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 체중 약 3∼5배가 앞쪽으로 쏠려 근육 및 관절, 허리등 환자 급증
[쿠키 건강] #주부 김미현(37)씨는 최근 산악동호회원들과 함께 단풍물결이 절정인 설악산을 찾았다. 단풍을 구경하며 설악산 정상에 무사히 올라 약간의 휴식을 갖은 후 하산하던 김씨는 무리하게 속도를 내 내려오다가 돌멩이를 밟아 몸에 중심을 잃어버리면서 허리가 약간 삐끗했다. 처음에는 발을 디딜 때마다 약간씩 허리에 통증이 있었지만, 하산 후에는 괜찮은 것 같아 병원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잠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부터 허리와 골반이 쑤시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허리가 뻣뻣해졌고 점점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김씨의 병명은 척추후관절증후군.
단풍이 물든다는 10월, 최근 야외활동하기 좋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주말에 산을 찾는 등산객이 늘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주 단풍을 보기 위해 설악산을 찾은 입산객이 11만 명이 넘었다”며 “단풍의 절정인 이번 주말과 다음주는 1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강원지방 기상청은 “올 단풍 물결로 유명한 설악산의 단풍은 20일께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풍놀이를 즐기기 위해 산을 찾는 입산객들이 많아지면서 허리나 무릎 통증 등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무리한 움직임에 의해 자주 발생하는 척추후관절증후군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척추전문병원 세연통증클리닉이 지난 9월부터 10월 두 번째 주까지 약 2개월간 척추나 무릎, 손목 등 치료를 위해 병원을 내원한 환자 총 1210명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결과, 등산 후 통증으로 인한 척추후관절증후군 진단을 받아 척추 치료를 받은 환자는 총 630명으로 전체 환자의 5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무릎 관절 치료를 받은 환자는 323명, 손목, 어깨 등을 치료 받은 환자는 231명, 기타 26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40~50대가, 성별로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많았다.
등산은 허리근육을 강화해주고 요통도 예방해주며 척추 뼈를 바르게 고정시켜, 만성 척추신경질환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또 근지구력을 향상시키고 체지방을 감소시키는데 효과적이며 정신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어 우울증 예방과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
하지만 무리하게 등산을 할 경우 척추 손상으로 인해 척추후관절증후군이나 골절 위험이 뒤따른다. 특히 40~50세 이상의 균형 감각이 좋지 않은 중년 여성이나 체지방 비율이 너무 낮은 마른 여성의 경우에는 삼가야 한다.
특히 내리막길에서는 본인 체중의 약 3∼5배의 무게가 앞쪽으로 쏠려 근육 및 관절, 허리 등, 각 부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등산할 때는 평지에서보다 약 절반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걷는 것이 좋고 내려오는 길에는 보폭을 크게 하거나 뛰어내려오게 되면 넘어지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또 등산 시 배낭의 무게는 자신 몸무게의 10%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등산화는 너무 죄거나 너무 큰 것은 피해야 하며 지팡이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서 체중을 분산시켜 허리나 관절에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에 등산 전용 지팡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무리한 움직임에 의해 자주 발생하는 척추후관절증후군
허리디스크가 척추뼈 안에 말랑말랑한 수핵이 압력에 의해 밀려나와 신경을 누르면서 요통과 마비를 동반하는 증상이라면, 척추후관절증후군은 척추를 지지해 주는 척추후관절에 문제가 생겨 통증이 생기는 증상이다.
척추후관절증후군은 갑작스러운 외상, 허리삠이나 장기간 동안의 잘못된 자세가 원인이 되며, 허리근육이 약한 여성들에게 자주 발생한다. 증상은 허리와 골반이 쑤시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특히 아침에 허리가 뻣뻣해지고 증상도 심하다. 또 잠자리에서 몸을 옆으로 돌릴 때와 허리를 뒤로 젖힐 때 통증이 느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척추후관절증후군은 허리디스크와 원리가 다르기 때문에 허리디스크 치료를 받아도 특별한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디스크 치료 후에 저리는 증상이 나아져도 허리에 통증이 계속 있다면 척추후관절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세연통증클리닉 통증의학전문의 최봉춘 원장은 “보통 요추염좌 환자, 약 70%가량이 척추후관절증후군에 해당될 정도로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등산 후 허리가 아프면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하지만, 척추후관절증후군은 허리디스크와 발생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에게 올바른 진단과 치료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척추후관절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바른 자세를 취해 후관절면의 퇴행을 늦추도록 노력해야 하며, 운동치료를 통해 관절 주변의 인대와 근육강화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척추후관절증후군, 신경차단술이 효과적
손상이 있는 척추후관절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후관절에 혈액순환과 영양공급을 증가시키는 관절치료와 늘어나거나 경직된 부위의 근육을 풀어주는 물리치료를 진행한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에도 쉽게 낫지 않고, 통증이 계속된다면 신경차단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신경차단술은 척추뼈를 투시해 볼 수 있는 기기를 사용해 관절주변에 분포돼 있는 신경 중 통증에 예민한 신경에 약물을 주입해 통증을 선택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신경차단술은 주사바늘을 통해 약물을 주입하는 시술로 신체에 부담이 거의 없고 합병증에 대한 우려가 적기 때문에 효과가 신속한 장점이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단풍철 무리한 산행… 척추후관절증후군 조심하세요”
입력 2010-10-18 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