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번 이상 화장실 간다면, 과민성방광증후군

입력 2010-09-07 15:23

[쿠키 건강] 20대 여성 L씨는 언제부턴가 소변이 마려우면 참을 수가 없어 당장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 그러다 한번은 속옷을 버리는 일까지 생겨 그 뒤로 매일 생리대를 달고 살았다.

어린 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이가 들어 요실금이 생긴 것도 아닐텐데 20대의 젊은 아가씨가 그런 일을 겪고 나니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지만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어 혼자만 끙끙 앓고 있었다. 그러나 증상이 더욱 심해지고 하루에도 화장실을 수십 번씩 들락날락 하다 보니 사회생활까지 힘들어져 결국 어머니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그런데 왠걸, L씨의 어머니는 아무래도 과민성방광증후군이 것 같다며 함께 한의원을 갈 것을 권하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L씨의 어머니도 비슷한 증상으로 이미 과민성방광 치료를 받으셨던 것. L씨는 어머니 덕분에 과민성방광증후군이 얼마나 흔한 증상이고 적극적인 치료로 충분히 완치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후 꾸준한 치료를 통해 더 이상 화장실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사라졌다.

L씨처럼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요의를 느끼면서 소변이 새기도 하는 증상을 ‘절박성 요실금’이라고 한다. 이는 방광의 감각 신경이 너무 예민해져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것인데 절박성 요실금 외에도 소변 횟수가 잦아지는 ‘빈뇨’, 밤에도 소변이 마려워서 일어나는 ‘야뇨’,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는 ‘절박뇨’ 등이 모두 과민성방광증후군에 속한다.

강남 교대역에 위치한 인애한의원 정소영 원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요실금은 중년 이상이 돼야만이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알고 있지만 절박성 요실금과 같은 과민성방광증후군은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전 연령층에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스트레스와 긴장이 심하고 카페인이 든 커피를 자주 마시며 긴장상태에서 오랜 시간 앉아있어야 하는 고3 수험생이나 20~30대 직장인도 과민성방광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으며 40대 이상의 성인남녀에서는 약 30% 이상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과민성방광증후군에 대해 여전히 모르는 사람들이 많고, 알았다 해도 수치심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기가 두려워 방치하거나 증세를 감수하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증상이 증상인 만큼 화장실이 없는 곳은 불안하고 초초할 수 밖에 없으며 긴장이 심해지면 증상도 심해지기 때문에 방치하면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초래하고 스트레스 또한 심해진다. 게다가 이러한 스트레스는 과민성방광증후군을 더욱 악화시키고 이는 다시 스트레스가 심화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므로 자가진단으로 과민성방광증후군이 의심된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과민성방광증후군에 대해 다양한 연구와 약물의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명확한 원인이나 기전이 밝혀지지 않아 방광수축을 억제하는 항콜린제를 사용해 치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지 못하기 때문에 약을 복용할 때에는 증상을 완화시키지만 약 복용을 중단한 뒤에는 재발하거나 증상이 악화될 우려도 있다.

반면 한의학에서는 과민성방광증후군의 원인을 신체적인 원인과 심리적인 원인 두 가지로 구별해 이를 근본적으로 치료함으로써 재발가능성을 최소화한다.

신체적으로는 방광이 약해지고 예민해진 것이 원인인데 동의보감에서는 ‘방광기운이 부족해지면 하루에 100여 차례 소변을 보게 된다’고 했다. 심리적인 원인으로는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이 방광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의 균형을 깨뜨렸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과민성방광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방광의 기운을 보강하는 보포음을 복용하고 보기침, 황토뜸 등의 치료를 통해 방광의 기능을 정상화한다. 치료과정에서는 정확한 결과 측정을 위해 배뇨일지를 작성하며 스트레스, 피로도, 자율신경기능 검사와 방광훈련 및 운동요법, 방광에 자극을 주는 음식을 삼가는 식이요법이 병행된다.

정소영 원장은 “치료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 스스로의 마음가짐이다. 치료과정에 집중하고 자가관리에 충실하며 편안한 마음가짐을 가져야만이 더욱 좋은 치료결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