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성병②] 항문 주위가 근질근질… 성병 의심해봐야

입력 2010-08-02 16:05

[쿠키 건강] 성병은 주로 성기에 걸리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성병 바이러스는 성기와 가까이 있는 항문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항문에 발병하는 성병으로는 항문헤르페스와 항문콘딜로마가 대표적이다. 이 두 질환 역시 한 번 발병하면 치료가 어렵고, 계속해서 재발하는 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를 ‘괴롭히는’ 질환이다.

문제는 항문에 성병이 걸려도 치질이나 항문이 가려운 단순 ‘소양증’ 등으로 자가진단하고 방치해 파트너에게 옮기거나 병을 키워 자궁경부암이나 항문암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항문에 발병하는 성병에 대해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정규영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항문 헤르페스= 항문 헤르페스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전염성 질환이 항문에 나타난 경우이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는 1형과 2형 두 가지가 있는데, 1형은 주로 구강 헤르페스를 일으키고, 2형은 항문이나 성기 헤르페스의 원인이 된다.

항문 헤르페스의 증상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매우 경미한 경우도 있고,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물집으로 나타나거나 항문 주위에 뻐근한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두통이나 미열을 동반한 몸살기운, 항문 주위의 가려움증과 찌릿찌릿한 통증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헤르페스는 직접적인 피부 접촉을 통해 전염되며,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피부가 상대방의 피부 점막에 닿았을 때 옮기게 된다. 보통 피부는 바이러스가 뚫고 지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주로 구강 점막 또는 요도나 성기의 점막을 통해 전염된다. 보균자가 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전염될 수 있다. 하지만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생존력이 약하기 때문에 변기, 목욕탕, 수건 등을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강, 성기에 발생하는 헤르페스와 마찬가지로 항문 주위에 생긴 헤르페스 역시 완치되지 않는다. 과로, 스트레스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계속해서 재발해 감염자를 괴롭힌다. 재발에 의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연고제나 먹는 약 등의 약물치료로 증상이 호전됐다가도,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수시로 재발한다. 하지만 증상이 있을 때 항바이러스 연고와 약 등으로 2~3주 정도 치료하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로 관리가 가능하다.

헤르페스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질환 부위가 모두 담기도록 한 후 온수 좌욕을 하거나 따뜻한 물로 항문은 하루에 3~4회 깨끗이 씻어주는 것이 좋다. 병변 주위를 마른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 선풍기나 드라이 등으로 말려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타월이나 화장지로 너무 세게 닦으면 궤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속옷은 가능한 한 면을 원단으로 하는 게 도움이 된다.

◇항문 콘딜로마=항문 콘딜로마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 human papilloma virus) 감염으로 생기는 질환이다. 최근 항문성교를 즐기는 커플들이 늘면서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콘딜로마는 구강성교, 항문성교, 질내성교 등의 성접촉을 통해 감염되는데, 주로 항문 주위에 좁쌀만한 혹이 여러 개 생기거나 이들이 뭉쳐서 양배추의 단면 모양, 혹은 닭벼슬 모양으로 나타난다.

항문뿐만 아니라 여성의 질과 외음부, 자궁경부, 남성의 요도 등에도 생기는 질환이다. 남성은 항문 부위에 여성은 주로 질 부위에 발병한다. 여성의 경우 질 내에 콘딜로마가 생겼을 때 통증이나 이상징후가 거의 없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콘딜로마에 걸리면 피부조직이 마찰에 의해 떨어지면서 피가 나고 참기 힘든 가려움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여성의 질 내에 발병한 콘딜로마는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정상피부 색과 유사하며, 아주 작고 조금 단단한 느낌이 드는 돌기로 나타난다. 미세한 가려움증이 있을 수 있지만 통증은 거의 없다.

콘딜로마는 한번 감염되면 치료가 어렵고, 재발률 역시 높다. 또한 바이러스 전염력이 강해 콘돔을 사용한다고 해도 안심하기 어렵다. 게다가 한 번의 성 접촉으로도 전염될 확률이 약 50%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콘딜로마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병변이 더 넓게 번져 항문 입구를 막거나 항문암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여성은 자궁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므로 발견 즉시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콘딜로마의 치료에는 전기 소작술, 레이저 치료, 고주파 치료, 약물치료 등이 적용된다. 면적이 넓거나 수가 많을 때는 완치될 때까지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1차 치료 후 약 1주일 간격으로 한 두 달 이상 치료 부위의 상태를 지켜보고, 재발할 때마다 다시 제거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 중에는 성관계를 삼가고 만약 성접촉 대상자가 콘딜로마에 걸려있으면 함께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된 후에도 약 3개월간은 성관계를 피해야 한다. 치료 후 3~6개월간 동안 재발되지 않는다면 완치된 것으로 본다. 일단 완치 소견을 받은 후 다시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하면 재발 확률은 매우 낮다.

콘딜로마 역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염위험을 안고 있는 상대와의 성접촉을 피하는 등 안정적인 성관계를 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msmil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