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빼는 약 ‘시부트라민’제제 시장서 퇴출

입력 2010-10-14 16:10
식약청 “유익성이 위험성 상회하지 않아”

[쿠키 건강] 앞으로 비만치료제인 시부트라민에 대한 의사 처방이 금지된다. 유럽과 미국에 이어 사실상 퇴출되는 것이다.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계 부작용 문제가 거론된 비만치료제 시부트라민에 대해 이같이 결정하고 이미 유통 중인 제품에 대해서는 자발적 회수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식약청은 전날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를 열고 위원 전원이 판매중지 의견을 내린 결과를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부트라민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제약업체 애보트는 이날 리덕틸의 국내시판을 중단했다. 같은 계열의 한미약품 슬리머, 대웅 엔비유 등 다른 59개 제품도 시판이 중단된다.

식약청의 이번 판단은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지난 9일 애보트의 리덕틸(미국명: 메리디아)에 대해 유익성이 위험성을 상회하지 않는다고 보고 시판중단 권고를 내리자 애보트가 이를 수용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미국 FDA는 지난달 15~16일 자문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시판중단 8명, 시판유지 8명으로 표결됐으나, 시부트라민의 종합적인 위험성을 감안해 시판중단 권고로 결정했다.

미국은 특히 리덕틸 판매가 시작된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발적 부작용 보고를 받은 결과 허가대상인 환자 16명에게서도 심근경색, 9명이 뇌졸중의 심혈관계 질환을 보이자 시부트라민의 유익성이 유해성을 상회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럽의약품청(EMA)이 애보트와 함께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시부트라민을 6년간 환자 4898명에 투여한 결과 위약군(4906명)과 대조해 볼 때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한 비율이 16%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올해 1월 시판중단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영국과 독일, 아일랜드, 덴마크, 오스트리아는 올해 1월 시판을 중단했으며, 스위스도 두달 뒤 판매를 중지시켰다. 이달에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대만, 홍콩 등이 판매를 중단시켰다.

한편 식약청은 또 지난 7월 시부트라민의 국내 시판유지를 내려놓고 3개월 뒤에야 미국 등의 조치를 따라 결정을 바꾸는 등 그동안 의약품 안전성 조치가 미흡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향후 의약품 안전성 정보를 수집·평가하는 의약품안전정보관리원의 신설을 추진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