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값 천정부지…저소득 소비자, 온종일 일해도 분유값 벌기 빠듯
[쿠키 건강] “아기 분유값이라도 벌려면 막노동판이라도 어쩔 수 없죠. 열심히 하는 수 밖에” 변변찮은 직장이 없던 김유명(38·남·가명) 씨는 1년 전부터 막노동판에 뛰어 들었다. 아기 분유값이라도 벌어야 했던 게 김 씨가 고된 일을 시작한 이유다. 새벽에 나가 저녁 무렵까지 막일을 한 김 씨의 하루 수입은 고작 5만원 남짓. 그마저도 소개료와 교통비·목욕비를 빼면 4만원 수준. 3만원이 넘는 애 분유라도 사는 날이면 정말 하루 벌어 하루 산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헌데 얼마 전 김 씨는 애 분유를 사려다 평소 샀던 가격에 담배값 하나 정도 더 붙은 것에 이제는 분유값 벌기도 힘듦을 실감했다. 가난이 몸서리나는 김 씨에게 그날은 더욱더 서러운 날이 됐다.
“아기 분유값이라도 벌어야지~” 하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요즘처럼 분유값이 천정부지인 상황에선 김 씨와 같은 처지의 서민들은 온종일 일해도 분유값 벌기도 빠듯하다. 하지만 이런 서민들의 실생활을 아는지 모르는지 분유를 포함한 식품값 인상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매일유업은 ‘앱솔루트 명작’과 ‘앱솔루트 궁’을 리뉴얼하면서 제품가를 각각 12.2%(2600원), 5.6%(1700원) 올렸다. 유기농·면역신규 원료를 사용했다는 것이 가격인상의 이유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NON-GMO선언(덱스트린), 유기농원료 사용, 포장재 및 직원들의 임금상승(10%~17%), 면역 신규 원료 사용 등 때문에 가격을 인상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상 시점이 좋지 않다. 현재 환율도 지난해 달러 기준으로 10%나 떨어져 있는 상태다. 결국 제품 리뉴얼은 가격인상의 면피용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정작 이유는 상반기 분유에서 대장균이 발견돼 매출이 2009년보다 무려 30.2%나 감소했기에 이를 만회하기 위한 자구책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인상책으로 이미 떨어진 매출이 얼마나 오를지 의문이지만 매일유업으로서도 그간 2년 여 넘게 가격인상을 자제했기에 이번 가격인상은 어찌보면 그럴싸한 명분은 다 갖췄다.
그러나 이런 자구책 때문에 “아기 분유값이라도 벌어야지”했던 소비자들의 부담만 더 가중됐다. 또 가격인상의 자구책은 품질 문제로 불거진 경영악화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꼴이 됐다.
이 같은 일은 매일유업 뿐 아니라 식음료업계에선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 SPC그룹 양산빵 계열사 샤니와 삼립식품도 제품을 리뉴얼하면서 가격을 올렸다. 롯데·해태·오리온 등 제과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을 줄여 소비자를 기만하는가 하면, 포장지만 바꿔놓고도 몇 백원씩 가격을 올리기 일쑤다.
막노동판이지만 “아기 분유값이라도 벌어야지” 했던 김 씨의 희망이 무색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 ckb@kmib.co.kr
“아기 분유값이라도 벌어야지” 이젠 옛말
입력 2010-09-02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