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구강건강검진 알고 보니…‘엉터리’

입력 2010-08-08 13:52

치과의사 아닌 치과위생사가 부실건강검진…손숙미 의원, “의사없는 건강검진 급증” 지적

[쿠키 건강] #직장인 손현정(27·여) 씨는 최근 직장 건강검진을 하던 중 화들짝 놀라는 일을 겪었다. 다름아닌 구강검진 중 치과위생사로 근무하던 친구가 치과의사 가운을 입고 치과의사인 냥 직장인 구강검진을 하고 있었던 것. 치과의사 행세를 한 친구 또한 손 씨를 보자 황당한 빛이 역력했으나 애써 태연한 척 했다. 이에 손 씨가 자초지종을 묻자 손 씨의 친구는 “아르바이트로 치과의사 대신 치과위생사가 검진을 나가는 사례가 많다”며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친구는 “원래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의사들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우리(치과위생사)가 대신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보조인력들만으로 직장인 건강검진이 이뤄지는 사례가 다반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년간 건강검진기관들이 의사 없이 건강검진을 하다 적발된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손숙미(한나라당)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검진기관에서 의사 없이 임상병리사나 간호사, 치과위생사가 건강검진을 직접 실시하다 적발된 사례는 4만5823건으로 2007년 456건보다 거의 100배 수준으로 늘었다.

올해 1~5월에도 의사 없이 건강검진을 한 사례가 6318건 적발되면서 2007년부터 올해 5월까지 같은 내용으로 적발된 사례가 총 5만651건을 기록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의사들의 출국 여부를 조회한 결과 해외에 나가 있는데도 검강검진기관들이 검진을 수행했다고 허위보고해 적발된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비의료인이 의료인과 짜고 출장건강검진을 도맡아 영리를 챙긴 사례도 적발됐다. 지난해 광주 지역에서 비의료인이 의료인과 이면계약을 맺은 뒤 기관대표와 출장차량(속칭 ‘모찌꾸미 차량’)을 의료인 소유로 등록해 놓고 출장검진을 하다 내부고발로 적발되기도 했다.

손 의원은 “면허가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인과 수익률을 정해놓고 출장건강검진을 하는 방식으로 건강보험 급여를 챙기는데, 이런 경우 한몫 챙긴 뒤 자취를 감추거나 서류상으로는 하자가 없어 정확한 조사나 급여추징이 어려운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 c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