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최상숙 식품의약품안전청 화장품심사과 과장>
[쿠키 건강칼럼] 시리도록 푸른 하늘, 산 능선을 가득 메운 억새꽃과 예스런 길을 따라 붉게 물든 단풍이 깊어 가는 가을의 정취를 더해간다. 이럴 땐 누구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푸른 하늘과 단풍이 어우러진 한적한 가을 길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이렇듯 여유로워진 마음도 잠시, 여름을 거치면서 한결 칙칙해진 피부톤과 아침, 저녁으로 당겨대다 모자라 허옇게 일어난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뿐만 아니라 피부도 가을을 타는 것 같다.
여름이든 가을이든 휴가를 떠나기에 앞서 반드시 챙겨야 할 물건은 무엇이 있을까? 세안도구는 기본이요, 자외선 차단제, 클렌징 등을 떠올릴 것이다. 특히 여성들에게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는 화장품이 빠질 수 없을 것이다.
화장품은 때와 장소, 계절 등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의 신선도, 품질 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장품의 요건은 피부에 대한 자극, 알레르기 등 독성에 대한 안전성이 우선 확보돼야 하고, 보관에 따른 변질, 변색, 변취, 층분리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정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물론 미생물 오염 또한 없어야 한다. 피부에 사용했을 때도 매끄럽게 잘 스며들고 사용성이 좋고, 피부에 적절한 보습작용, 피부의 노화억제, 자외선차단, 미백 등 유효성(기능성)이 우수해야 한다. 특히 화장품은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의약품과는 달리 정상인이 매일, 평생 사용하는 것으로서 부작용이 없는 안전하고 일정하고 균질한 제품이어야 한다.
화장품은 여러 가지 사용목적을 가지고 있고, 제형 또는 유형도 다종다양하다. 화장품은 유지류, 단백질, 무기물 외에 많은 양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 세균, 진균 등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영양제다. 따라서 화장품은 일반적으로 원료자체 및 제조, 충진 등 각 공정에서 미생물에 의해 오염될 수 있으므로 제조 시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하나의 화장품이 생산돼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과 창의력이 요구된다. 올해 유행하는 화장법은 어떤지, 색소는 어느 색인지, 어떻게 하면 사용하는 원료보다 더 좋은 기능성원료로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 어떻게 제제 개발을 해야 기능이 있는 물질을 피부에 흡수시켜 효능을 나타낼 수 있는지 등등. 하지만 아무리 안전하고 기능이 탁월한 화장품이라도, 안정성에 문제가 있어 유통 중에 품질의 변화가 생긴다면 그 제품은 우수한 제품이 아니다.
화장품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상품품질유지를 위한 시험으로는 위생학적 평가가 있다. 위생학적 평가로는 관능시험, 물리적시험, 유효성분의 분석 등이 있는데 이는 품질유지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관능시험과 물리적인 시험에는 제형별, 유형별로 서로 공통적인 시험이 많다. 모든 제품에 상태, 외관, 냄새, 색조, 사용감(사용성) 등에 대한 시험을 하고 균질성, 유화상태, 부착성, 입도, 비용적, 비중, 경도, 점도, 녹는점, 내온성, 청량성, 용해성, 자극성, 세정력, 기포력, pH 등은 제품특성에 따라 필요한 시험항목을 시험·평가한다.
화장품 안정성시험은 제품을 적절한 조건에서 보관할 때 기능성과 심미성, 물리·화학적 및 미생물학적 품질 기준에 적합함을 확인하고 이에 따라 사용기한 및 유통기한의 적정성을 도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 시험의 대표적인 안정도를 확인하는 시험은 온도의 안정성(-20℃, -4℃, 5℃, 37℃, 45℃), 광안정성, 광산란법, 용기와의 상용성, 외관 및 입자의 변화 등이 있다. 이런 안정성시험은 제품을 출하하기 전에 모든 시험을 수행해 통과한 후 제품을 시중에 유통시키게 된다.
화장품의 생산관리는 안정성, 안전성, 유효성 측면에서 항상 일정하고, 균질면에서 중점이 되고, 환경 변화에 저항해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예전의 화장품의 경우 액상이거나 수용성과 지용성을 유화시킨 형태의 단순한 제품이 주를 이뤄 품질관리 부분도 간단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나노 리포좀, 캡슐화, 하이드로젤 등 다양한 형태의 제형이 개발되고 있어 그 제형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가에 대해서도 품질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소위 유기농, 자연주의, 한방화장품 등의 천연물이 주를 이루고 있는 화장품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으며 이런 경우에는 미생물 오염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기능성화장품의 경우에는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품질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능성을 나타내고 있는 성분에 대한 확인, 함량시험 또는 기능성시험 항목을 정하고 있으며 제품을 생산할 때마다 생산업체에서 실험할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수거 검사를 통해 적합한 제품이 유통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있다.
화장품의 품질은 변질, 변패, 층 분리, 이물혼입 등 사용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유해성분 함유, 유해 미생물 함유 등 소비자가 오감으로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따라서 안전하고 우수한 화장품의 유통을 위해서는 소비자, 제조 및 유통업체와 정부가 유기적으로 종합적인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안정성시험을 거쳐 통과한 제품도 사용 시에 주의해 사용하지 않으면, 미생물에 의해 오염될 수 있다. 따라서 화장품은 사용할 때, 보관할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한번 개봉한 제품을 빠른 시일 내에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크림 제형은 손으로 떠서 사용하기 보다는 별도의 도구를 이용해 덜어내는 것이 좋고,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화장품을 보관하는 것도 필수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스킨, 로션, 크림 등 기초제품은 냉장고에 넣고 사용하는 것도 좋다. 이는 시원한 사용감 측면에서도 좋지만 미생물 번식을 조금이나마 적게 할 수 있다. 조금은 번거롭고 귀찮을 수 있겠지만 약간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화장품을 더 신선하게 사용할 수 있다.
[화장품, 제대로 알고 씁시다(19)] 화장품 품질 늘 일정하게 유지하기
입력 2010-10-15 1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