0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