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의료원, 국내 최초 성인지의학협진클리닉 개소
[쿠키 건강] #1. 마 모씨(64·여)는 가슴에 뭔가 얹혀있는 듯한 불편함으로 이대목동병원을 찾았다. 고혈압약과 아스피린을 10년간 투약해 온 마 씨는 두 달 전 유방암으로 오랫동안 투병해온 딸이 사망하자 불면증과 가슴통증, 소화불량에 시달려왔다. 소화기내과와 정신과치료를 병행해온 마 씨는 계속 통증이 지속돼 심장내과진료를 받아 본 결과 불안정성 협심증 진단을 받고 심장약을 함께 복용해 증상이 나아졌다.
#2. 김 모씨(43·남)는 2개월 전부터 극심한 목과 가슴통증으로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지속되던 목과 가슴통증이 이틀 사이 갑자기 팔까지 진행돼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응급실을 찾은 것이다. 김 씨는 다른 병원에서 심장조영술을 포함한 심장정밀검사와 위내시경을 시행했지만 뚜렷한 통증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은 터였다. 실직 후 사업에 실패한 김 씨는 소화기내과에서 역류성식도염치료와 함께 정신과치료를 병행한 결과 통증이 완화됐다.
마 씨와 김 씨는 위식도역류성질환이라는 질환으로 심한 통증을 호소했지만 일반적 심장정밀검사와 내시경검사를 시행해도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심혈관계 질환은 주로 남성의 질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년을 넘어선 여성의 위험성은 남성과 비슷해지고 예후는 남성에 비해 더 나빠진다. 이는 저밀도와 고밀도 콜레스테롤 분비를 조절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폐경 후 줄어드는 것이 원인이다.
이처럼 같은 질환을 갖고 있으면서도 남녀간의 임상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 이를 구분해 치료하는 것이 성인지의학이다.
이화의료원은 지난 18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남녀간 차이를 질병 진단 및 치료에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성인지의학협진클리닉을 개설했다.
지금까지 가슴앓이, 화병 등은 남성의 경우 심장이나 혈관계질환으로 의심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반면 여성은 남성과 같은 검사를 해도 별다른 증상이 나오지 않아 쉽게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대목동병원 성인지의학협진클리닉은 가슴앓이, 화병(火病), 만성두통, 하복부 불편감 등 특히 여성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환을 중심으로 5개 이상의 임상과가 협진을 통해 통합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먼저 환자가 성인지의학협진클리닉을 방문하면 우선 전문코디네이터와의 상담을 통해 문진표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같은 장소에서 소화기내과•심장내과•신경정신과•신경과•비뇨기과 등 해당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다. 검사가 필요한 경우 당일검사가 가능하다.
서현숙 원장은 “가슴앓이 화병, 만성두통, 하복부 불편감 등의 진료를 시작으로 향후 모든 진료과에 성인지의학을 접목시켜 이화의료원만의 차별화된 남녀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성인지의학협진클리닉에서의 진료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해 이화의료원을 국내 성인지의학의 메카로 발돋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mib.co.kr
“같은 질환이라도 남녀간 치료법 달라”
입력 2010-08-19 1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