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종훈 목동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칼럼] 무더위와 가을장마도 지나가고 선선한 날씨에 한결 살만해졌지만, 환절기 일교차 때문에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아이가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감기 바이러스에 일종인 아데노바이러스가 급증했다는 뉴스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또 한번 긴장하게 하고 있다.
아데노바이러스 뉴스를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며 진료실을 찾은 한 엄마는 “뉴스에서는 예방백신 및 치료제가 없다고 가급적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말라고 하는데, 맞벌이 때문에 당장 어린이집에 안 보낼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데노바이러스란 놈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예방도 치료도 어렵다고 하고, 부모들을 불안하게 할까? 한방에서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축축한 열의 기운이 문제가 돼 나타나는 ‘온병’의 하나인 습열병(濕熱病)으로 본다.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장마가 극성을 부리는 등 기후가 아열대화 되면서 뜨겁고 축축한 기운이 많아진 영향이 크다.
◇증상치료는 눈가림일 뿐, 아이의 ‘뿌리’를 돌봐주자
아이는 한 그루의 나무와 같다. 뿌리가 습하고 뜨거우면 가지와 열매도 아프고 썩기 마련인데, 근본이 되는 뿌리를 치료하지 않고 가지와 열매만 잘라내는 대증치료로는 일시적인 증상완화 밖에 될 수 없다. 근본인 뿌리를 건강하게 돌봐줘야 아데노바이러스를 비롯한 어떠한 바이러스에 맞닥뜨려도 걸리지 않거나 쉽게 이겨내는 힘을 키울 수 있다.
또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세상에는 수만 가지의 바이러스가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변형하기 때문에 예방을 위한 백신이 모두 존재할 수 없다. 즉 그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방에서 말하는 ‘정기존내(正氣存內) 사불가간(邪不可干)’, 즉 바이러스가 유행을 해도 빗겨갈 수 있거나 금방 나을 수 있는 튼튼한 면역력이 필요한 것이다.
◇열 풀고, 습 말리는 근본치료가 필요
한방에서는 근본 치료로서 열을 풀고 습을 말려 몸 전체의 균형을 맞추는데 중점을 두는 처방을 한다. 아데노바이러스 등과 같은 습열병으로 구내염이 생겼을 때에는 감로소독음을, 습열이 기관지나 폐로 왔을 경우에는 청금강화탕을, 장에 습열이 쌓여 설사 등이 유발될 때는 곽박하령탕을 주로 처방한다. 약재로는 심장과 인체상부의 열을 내려주는 황금, 심장과 비위에 찬 열을 내려주는 황연을 쓴다. 석고는 위와 폐의 열을, 목단피는 혈액 속 열기를 내리며 현삼은 진액을 보충하는 효능이 있다.
◇몸속 습열, 담백한 엄마표 음식에는 꼼짝 못해
아데노바이러스 등 습열병 예방을 위해서는 몸에 습열이 차지 않는 생활습관, 특히 식습관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습열을 조장하는 달고 기름진 음식은 가급적 삼가야 한다. 하지만 아이스크림과 과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 모양에 담긴 음료, 아삭한 튀김과 햄 등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니 무조건 제한하기 어렵다. 대신 조리 방법을 달리 하는 등 현명하게 대처해보자.
시판 과자, 음료수, 아이스크림 대신 설탕을 적게 넣은 엄마표 간식으로 집에서 만들어 주고 기름에 볶거나 튀기기보다는 찌고 굽는 방법으로 요리하자. 처음에는 눈을 찌푸리던 아이도 점점 엄마의 사랑이 담긴 간식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여기에 깻잎, 씀바귀, 상추 등 쓴 맛 나는 채소를 많이 먹이면 열과 습기를 발산하는데 더 없이 좋다. 과식이나 야식을 줄이고 규칙적인 식사습관을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아데노바이러스, 과연 백신만이 해답일까?
입력 2010-09-16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