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높은 곳에 장기간 머무른 사람의 자살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김남국 교수는 미국 유타대학교 뇌연구소 렌쇼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미국 질병관리국의 1979년부터 1998년까지 20년간 총 자살인구 59만2737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발고도가 1000m 높아지면 자살률이 34.2% 증가했다고 16일 밝혔다.
김 교수는 “1000m 이상 높은 곳에 올라가면 우리 몸에서 고산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약한 저산소증으로 인해 뇌가 손상 받아 우울증이 생기고 장기간으로 이어질 경우 자살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를 더 밝히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4000m 이상 고산에 올라가면 저산소증 때문에 고산병이 생겨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또한 ‘기분장애(mood disorder)’가 있는 사람은 이러한 현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한국 통계청의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총 자살인구 4만7696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해발 고도가 1000m 증가하면 자살률이 약 62.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고도에 따른 자살률의 증가는 국가, 인종, 문화에 상관이 없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로 나라, 인종, 언어, 문화와는 상관없이 고도가 자살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역학적 연구에서 나아가 약한 저산소증에서도 뇌 손상이 발생하는 지를 동물실험을 통해 규명하면 이를 이용한 여러 형태의 신약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실은 논문은 세계적 의학 저널인 미국 정신과 학회지(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온라인 9월호에 게재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
“1000m 이상 높은 곳에 살면 자살률 높아진다”
입력 2010-09-16 1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