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이 두려운 아이, 보약으로 체력 챙기자

입력 2010-08-19 07:50

글·조백건 천안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칼럼] 2학기가 시작됐다. 부모에게는 해방, 아이에게는 다시 빡빡한 학교생활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새 학기를 맞아 준비해야할 건 학교 준비물뿐이 아니다. 아이가 학업을 원활하게 수행할 힘, 즉 ‘건강’을 챙겨야 한다. 올해처럼 덥고 습한 날씨가 오래도록 계속되다 보면 알게 모르게 몸이 상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의원에도 다가올 2학기를 대비해 엄마 손을 잡고 가을보약을 지으러 오는 아이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보약을 먹겠다고 오는 아이들은 아무래도 허약한 아이들이 많다. 대략 3가지 범주로 나뉘는데 호흡기가 약해 감기 걱정을 하는 아이, 소화기가 약해 밥을 잘 안 먹는 아이, 속열이 많아 땀도 많고 더위를 잘 타는 아이다. 유형별로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은지 알아보도록 하자.

◇호흡기 약한 아이, 폐 기운 높이고 기의 소통 도와야

보약을 먹기 위해 한의원을 찾는 아이들 중에서도 호흡기가 약한 경우가 가장 많은데, 이는 폐 기운이 약하고 기운의 소통이 자연스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폐는 온 몸의 기를 주관한다. 소화기가 음식물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해 폐에 보내면, 폐가 이를 받아들여 몸 전체로 골고루 기를 내보내는 것이다.

따라서 호흡기가 약한 아이들은 단순히 감기 등 호흡기질환만 자주 걸리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에 힘이 부족해진다. 기운이 떨어지면 공부하는 것뿐 아니라 노는 것도 힘들어지므로, 가을에는 기를 보하는 보약으로 폐와 소화기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것이 좋다.

◇소화기 약한 아이, 더위에 지친 비위 달래기

소화기가 약한 아이들은 우선 식욕이 없고 편식도 심하다. 밥 먹자고 하면 배 아프다는 핑계를 대는데 실제 복통을 느낄 수도 있으니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잘 안 먹으면 힘이 없어지고 단순히 학업에 지장을 주는 것을 넘어 전반적인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소화기를 강화하는 보약으로 입맛을 되살려줘야 한다.

아이의 평소 식습관과 현재 소화기 상태가 어떤지 살펴보고 처방을 하는데, 지금은 여름내 더위에 시달린 비위를 달래고 기운을 북돋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장을 튼튼히 하는 유산균을 꾸준히 복용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속열 많은 아이, 진액을 생성하고 열을 풀어주자

속열이 많으면 땀이 잘 난다. 잠들고 난 2시간 후에도 이불이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기도 한다. 속의 열기 때문에 움직임이 산만한 아이도 많다. 잠자리에서 찬 곳을 찾아 이리저리 뒹굴어 다니거나 자주 깨기도 한다. 속열이 호흡기까지 영향을 미쳐 기침, 콧물을 달고 사는데 이때 감기약을 먹어도 증상은 잘 나아지지 않는다.

이런 아이들은 빨리 속열을 풀어주지 않으면 비염이나 아토피 등 알레르기 질환으로 발전하기 쉽다. 몸속에 열이 많기 때문에 열을 내려주고 부족한 진액(체액)을 보충해 주는 치료를 한다.

보약을 먹이는데 좋은 계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집에서 쉴 때보다는 학교 공부를 해야 할 시기 바로 전인 이른 봄과 이른 가을에 먹이면 효과를 가장 잘 볼 수 있다. 가을은 음기(陰氣)가 점점 강해지면서 건조해지는 계절이다. 각종 질환이 아이에게 덤벼들기 전에 보약으로 미리 예방하는 것은 어떨까.

[Tip. 아이 보약 먹일 때 주의할 점]

△정확한 진료 후 처방= 모든 아이에게 좋은 보약은 없다. 반드시 진료를 받아 아이에게 맞는 보약을 지어야 한다. 한의원에 가기 전 아이의 대변 횟수나 상태, 땀의 양, 피곤 정도, 복통, 코피, 멀미 상황 등을 살펴보면 더욱 좋다.

△지방질 높은 음식 되도록 삼가야= 한약 복용 중에는 돼지고기, 닭고기, 찬 음료 등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표피에는 지방층이 있어 이 지방이 약 성분을 둘러싸 체내 흡수를 방해하거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복용 중 질환발생 시 한의사와 상담= 보약을 먹이는 중에 감기나 비염, 축농증 등 기타 질환이 발생했을 때 또는 음식을 잘못 먹어 체했을 때는 한약 복용을 멈추고 한의사와 상의해 복용여부를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