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질시 피 나거나 흔들리는 느낌 ‘자각증상’… 스트레스와 잘못된 식습관으로 20~30대 풍치 늘어
[쿠키 건강] #어느 날부터인가 갑자기 잇몸이 붓기 시작한 이모(29)씨. 음식물을 씹을 때 마다 통증이 느껴져 괴롭다. ‘괜찮겠지’ 생각하고 치과 치료를 미뤘지만, 점점 통증이 오는 주기가 짧아지더니 최근에는 음식도 제대로 씹지 못하고 잠도 이루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아직 젊기 때문에 단순한 충치라고 생각하고 치과를 찾은 이씨. 하지만 풍치를 앓고 있고 심할 경우 치아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겁이 덜컥 난 이씨, 어떡하면 좋을까?
치아에 통증이 느껴지면 많은 사람들이 충치를 의심한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충치는 잘 발병이 되지 않거나 진행이 멈추는 반면, 풍치는 점점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충치는 잘 알아도 `뜻밖의 복병인 풍치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실제 풍치는 중년 이후에 흔히 나타나는 치아 상실의 원인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이런 풍치가 최근 20~30대에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뜻밖의 무서운 바람, 풍치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 보자.
◇풍치(風齒)= 치아에 바람이 들어간다?
‘치아에 바람이 들어간다’라고 비유되는 풍치는 우리가 흔히 치주질환이라고 일컫는 것으로 잇몸을 포함한 치아 주위 조직에 급성 또는 만성으로 염증이 생기는 병을 말한다. 치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음식물 찌꺼기가 제거되지 않고 세균이 번식하면서 염증이 생기게 되는데, 나이가 들면서 ‘플라그’라는 세균막에 의해 풍치가 발병하게 되는 것이다. 풍치는 발생한 치아 외에 주변의 치아들도 곧 허약하게 만들어 바람에 휘날리듯이 줄줄이 허물어지게 만든다. 박정현 보아치과 원장은 “풍치는 치아뿌리를 감싸고 있는 치조골이 절반쯤 녹아 내려갈 지경이 돼야 약간의 자각증상이 나타난다”며 “칫솔질 할 때 심하게 피가 난다든지, 흔들리는 느낌 등이 난다면 풍치를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때는 병원을 찾아도 풍치가 더 진행되는 것을 막을 뿐, 이미 상실된 치조골을 되돌릴 수는 없다. 때문에 절반만 남은 치조골과 약해진 치아를 가지고 평생을 지내야 한다. 과거 풍치는 대개 35세가 지나면 4명 중 3명이, 40대 이후 장·노년층은 90% 이상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있는, 중·장년층 질환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20~30대에 급속도로 발병이 증가하고 있다. 원인이 무엇일까?
◇스트레스와 잘못된 식습관, 음주가 원인
치주염의 가장 주된 원인으로는 ‘플라그’로 알려진 치태와 치석을 꼽을 수 있다. 입 안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이 합쳐져 치아 표면에 붙은 플라그는 시간이 흐르면 단단하게 굳어져 치석으로 변하는데, 이 치석이 잇몸을 파고들면서 치아를 지탱하고 있는 치주조직이 서서히 파괴돼 치아가 흔들리고 결국 빠지게 된다. 그런데 20~30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인스턴트 음식이나 단 음료는 보통 당분이 많고 끈적끈적한 성질이 있어 치아에 쉽게 엉겨 붙고 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플라그나 치석으로 굳어져 버려 풍치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또한 20~30대에서 풍치가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스트레스의 증가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세균을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있는 침의 분비 양이 적어지면서 세균이 활발하게 증식돼 치주질환의 원인이 된다. 또한 스트레스의 강도가 강해지면 치주질환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플라그가 세균막의 양을 증가시켜 치주질환이 발병할 적합한 조건을 만들거나 혹은 치주질환을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여기에 현대인들의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위주의 식습관과 잦은 음주, 흡연과 같은 평소 생활 습관까지 더해져 잇몸이 약해지고 치조골에까지 큰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풍치 예방하려면 정기검진이 해답
풍치 치료는 염증이 잇몸에만 국한돼 있는 초기라면 스케일링만 받아도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증세가 심한 경우 국소 마취를 한 다음 부어 오른 잇몸을 잘라내고 치아 뿌리 깊숙이 박힌 치석과 불순물을 제거해야 한다. 심한 경우에는 치아를 상실하게 돼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
그러나 풍치로 인해 치아가 빠지게 되면 치조골도 녹아내려 임플란트를 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기간도 훨씬 길어지고 그에 따라 비용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심한 치주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주기적으로 스케일링 시술을 받는 등의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박정현 원장은 “정기검진은 아주 작은 충치까지 초기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레진이나 인레이와 같은 간단한 보철만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또한 풍치를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풍치가 생겼더라도 조기 발견과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치아 발치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풍치 예방에는 규칙적인 생활과 식습관, 주기적인 치아관리 및 올바른 양치질이 도움이 되며, 흡연을 삼가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등 긍정적인 삶의 자세와 정서적인 안정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치아를 깨끗이 닦아 치태를 없애고, 6개월~1년에 한 번씩 스케일링 등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풍치는 충치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충치는 최악의 경우 해당 치아 한 개만 뽑으면 되지만 풍치는 치아 한 개를 뽑는 수준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꼭 풍치가 아니더라도 치아는 한번 손상되거나 손실되면 회복이 어렵다.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으로 다양한 치과 질환을 예방하고 지금의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뜻밖의 무서운 바람(風), 풍치(風齒) 주의보
입력 2010-09-27 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