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칼럼] 30대 남성 A씨는 수 년 전부터 뒷목이 뻣뻣하며 어깨가 결리고 두통이 있었다. 업무상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과로·과음으로 뒷목이 더욱 뻣뻣해지더니 왼쪽 뒷머리 풍지혈(風池穴 ; 귀아래 끝과 평행선상의 머리카락이 끝나는 부위로 뒷목 가운데에서 양쪽으로 약 1.5㎝ 정도로 오목하게 들어간 부위)에 원형탈모가 생기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식욕이 떨어져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소화불량도 생겼다. 피로감으로 무기력증이 생겼고 입이 마르며 눈이 피로하고 술을 마시면 설사증상이 나타났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주일에 4회 이상 과음하다보니 아침에 일어날 때 베개에 머리가 빠져있고 평소에도 탈모량이 증가해 하루에 100개 이상, 심한 날에는 200개 정도 머리카락이 빠졌다. 3달 후에는 가로 52㎜, 세로 58㎜ 정도로 원형탈모가 커졌다. 가족력으로는 아버지가 남성탈모가 있었다.
본래 뒷머리 부위는 앞머리나 정수리에 비해 두피가 두껍고 혈류량이 많기 때문에 탈모가 잘 발생하지 않는다. 또 모발을 이식할 때는 뒷머리 부위의 모발을 이용해 탈모된 앞머리 부위에 모발을 이식한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오래 지속될 때, 항강증(項强症 ; 뒷목이 뻣뻣하고 무겁고 아프며 원활하게 돌릴 수 없고 목의 운동범위가 제한되는 증상)이 오래 지속될 때는 뒷머리 풍지혈 부위에 원형탈모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항강증은 과도한 업무로 인한 긴장이나 스트레스, 한 자세로 오랫동안 일한 경우, 교통사고로 목을 심하게 움직였을 때, 잠을 습한 곳에서 자거나 높은 베개를 사용한 경우, 장거리 운전 후, 고혈압이 있을 때 자주 나타난다.
목은 인체의 중요한 길목이다. 머리나 몸통으로 가는 모든 혈관과 신경은 목을 통과해 지나간다. 따라서 항강증으로 뒷목과 어깨근육이 뭉치면 머리로 올라가는 혈관들이 압박을 받게 돼 두피, 안면, 눈, 뇌, 귀로의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긴다.
이에 따라 두피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돼 모발의 영양분이 부족해져 모발이 가늘어지고 탈모가 나타난다. 아울러 두통, 눈 피로, 이명, 건망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왕긍당이 저술한 ‘증치준승’을 보면 ‘사람이 뒷목을 삐끗하거나 오래 앉아있거나 베개를 높이 베어 뒷목이 뻣뻣하고 움직이기 어려운 것은 신장이 허약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정(腎精)이 충분한 경우에는 모발에 윤기가 나고 검은 색을 띤다. 하지만 장시간 앉아있거나 과로로 신장이 허약해져 신정이 부족하게 되면 모발이 윤기가 없어지고 가늘어지며 탈모가 일어난다.
항강증으로 인해 뒷머리 풍지혈 부위에 원형탈모가 생기면 풍지혈에 약침과 침을 시술해 치료한다. 풍지혈은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의 20번째 경혈로 기혈조절, 머리를 맑게 함, 눈을 밝게 함, 열을 떨어뜨림, 근육이완의 효능이 있어 탈모, 두통, 비염, 이명, 눈피로, 항강증을 치료한다.
동의보감에서는 항강증이 있을 때 백회, 통천, 완골, 아문, 후계 등의 경혈에 함께 시술하면 보다 효과적이라고 했다. 양쪽 풍지혈을 엄지손가락으로 약간 아플 정도로 5초 정도 지긋이 압박한다. 숨을 들이마시면서 압박하고 숨을 내쉬면서 압박을 푼다. 양쪽을 5회 정도 반복한다.
A씨의 경우 탈모를 치료하는 하수오, 복분자, 상심자, 한련초의 한약과 항강증을 치료하는 오약, 강활, 방풍등의 한약을 복용했다. 두피를 치료하는 약침과 항강증을 치료하는 침을 15회 시술했을 때 원형탈모된 부위에서 모발이 올라와 까맣게 됐고 항강증과 눈피로감이 거의 치료됐다.
항강증이 있으면 컴퓨터나 독서할 때 1시간마다 휴식을 취하고 맨손체조나 어깨를 스트레칭해 준다. 양손 가운데손가락을 목덜미 중앙의 움푹 들어간 부위(경추)에 댄 후 목을 천천히 뒤로 젖혀 1분 정도 그대로 있다가 다시 원래대로 고개를 바로 세운다. 이 동작을 5회 정도 되풀이 한다. 목의 C자형 커브를 만들어 주면서 경추를 전체적으로 스트레칭하는 효과가 있다.
한방차를 마시는 것도 항강증에 도움이 많이 된다. 평소에 열이 많은 사람은 경직된 근육의 열을 식혀주는 칡차가 좋다. 모과는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다. 칡이나 모과 10g을 물 1L에 넣고 달여서 차처럼 마시면 된다. 고침단명(高枕短命)이라고 했는데 잘 때는 낮은 베개를 베는 것이 목 건강에 좋다.
원형탈모가 상당히 진행됐거나 여러 개인 경우, 항강증이 오래 지속될 때는 두피와 탈모의 원인을 함께 치료하는 탈모 전문 한의원을 찾아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