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영호 교수
[쿠키 건강칼럼] 제대혈이란 신생아 분만 후 태반과 탯줄의 혈관에서 얻을 수 있는 혈액을 말한다.
제대혈에는 성인의 골수에 비해 혈액세포(백혈구, 적혈구, 혈소판)를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가 골수에서보다 더 많기 때문에 골수이식을 대신할 수 있는 조혈모세포의 공급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최근 임상적으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제대혈을 임상에서 이용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그리고 현재까지의 임상경과들은 어떠하며 향후 이를 보다 널리 이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 지에 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제대혈의 채취 및 냉동보관= 신생아가 분만되면 산모의 몸속에는 태반과 탯줄 즉 제대가 남아 있게 되는데 이 때 제대혈을 채취하거나 태반까지 완전히 만출된 후에 채취하는 경우도 있다.
먼저 탯줄을 깨끗하게 소독을 한 다음 산모의 혈액이 제대혈과 섞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채혈 백을 이용하여 제대정맥을 천자하여 채취하게 된다.
이때 혈액 1 mL라도 더 많이 받으려는 노력이 중요한데, 왜냐하면 채취하는 혈액의 양이 곧 제대혈이식의 성공여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으로 평균 100 mL의 제대혈을 채취할 수 있으며, 채취한 제대혈은 실험실로 가져가서 냉동보관을 하기 위한 처리를 하게 된다. 이런 방법으로 제대혈을 채취하면 신생아나 산모에게 빈혈이 생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건강에 거의 영향이 없기 때문에 아주 안전하게 조혈모세포를 얻을 수 있다.
실험실에서는 원심분리법 등을 통하여 적혈구를 제거한 다음 냉동보호제를 첨가하여 최종 25~50mL 정도의 제대혈을 -196OC의 액화 질소 탱크에 보관하게 된다. 이렇게 보관된 제대혈은 최소한 15년 이상은 기능의 변화없이 보존할 수 있다.
◇제대혈이식과 골수이식의 차이점(장점과 단점)= 제대혈이식이던 골수이식이던 혈액내의 조혈모세포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시술과정은 동일하다.
즉, 환자에서 항암제나 방사선으로 조혈모세포이식 전처치를 한 후에 골수나, 제대혈을 환자의 정맥으로 주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골수이식을 받아야 하는 모든 질병들에 대해 제대혈이식이 가능하며, 최근들어서는 골수이식대신에 오히려 말초혈이나 제대혈을 이용한 제대혈이식이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제대혈은 골수에 비해 채취과정이 안전하고 간편하며, 골수 공여자에게 있을 수 있는 바이러스 감염이나 다른 감염의 위험성이 적다.
또 제대혈 조혈모세포는 골수나 말초혈내의 조혈모세포에 비해 면역학적으로 미성숙 상태이므로 이식편대 숙주질환과 같은 합병증이 훨씬 적게 일어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단점으로는 골수이식이나 말초혈 조혈모세포이식의 경우보다 생착이 일어나는데 오래 걸리며, 채취할 수 있는 혈액의 양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아직까지는 체중 40~50kg이하의 환자에게만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제대혈에 들어있는 조혈모세포를 체외증폭하거나, 두 개이상의 제대혈을 동시에 이식하는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조만간에 이러한 단점은 해결되리라 생각된다.
◇제대혈이식의 국내외 현황= 제대혈을 이용한 조혈모세포이식은 Gluckman 등에 의해 1988년 처음 성공한 이후로 2004년 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5000례 이상 시행될 정도로 임상적으로 그 이용도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제대혈이식은 골수이식에 비해 이식편대숙주질환의 발생 빈도와 정도가 덜하다는 장점 때문에 비혈연 관계 (타인)의 제대혈 특히 조직적합항원이 불일치하는 제대혈을 이용한 조혈모세포이식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외국의 발표를 보더라도 비혈연관계의 제대혈이식을 받았던 총 562명의 환자들중에서 조직적합항원이 1개 이상 일치하지 않았던 경우가 93%, 2개이상 일치하지 않았던 경우가 54%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72%의 생착율과 함께 골수이식과 비슷한 이식편대숙주질환의 발생빈도를 보이고 있다. 조직적합항원이 1개라도 틀리면 치명적인 이식편대숙주질환 때문에 거의 시행할 수 없는 골수이식에 비교한다면 훨씬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치료방법이다.
국내에서도 1998년 3월 처음으로 제대혈이식이 성공한 이후에 2005년 5월까지 재생불량성 빈혈, 백혈병, 유전성 질환인 고셔병 등 약 200례의 제대혈이식이 시행됐다. 제공된 제대혈은 형제간 제대혈보다는 국내 제대혈은행을 통한 타인의 제대혈이식이 더 많은 비율(약 95%)을 차지하고 있다.
◇제대혈은행= 골수은행에서는 일반인들의 골수를 기증받기 위하여 조직적합항원을 검사해 컴퓨터에 입력해두었다가 조직적합항원이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나면 골수기증자에게 연락하여 골수를 채취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에는 골수기증 의사를 밝혔다가 막상 환자에게 기증을 해주어야 할 때 그 기증의사를 번복하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에 아까운 생명을 놓치는 수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제대혈의 경우 어차피 폐기처분하고 있는 태반 및 탯줄에서 혈액을 채취하는 것이므로 제대혈 기증의사만 밝히면 혈액을 전부 채취해 냉동보관해 두었다가 조직적합항원이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났을 때 곧 바로 이식을 시행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골수은행을 통해 이식하는데 까지는 평균 6개월 정도 걸리는 반면 제대혈은행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10일에서 3개월정도면 이식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 또한 아주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한편, 골수은행은 타인에게만 혜택을 줄 수 있지만 제대혈은행은 자신이 성장하면서 재생불량성 빈혈이나 백혈병과 같은 악성질환에 걸릴 것에 대비해 보관해 둘 수도 있으므로 진정한 의미의 은행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은 이유들로 해서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제대혈은행이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는데 제대혈이식 및 은행의 운영이 가장 먼저 시작됐던 유럽의 경우는 각 대학병원이나 지역 제대혈은행에서 6만개 이상의 제대혈을 냉동보관하고 있다.
이들 각각 은행들은 GRACE NETWORK와 NETCORD DATABASE 등을 통해 제대혈은행 자료를 공유하면서 동시에 이식센터와 연결시켜주는 체계를 갖추어 유럽 전 지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제대혈을 공급해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2만unit 이상의 제대혈을 보관하고 있으면서 전국적으로 몇 개의 조정 센터에서 대학병원 및 지역 제대혈은행의 자료를 총괄 관리하고 있다.
제대혈이식을 위한 검색의뢰가 있는 경우에는 조정 센터끼리의 연계 시스템 등을 통해 이식센터에 제대혈을 공급해주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전국에 9곳의 제대혈은행이 설립돼 2004년 현재 2만unit 이상의 제대혈을 보관하고 있으며, 제대혈이식도 500례 이상 보고하고 있다. 일본의 전국 제대혈은행 설립과정을 보면 1997년부터 제대혈의 처리 및 이식에 대한 기준을 정했고, 1999년 4월에는 제대혈이식을 의료보험제도 하에서 시행할 수 있게 했으며, 같은 해 7월에 전국 제대혈은행을 설립하게 됐다.
국내에는 2004년 말 현재까지 총 6만개 정도의 공여제대혈이 냉동보관돼 있는데, 1996년 가톨릭 조혈모세포은행을 시작으로 1997년에는 삼성 서울병원, 1998년에는 세브란스병원 등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제대혈은행이 운영되고 있으며, 국내 벤쳐기업(라이프코드, 히스토스템, 메디포스트)에서도 제대혈은행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장동건·고소영 부부도 신청한 제대혈 어떻게 쓰이나?
입력 2010-08-17 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