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조선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김현숙 교수
[쿠키 건강칼럼] 28세 정모씨는 임신 전부터 손목과 손가락이 붓고 아팠다. 임신을 하면서 좀 나아지는듯하다가 출산 후 더욱 증상이 심해지더니 오른 손목은 일상 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 후에도 손목의 염증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면서 심할 때는 젖병을 쥐기도 힘들어 집안일을 하기가 힘들었다.
◇대표적 여성 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고통 크고 남성보다 삶의 질 낮아
류마티스 관절염은 여성에서 더 가혹한 병이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70~80%는 여성이며, 여성의 류마티스 관절염 발병률이 남성보다 약 2~3배 정도 높다. 40대 이상의 중장년 이상의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젊은 여성도 류마티스 관절염의 안전 지대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대한 류마티스학회가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 받은 2104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약 40%가 30대 이하의 젊은 여성 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이하의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 받은 여성도 15%나 됐다.
여성에서 류마티스 관절염이 많이 발병하는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여성 호르몬과 임신, 출산 등의 과정이 병의 발병과 악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여성의 뼈의 크기와 강도, 근육량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근골격계 질환의 발병이 쉽고 증상도 더 심할 수 있다.
여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의 삶의 질 역시 남성보다 낮다. 여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은 수면장애와 피로감을 더 많이 호소한다. 통계에 따르면 여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절반 이상이 우울증을 경험하고 환자 4명 중 1명은 자살충동을 느낄 만큼 정신적 고통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류마티스 관절염 조기 진압 못하면 호미로 막을 병, 가래로도 못 막아
많은 환자들이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 받은 환자들은 젊은 나이에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렸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류마티스 관절염 자체가 생소한 질환인데다 골관절염으로 오해해 병의 조기 발견이 더디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골관절염과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골관절염은 나이가 들면서 신체 기능의 노쇠가 일어나는 것처럼 연골도 지속적으로 마모돼 나타나기 때문에 퇴행성 관절염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무릎, 엉덩이 등 체중을 지탱하는 큰 관절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 골관절염이다.
이와 달리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을 싸고 있는 얇은 막에 만성 염증이 생긴 질환으로 정상적으로 방어 역할을 해야 할 면역계가 바이러스 등을 공격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스스로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주로 손가락, 손목, 발가락 등 작은 관절에서 발병하지만 병세가 심해지면 다른 관절에도 쉽게 침범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이 골관절염보다 무서운 이유는 질환의 빠른 진행 속도와 심각한 합병증 때문이다. 관절 활막에 생긴 염증은 관절을 손상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절 주변의 뼈도 손상 시켜 병이 시작 된 후 1~3년 이내에 관절 조직이 심각하게 파괴될 수 있다. 병이 진행될수록 동맥경화, 골다공증, 세균 감염 등과 같은 합병증 발병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도 치명적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 연령이 낮을수록 장기 투병으로 인한 장애, 합병증의 위험성은 증가한다.따라서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류마티스 관절염의 최선의 치료법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기 때문에 어떤 곳에 병이 침범할 지를 가늠하기가 힘들고, 병의 진행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상황이 악화된다.
특히 관절의 변형이 시작되기 전에 조기에 진압하지 못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호미로 막을 수 있던 병이 가래로도 ‘못’ 막을 병이 되어 버린다.
◇조기 진단과 적절한 약물 요법이 치료의 기본
앞서 언급했듯 류마티스 관절염의 최선의 치료는 전문의를 통한 조기 진단 및 적절한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만으로도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고 증상을 상당히 호전시켜 소수의 환자는 완전 관해에 이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에는 항류마티스 제제, 먹는 소염진통제, 스테로이드 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이 사용된다.
먹는 소염진통제나 스테로이드는 빠르게 통증을 감소시키고 염증을 가라 앉히기 때문에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이들은 병의 진행 자체는 억제하지는 못한다. 또한 장기간 과량을 복용할 경우 약효가 떨어지거나 위장관 부작용, 고혈압, 백내장, 골다공증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가급적 소량을 단기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진단 후 가능한 빨리 병의 진행 속도를 억제하거나 완화하는 항류마티스 제제를 사용해야 한다. 대표적 약물로는 메토트렉세이트, 설파살라진제, 항말라리아제, 레푸르노마이드 등이 있으나 최소 1~6개월이 지나야 치료 효과가 나타나고 일부에서는 효능이 충분치 않거니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6개월 이상 사용해도 반응이 좋지 않을 경우 TNF 억제제 등과 같은 생물학적 제제와 함께 병용 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
TNF 억제제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일으키는 대표적 중간 물질인 TNF를 차단하여 염증 반응을 차단할 뿐 아니라 질병의 진행을 억제하여 현재까지 개발된 항류마티스 약물 중 가장 효과가 뛰어나다. 기존 약제에 비해 효과가 빨리 나타나며 항류마티스 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서 약 70% 이상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보고된다.
현재 국내 시판 중인 대표적 TNF 억제제는 휴미라, 엔브렐, 레미케이드 등이 있다. 특히 휴미라는 100% 사람 유전자 재조합 단일 클론 항체인 아달리무맙을 주성분으로 하는데, 아달리무맙은 사람 몸에서 발견되는 항체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기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에 비교해 효과는 빠르고 부작용은 적은 것이 특징이다.
◇집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 가능…신개념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 ‘자가주사법’
사람들은 주사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주사하면 어린 시절 예방 접종의 두려움과 차가운 병원의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환자들이 주사제하면 치료의 마지막 단계 아닌가 두려워한다. 부작용을 생각해 주저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최근 주사에 대한 공포감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높인 신개념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법인 휴미라, 엔브렐 등과 같은 자가주사제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 추세다. 생물학적 제제는 통증 및 염증을 완화 시킬 뿐 아니라 소염진통제, 스테로이드 제제와 달리 질병의 진행 자체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손동작이 자유롭지 못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도 직접 투여할 수 있도록 주사기 안에 용해된 주사액이 미리 충전되어 있기 때문에 편의성이 한층 강화됐다. 휴미라는 2주 1회, 엔브렐은 주 2회 투여한다. 병원에 내원해 투여 받는 정맥주사제인 레미케이드는 한번 투여 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약한 약부터 천천히 쓰면서 통증을 완화 시키고 경과를 지켜보기에는 악화되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뼈의 손상과 관절의 변형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해 류마티스 관절염 초기 단계부터 항류마티스 약제 및 효과적인 생물학적 제제의 사용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여성에게 더 가혹한 병 ‘류마티스 관절염’
입력 2010-09-17 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