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의사는 기계보다 자신의 감각을 믿어야”

입력 2010-09-13 16:17

민영일 비에비스병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 민영일 비에비스병원 대표원장은 항상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다. 2005년부터 모은 나비넥타이가 벌써 30개가 넘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나비넥타이 매기가 쉽지 않았다. 식당에서는 종업원으로, 결혼식에서는 주례로 오해 받는 경우도 있다.

미국 메디컬 드라마에서는 나비넥타이를 맨 의사들이 쉽게 눈에 띈다. 의사가 나비넥타이를 매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넥타이는 세탁이 쉽지 않은데 나비넥타이는 짧아서 오염물이 잘 묻지 않아 위생적이다. 환자들에게 친절한 인상으로 다가갈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 원장은 진료실 구석구석에도 환자를 배려하는 흔적이 있다. 환자들의 신체를 직접 만지는 촉진을 하기 전에 진료실에 마련된 작은 온열찜질기로 손을 데운다. 환자가 차가운 의사의 손에 놀라지 않을까 하는 배려다. 증세가 호전된 환자도 따뜻하게 데워진 손으로 한번 만져주고 나아졌다고 해야 안심을 한다.

민 원장은 환자와 되도록 긴 진료 시간을 가지려는 노력을 한다. 민 원장도 대학병원에 있을 때는 9시부터 12시까지 50~60명의 환자를 봤다. 현재는 같은 시간에 진료환자를 30명 선으로 줄였다. 그나마도 다른 병원에서 MRI 등 진료결과지를 많이 가지고 온 환자는 오후 시간에 따로 진료해 다른 환자들의 진료시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한다.

민 원장은 환자 한명 한명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다. 소화기는 신경과 관계가 많아 문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기계의 발달로 의사가 기계에 의존하려고 한다”며 “이렇다 보니 한 명의 의사가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는 질환도 대학병원 전 과를 다 돌아도 문제가 되는 질환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무리 의료가 발달해도 모든 병은 증상부터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민 원장은 “기계를 통한 검사는 질환의 형태만 보기 때문에 형태가 증상하고 일치하지 않는다”며 “엑스레이 상에는 안 보이던 덩어리가 만져진다면 나의 진단이 맞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미국의 소화기병학회에서 의사의 진찰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것을 향후 목표로 삼고 있는 것도 민 원장의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근거가 되고 있다.

한편 민 원장은 국내에 내시경을 도입한 초창기 멤버로 수면 내시경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그리고 코로 내시경을 넣는 ‘경비내시경’을 처음 도입했다. 민 원장에 따르면 경비내시경은 코로 하는 내시경인 만큼 내시경 중간에 의료진과 환자가 대화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 소화기학계에서 중추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민 원장이 꿈은 위, 췌장, 간을 전문으로 보는 소화기 전문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한 마디로 대학병원의 소화기센터를 그대로 가져다 놓은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민 원장은 “간 전문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가의 장비가 많이 필요하고 복잡한 치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를 전국적으로 네트워크화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민 원장은 3년 내에 현재 병원자리보다 더 큰 부지로 이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

<약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석사·박사
한양대학교 병원 내과학 교수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병 센터장
동국대학교병원 소화기병 센터장
건국대학교병원 소화기 센터장
현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