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전북대병원 류마티스내과 류완희 교수
[쿠키 건강칼럼] 류마티스 관절염은 조기 진단이 늦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증상들이 대개 오랜 기간에 걸쳐 발현되거나 증상들이 나타나거나 사라졌다를 반복하며 자가진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관절이 아픈 탓에 퇴행성 관절염이라고 생각하거나 피곤해서 그렇겠거니 하고 넘어가는 것도 진단이 늦어 지는 데 한 몫을 한다. 그러나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이 노화해 나타나는 퇴행성 관절염과는 증상이나 병인 등의 측면에서 완전히 별개의 질환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을 싸고 있는 얇은 막(활막)의 염증으로 시작된다. 대부분 손가락, 손목, 발목 등과 같은 작은 관절을 먼저 침범하며 방향은 몸의 양쪽에서 동시에 시작된다. 발열, 체중감소, 피로 등 전신 증상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퇴행성 관절염은 주로 무릎, 엉덩이 관절 등의 큰 관절에 염증이 발생하며 관절 외 다른 부위에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한번 발병하면 진행 속도가 무서울 만큼 빠르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3년 이내에 관절 연골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관절 조직이 파괴되고 관절 주변의 뼈도 손상된다. 워낙 진행 속도가 빠른 탓에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관절의 파괴가 시작되면 강력한 효과의 약을 써도 치료 효과는 현저히 떨어진다. 증상이 악화되면 관절이 손상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동맥경화, 골다공증 등의 합병증까지 유발될 수 있어 더욱 치명적이다.
우리 나라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수는 전체 인구의 약 1% 정도인 40만~5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특히 여성의 발병률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높아 대표적 여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40~50대 이상의 중년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대한류마티스학회에 따르면 20~30대 젊은 여성층의 류마티스 발병률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류마티스학회가 2009년 7월부터 12월까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2104명의 여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중 39%가 30대 이하에 처음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 받았으며 20대 이하에 진단을 받은 환자 역시 15%에 이른다. 이처럼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 연령은 낮아지고 있는데 반해 조기 진단율의 증가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내 몸이 나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조기 관리가 치료의 핵심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자가면역질환이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몸 속의 면역세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의 관절을 스스로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면역시스템의 조절 항상성이 작동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류마티스 관절염을 완치시킬 수 있는 약물은 없다. 그렇다고 류마티스 관절염이 불치병은 아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조기에 발견하여 제대로 치료 하면 영구적인 관절 손상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꾸준한 관리를 통해 완치에 가까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질환이다. 관리만 잘하면 정상적인 일상 생활에도 큰 무리가 없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는 약물 치료를 우선으로 하되 물리 치료, 운동 요법 등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수술적 치료는 증상이 매우 심각하게 진행된 상황에서 고려한다. 대표적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법으로는 경구용 소염진통제, 스테로이드제, 항류마티스제 등의 복용이 있고, 최근에 출시된 생물학적 제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소염진통제는 복용이 간편하고 통증이 빨리 가라앉는다는 장점때문에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장기간 복용할 경우 위장관 부작용, 간독성, 신독성 등의 치명적인 부작용이 유발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스테로이드제 또한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나, 소염진통제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사용시 고혈압, 백내장, 골다공증 등과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소염진통제와 스테로이드제는 관절염의 진행 자체를 억제하지는 못하므로 부작용이 우려되는 이들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며 전문의와 상의해 복용량과 기간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항류마티스 제제는 관절염의 진행 과정을 억제할 수 있으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최소 1개월에서 많게는 6개월까지 소요되며 항류마티스 제제만 사용할 경우 질병의 진행을 억제 시키기에는 불충분하다는 보고가 있다.
최근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에 있어 기존 약물로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중증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게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이는 항TNF-알파(종양괴사인자) 주사제는 항류마티스 제제와의 병용을 통해 질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그 자체로도 가장 우수한 항류마티스 약물로 평가 받고 있다.
항TNF제는 관절 염증을 유발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인 TNF-알파의 작용을 억제해 염증 반응과 관절 손상 진행을 모두 막아준다. 휴미라, 엔브렐, 레미케이드 등 3가지 종류의 주사제가 출시되어 있다. 주사제에 대해 환자들은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관절이 망가지기 전에 주사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관절이 망가져 버린 뒤에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 줄인 자가주사 방식의 생물학적 제제, 관절염 치료 해법
휴미라는 세계 최초의 100% 사람 유전자 재조합 단일클론항체제제로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항체와 같은 구조다.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TNF- 알파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므로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의 위험은 줄였다. TNF 억제제 중 유일하게 관절파괴 억제 효과에 대한 5년 장기임상 결과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2주에 한 번 환자가 집에서 자가주사할 수 있으며, 주사제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약물이 주사에 미리 충전되어 있는 프리필드 시린지 형태뿐 아니라 펜 제형을 선택할 수 있다. 투여 후 첫 주에 효과가 나타날 만큼 효과가 신속하게 발현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항류마티스 제제인 메토트렉세이트와 병용 투여 또는 단독 투여가 가능하다.
엔브렐 또한 단독 투여 또는 메토트렉세이트와 병용 투여가 가능한 자가주사 형태의 TNF억제제로 일주일에 2회 주사를 맞아야 한다. 레미케이드는 정맥 주사로 투여 받아야 하므로 병원을 내원하여 주사 투여가 가능하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완치할 해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생물학적 제제와 같은 신개념 치료제로 꾸준히 관리할 경우 완치에 가까운 효과를 볼 수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이 불치병이 아닌 이유다.
류마티스 관절염이 불치병이 아닌 이유는?
입력 2010-09-10 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