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형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할아버지는 오늘도 마냥 앉아계신다.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 동안 돌봐주던 간병인도 떠난 후 혼자서 식사도 나르고 하신다. 할아버지는 기침과 고열로 2달 전 입원하셨다. 평소 치매가 약간 있으신데 폐렴이 생긴 것이다.
처음에는 걱정으로 자주 들르던 가족들도 이제는 뜸하다. 이럴 때 할머니가 곁에 계시면 좋으련만 할머니는 몇 년 전부터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하시단다. 그 동안은 누워계신 할머니의 병수발을 할아버지께서 해오셨다고 했다.
입원 후 할아버지의 치매병세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중이다. 할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동안 할머니는 요양시설에 가 계신다고 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퇴원 후 거취를 놓고 아들, 딸 사이에 걱정이 커지는 모양이다. 한 평생 자식을 위해 살아온 노부모를 모시지 못하는 그들의 안타까운 심정은 듣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내가 면담해 본 자녀들은 예의바르고 성실한 분들로 진심으로 부모님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 뿐인 아들과 며느리는 모두 직장생활을 하고 아이들 교육비가 한창 들어가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딸은 이미 시부모님을 모시고 있어 친정부모를 모실 형편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별다른 선택은 없어 보인다. 요양시설에 모시는 것이 거의 유일한 답이지만 다만 선뜻 부모님을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에 보내자고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이는 그들 나름대로 알아본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이 선뜻 내키지 않은 탓도 있고 빠듯한 살림에 들어가는 비용 또한 만만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시설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 사람당 월 50~150만원이니 두 분이라면 매달 100~300만원이 필요하다. 한두 달이면 모를까 기약 없이 들어가는 돈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오늘도 슬며시 할아버지에게 물어본다.
“언제쯤 나가시나요?”
안타까운 질문에 답답한 표정이다.
[김형규 칼럼] “언제 나가시나요?”
입력 2010-09-28 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