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요즘처럼 연일 30℃를 웃도는 무더위는 누구나 힘들다. 하지만 우리 집 아이가 다른 집 아이보다 유난히 맥을 못 추는 것 같다면 근본 원인을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땀도 지나치게 많이 흘리고, 여름 내내 입맛도 없고, 외출만 하면 맥없이 늘어지고, 유독 찬 것만 찾고, 그나마 먹은 음식은 족족 설사로 내 보내고, 성장에 그렇게 중요하다는 밤잠도 푹 자지 못하고, 여름감기로 콧물·기침·가래까지 달고 있다면 분명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
이에 대해 아이누리한의원 천안점 박지호 원장은 “남들보다 몇 배 더 힘겹게 여름을 나는 아이들 중에는 워낙 자신이 가진 속열이 많거나 속이 냉한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런 경우, 아이가 가진 열기와 냉기에 대한 근본 대책을 세워야 남은 여름을 한결 수월하게 보낼 수 있다”고 충고한다.
◇열 많은 아이·속 냉한 아이, 여름이 남들보다 고달파
여름에는 외부의 기온이 너무 높다보니 우리 몸의 기운이 안에서 밖으로 몰려, 누구나 피부 표면에서는 열이 난다. 땀은 이 열을 식히기 위한 우리 몸의 조절작용이다. 몸 안에 열기가 피부 표면에 집중되다 보면 몸속은 오히려 차가워진다. 속이 냉해지는 것이다. 때문에 땀이 나고 열이 난다고 차가운 것만 먹고 마셨다가는 냉한 속이 더 냉해져 다른 계절에는 별 탈 없이 먹었던 음식에도 배앓이하고 설사가 나는 등 쉽게 장염에 걸리기도 한다. 만약 아이의 체질 자체가 열이 워낙 많거나 속이 아주 냉한 편이라면 엎친데 겹친 격으로 이러한 증상들은 더욱 심해진다. 열이 많은 아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열기까지 더해져 더위를 더 타게 되고, 속이 냉한 아이는 차가운 음식이나 에어컨, 선풍기 등의 냉기로 차갑던 속은 더 차가워지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땀이 더 많아지고 식욕부진, 배앓이나 설사, 여름감기, 불면증 등이 더 심해지게 된다.
◇열이 많은 아이, 열기 풀고 진액 보충해야
△열 많은 아이의 여름 증상= 한의학적으로 봤을 때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속열이 많은 소양지기(少陽之氣)로 평소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도 열이 많고, 서늘하게 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 보통 인체의 상부로 땀 배출도 많이 되고, 진액이 쉽게 소모돼 변비에 잘 걸릴 뿐만 아니라 아토피와 같은 알레르기질환도 많이 나타난다. 만약 정상적인 아이들보다 더 많은 양의 속열을 가지고 있다면 앞서서 말한 증상들이 더 심해지게 된다. 조금만 더워도 머리에서 땀을 줄줄 흘리고, 아이스크림, 찬 음료 등을 달고 살며, 밥은 잘 안 먹고 시원한 것만 찾는다. 잠자리에서도 계속 뒤척이며 찬 곳만 찾아다니다 깊은 잠이 들지도 못한다. 몸속의 넘쳐나는 열기로 수분을 뺏겨 변비는 더욱 심해지고, 피부 또한 과다한 땀과 분비물로 자극되면서 잠잠했던 아토피가 다시 올라오기도 한다. 속열과 여름 더위가 겹쳐 쉽게 더위를 먹기도 하고 여름감기로 고생하기도 한다.
△한방 대책= 몸속의 열은 적당할 때는 성장을 위한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넘쳐나면 몸 속 기의 순환이 막혀 장부의 기능들이 약해지고 몸의 기운이 없어진다. 이런 경우 한방에서는 속열이 많은 아이도 여름을 수월하게 견딜 수 있도록 황기, 맥문동, 오미자 등과 같은 진액(미네랄, 수분)을 보강해주고 열을 식혀줘 과도한 땀 배출을 억제해주는 효과가 있는 약재들을 사용해 허약해진 기운을 달래주고 탈수를 방지해주는 치료를 한다. 특히 이런 약재들은 여름철 보양식인 삼계탕이나 여름에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오미자 냉차 등으로 가정에서도 민간요법으로도 이용돼 왔다.
△가정에서 돌보기= 아이가 아무리 찬 음료나 음식만 찾더라도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음식은 삼가야 한다. 수박이나 참외 같은 물기가 많고 성질이 찬 제철 과일들을 줘 갈증을 해소하고 더위를 식혀주는 것이 좋은데, 냉장고에 두었던 과일을 줄 때는 실온에 30분 정도 둔 후 찬기가 가시면 주도록 한다. 육류는 소화과정에 열을 많이 발생시키므로 섭취량을 줄이고, 먹을 때는 상추나 오이를 함께 먹고 열을 내리도록 한다. 잠자기 2시간 전, 가벼운 운동을 해 몸 속 열기가 빼주면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속이 냉한 아이, 장과 위를 따뜻하게 보해야
△속이 냉한 아이의 여름증상= 여름이면 아이들의 속은 대부분 냉해진다. 덥다고 자꾸 찬 것만 찾다보니 건강한 아이들도 여름이면 속이 냉해져 배앓이나 설사로 고생하는 일이 잦다. 하지만 평상시에도 자주 배가 아프다고 하거나, 밥을 먹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일이 많거나, 얼굴에 윤기가 없고 누런빛이 돌면서 손발이 차고 입 냄새가 심하거나, 구역질을 곧잘 하고 먹어도 체중이 잘 늘지 않거나, 바이러스 장염이나 만성 장염에 쉽게 걸리는, 즉 흔히 말하는 속이 냉한 체질의 아이라면 이런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속은 냉하지만 겉은 덥다보니 냉한 속과 상관없이 남들처럼 찬 것을 먹다보면 속은 더욱 냉해져 소화기계의 기운이 아예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다. 음식물을 먹어도 흡수를 잘 시키지 못하고 먹는 족족 설사를 하고, 먹기는 먹어도 살이 잘 붙지 않는다. 당연히 여름 동안은 성장도 부진하게 된다.
△한방대책= 한방에서는 장을 따뜻하게 해주면서 위의 기운을 보해주는 인삼과 백출과 같은 약재를 처방해 몸속의 냉기를 없애고 먹은 음식이 잘 섭취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백출은 몸의 기를 보태어 줘 떨어진 식욕을 올려줄 뿐만 아니라 비위를 튼튼히 해줘 장염을 예방해주는 효과가 있다.
△가정에서 돌보기= 속이 냉한 아이는 소화기계 허약아들이 많은 편으로 무엇보다 소화기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기름지고 짠 음식은 피하고, 찬 음식을 너무 좋아한다면 따뜻한 음식을 먼저 먹이고, 찬 음식을 주도록 한다. 틈틈이 배꼽 아래 부분에 따뜻하게 비빈 손바닥을 올려놓아 속이 따뜻해지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토마토, 복숭아 등처럼 뱃속이 따뜻해지는 과일을 챙겨 먹이는 것도 속이 냉한 아이에게 여름보약 못지않은 효과를 보게 하는 방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여름이 고달픈 우리 아이, 열 많고 속 냉한 아이
입력 2010-08-16 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