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으로 젊어지려다가 피부 망가져요

입력 2010-09-07 08:50

[쿠키 건강] 머리를 염색하면 두피가 가려워서 꺼려지지만, 염색을 하지 않으면 ‘너무 나이 들어 보인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상하면 ‘그래도 오늘은 꼭 염색을 해야지’하고 결심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염색을 하고나면, 역시나 두피가 붉어지고 가려워지면서 심지어는 예전에 나타났던 증상보다 더 심해져서 진물이 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얼른 병원으로 달려가게 된다.

염모제에 의한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은 염모제에 노출 후 수 일에서 2주 내에 가려움증을 동반한 피부병변이 두발선이나 목, 귀 그리고 눈꺼풀을 포함한 얼굴에도 발생할 수 있다. 단순한 홍반에서 진물과 함께 습진성 병변 및 급성 물집 병변까지 그 중증도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매우 드물게 전신에 발진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경희의료원 피부과 허충림 교수는 “염모제에 의한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은 두발에 염모제를 처리함에도 두피에는 상대적으로 드물게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두피의 두꺼운 두께, 털집단위(follicular hair unit)로 인한 세포의 환경 변화와 혈관분포의 다양성 그리고 발한에 의한 희석효과 때문일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머리의 염색은 다음과 같은 대표적인 세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로는 영구염모제로 파라페닐렌디아민(paraphenylene diamine, PPDA), 톨루엔-2,5-디아민, 그리고 파라-아미노페놀 등의 일차 물질들이 과산화수소에 의해 산화되면서 중합반응이 일어나고, 여러 색조를 띠는 물질들과 결합하면서 다양한 색상의 모발을 유도한다. 이러한 반응은 모발의 내부에서 이루어지므로 영구적인 염색이 가능하다.

둘째는 반영구염모제로 ‘코팅’이나 ‘매니큐어’가 이에 속하며, 저분자량 니트로페닐렌디아민(low-molecular-weight nitrophenylenediamine)과 안쓰로퀴논(anthroquinone)이 털피질을 뚫고 침투한다.

셋째는 임시염모제로 칼라헤어스프레이, 헤어마스카라, 헤어틴트 등으로 염모제가 털줄기에 일시적으로 흡착되며, 문지르거나 샴푸를 통해 사라지게 된다.

염모제 성분 중 일부는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염모제에 의한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의 대부분은 PPDA가 원인으로 이 성분은1880년대에 처음 소개된 이후 염모제 외에 문신, 의류 염색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PPDA는 2006년 American Contact Dermatitis Society가 ‘2006년의 allergen’으로 정할 만큼 알레르기 유발을 많이 하며, 자극성과 독성이 강한 편이어서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이 사용을 금지했다가 EU(유럽연합)로 편입되면서 재허용한 염모제이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이 제제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최근 유럽에서 그 대용으로 파라톨루엔디아민(paratoluene diamine)이 많이 사용되는 추세다. 이 성분 역시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을 일으킬 수는 있으나, 첩포검사(피부접촉검사)에서 파라톨루엔디아민에 대한 양성소견의 경우 대부분 PPDA에 대한 교차감작반응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 헤나(인도산 식물염료),오징어먹물(커틀피시 잉크파우더) 등이 함유된 염모제인 경우에는 이러한 성분 자체에 대한 알레르기 접촉피부염은 드물지만 이들 제품도 색깔을 진하게 하거나 염색의 속도를 증진시키기 위해 PPDA가 첨가돼 있을 수 있어 이로 인한 피부 자극이나 알레르기 접촉 피부염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PPDA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미용사에게 PPDA알레르기가 있다고 알리고 불편하더라도 PPDA 성분이 없는 염모제나 ‘코팅’과 ‘매니큐어’ 같은 반영구 염모제를 사용하는 것이 추천된다.

PPDA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다면 교차반응을 보이는 물질에 노출될 때에도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교차반응을 보일 수 있는 성분을 미리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PPDA와 교차반응을 갖는 물질로는 PABA(paraaminobenzoic acid)가 포함된 자외선 차단제, 설폰아마이드, 국소마취제인benzocaine과 같이 파라아미노(para-amino) 화합물을 갖는 물질들이 있으며 그 외에 azodye, aniline dye 등이 있다.

접촉피부염의 치료는 원칙적으로 습진에 준하여 치료하게 되며 원인물질의 확인으로 재접촉을 피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허충림 교수는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의 경우 그 물질에 알레르기가 발생하였다면 매우 오래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의 회피가 재발 방지에 필수적이다. 피부염이 계속 반복된다면 피부과를 방문해 첩포검사를 통해 어느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 접촉피부염이 발생한 것인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간단한 테스트로는 염색 전에는 염모제를 붙인 패치를 팔 안쪽 또는 귀 뒤쪽에 붙인 다음 48시간 후에 피부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머리나 얼굴, 목덜미 근처에 상처나 피부병이 있는 경우에는 염색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도움말: 경희의료원 피부과 허충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