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기 싫은 우리아이, 내가 잘못 키운 탓일까?

입력 2010-09-03 08:49

잘못된 인식이 ADHD 치료방치 유발…병원 내원까지 걸리는 기간 평균 2년

[쿠키 건강] 2학기 학교생활이 시작되면서, 천방지축 개구쟁이 아이들의 부모는 노심초사다. 특히 툭 하면 친구와 싸우고, 교실에서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학습 준비물을 잘 챙기지 못해 야단 맞는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더욱 쉽지 않아 부모의 걱정도 커진다.

유달리 주의력이 부족하고 산만하며 충동조절과 행동통제가 어려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이런 아동을 둔 부모들은 아이의 행동이 양육이나 환경 탓이라 생각해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해 부부싸움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흔히 갖는 인식과 달리,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 형성된 성격문제가 아니라, ‘뇌 신경절달물질 부족이나 이상으로 인한 뇌 기능장애라는 것이 학계의 일관된 견해이다.

단순한 성격장애나 양육문제로 치부하고 질환치료시기를 놓치거나 근본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청소년기, 성인기까지 과잉행동, 집중력 장애, 충동성 등의 문제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부모의 관심이 필요하다.

◇부모 대부분, ADHD는 환경적 원인이 크다고 인식, 양육 탓 하다 치료 방치 문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란 충동성, 과잉행동, 주의력결핍이 주요 증상으로, 주변 또래의 정상적인 범주의 산만함이나 과잉행동과는 달리, 누구에게든 일관되게, 놀 곳과 얌전히 있을 곳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지나치게 심한 양상을 보인다.

대개 이런 ADHD 아동을 보면 ‘환경’에 의해 잘못 형성된 ‘성격장애’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한 정신과의원 조사결과, 부모 10명 중 7명은 ADHD를 사회, 환경적 문제로 인해 유발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양육 탓이라고 직접적으로 응답한 경우도 24%에 달했다.

하지만 ADHD는 환경탓 보다는 신경생물학적 문제나 유전적 원인으로 인한 ‘뇌 기능장애 질환’이라는 것이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뇌의 전두엽(두뇌로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최종적으로 분석, 통합, 조직화하는 부위/대뇌반구의 전방에 있는 부분으로 기억력·사고력 등 고등행동을 관장) 부위 기능장애와, 과잉행동과 충동성, 주의집중력, 불안, 스트레스 등과 관련이 있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 물질이 부족하거나 이상이 생겨 유발되는 것이다.

문제는 ADHD 원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질환을 방치하는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ADHD를 단순한 환경탓이나 양육문제로 치부함으로써 엄격한 가정교육으로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아이가 ADHD로 의심된 후 정신과에 내원하기까지 평균 2년이 걸린다는 통계 결과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유한익 교수는 “ADHD는 유전적 요인이 75~80%를 차지하는 뇌 기능장애 질환으로, 효과적인 증상호전을 위해서는 초등학교 3학년 이전의 조기치료와 최소 2년 이상 지속적 치료가 중요하다”며, “하지만 ADHD에 대한 사회의 편견으로 우리나라 ADHD 아동 10명 중 9명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ADHD는 뇌기능문제, 정상아동보다 뇌 활성화 떨어져

ADHD 환자의 뇌기능장애 및 기질문제는 여러 해외연구결과에서 밝혀진 바 있다.

ADHD 아동이 특정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기능적 MRI 검사를 해 보면, 주의력을 조절하는 뇌구조물인 앞쪽 대상피질의 활성화 정도가 정상아동에 비해 떨어짐을 관찰할 수 있다.

이는 ADHD 아동이 주의력을 요하는 상황에서 필요 없는 값을 버리고 필요한 값을 선택하는 필터링 능력이 정상아동에 비해 떨어진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외에도 2006년 미국의학회정신과학회지(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에 보고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ADHD군에서 정상군에 비해 전반적으로 대뇌 피질의 두께가 얇아져 있으며, 특히 전두엽 부위에서 가장 두드러져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뉴욕의 마운트사이나이 의과대학 아바노프 박사 연구팀은, 자기공명장치(MRI) 촬영 비교연구로 ADHD 아동들이 그렇지 않은 아동에 비해 뇌의 시상표면이 작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유한익 교수는 “전두엽 부위나 앞쪽대상피질 부위는 주의집중능력, 충동자제력, 판단력, 예견능력 등과 관련이 있는데, 이 기능에 이상이 있을 경우 주의력과 자기 통제력이 부족하고, 계획성과 같은 뇌의 고등기능의 문제를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단순 환경, 성격문제로 여기고 치료방치 시, 학습·사회부적응 문제 야기

뇌 기능 및 기질문제로 나타나는 ADHD질환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70%이상이 청소년기까지, 50~65%는 성인기까지 증상이 이어진다는 보고가 있다. ADHD를 치료하지 않고 성장한 성인은,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 또는 중독될 가능성이 3~8배 증가하고, 우울증은 3~6배, 반사회적 인격 행위는 1~4배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원만한 가정생활에도 문제가 생겨 이혼율이 2배 증가하고, 직장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어 직장에서의 행동문제는 19배, 징계는 18배, 이직율도 52%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유한익 교수는 “ADHD를 방치하면 집중력 장애, 학습저하 문제뿐 아니라 대인관계 문제, 부정적 사회관 형성, 심지어 우울증, 불안장애 등과 같은 파생적 문제로 이어져 타인이나 가족 전체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적극적인 조기 치료는 ADHD로 인한 부정적 결과나 파생적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ADHD, 뇌기능 바로 잡는 근본 치료 필요

약물이 도파민 체계에 작용, 최소 2년 이상 꾸준한 치료로 정상 뇌 기능 회복

뇌 기능 장애가 원인인 ADHD의 근본치료를 위해서는, 뇌 신경전달물질 이상이나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뇌 기능을 정상화 시켜야 한다.

현재 신속하고 효과적인 ADHD치료를 위한 1차적 방법은 약물치료이다. 발달 심리학 전문가 미국 캘리포니아 어빈대학 교수 제임스 스완슨 박사는 “ADHD 환자에게 항상 약물 복용을 우선 권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ADHD 질환이 뇌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ADHD 증상을 신속히 완화시키는 것이 치료목적이라면 약물치료가 최적의 방안으로 권장된다”며, “행동요법을 통해 높은 효과를 거두고 상당한 증상 개선에 이르기까지는 약물치료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에 대표적으로 쓰이는 성분은 메틸페니데이트로, 집중력에 관여하는 뇌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체계에 작용해 뇌기능을 활성화시키게 된다. 부러지거나 금이 간 뼈를 치료하기 위해 뼈를 고정해주는 석고붕대와 같은 원리로, 최소 2년 이상, 일정 기간 이상 꾸준히 치료하면 약물의 도움 없이도 뇌 내 도파민의 균형이 잡혀 정상적인 기능으로 유지된다. 약물 치료를 통해 ADHD가 청소년기나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삼투압을 이용해 약이 체내에 흡수되는 속도를 조절하는 ‘OROS’ 기술이 적용, 약물효과가 12시간 동안 지속되는 서방형 제재(콘서타 OROS)도 개발되었다. 이로써 ADHD 치료제를 하루에 여러 번 복용해야 하는 불편과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ADHD 아동이 아침식사 후 하루 한번만 복용하면 아침 등교 때부터 저녁 숙제를 마칠 때까지 효과가 지속될 수 있게 됐다.

ADHD 치료방법에는 약물치료 외에도 상담치료, 행동 치료, 놀이치료 등이 있다. 특정한 한 가지 치료 방법이나 대처 방법보다 약물치료와 행동치료가 복합시행되는 경우에 높은 호전률을 보인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2002년 발표에 따르면, 14개월 이후 치료성공률은 약물치료만으로도 56%에 이르렀고,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병행할 경우에는 68%로 나타났다. 행동 치료만으로는 34%에 불과했다.

유한익 교수는 “ADHD 치료의 목적은, 주의력과 자기통제력을 향상시킴으로써 마땅히 배워야 할 것을 배우고, 건강한 가치관과 인격을 갖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조화롭게 살아가게 하는데 있다”며 “단, 정확한 진단을 위해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의학적 면담과 기본적인 검사가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