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만인데, 수술할까 말까

입력 2010-07-30 09:37

[쿠키 건강] 운동이나 식이조절 등 무진 애를 쓰지만 살을 빼지 못하고 수술의 도움을 받는 사람들을 ‘의지박약’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고혈압, 당뇨, 관절통, 배꼽 탈장 등의 질환으로 이어지는 고도비만자들에게 비만수술은 선택이 아닌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고도비만은 체중(kg)을 신장(m)으로 두 번 나누어준 수치인 ‘체질량 지수’가 30이상인 경우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인구의 4.8%가 고도비만에 해당되며, 수술이 필요한 대상인 체질량지수 35이상은 0.1∼0.2%인 약 7만 명 이상이다.

이들은 갖가지 방법의 다이어트와 살 빼는 약을 이용해 노력해보지만 결국 많은 경우 비만 수술인 ‘배리아트릭 수술’을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이 수술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무작정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중앙대학교 용산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 박중민 교수(외과)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고도비만이면 평균수명 15년↓

고도비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단순한 외모상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합병증으로 오래 살지 못한다는 점이다. 40세 고도비만 환자는 같은 나이 정상인에 비해 평균 생존기간이 15년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고도비만이 지속된 기간에 비례해 당뇨병, 지방간, 관절염, 천식, 암, 폐쇄성 무호흡증, 고혈압, 폐색전증, 불임, 생리불순, 역류성 식도염 등 수많은 종류의 합병증 발병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고도비만과 그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한해 30만 명에 달한다. 이는 미국 내 유방암으로 사망하는 환자가 한해 9만 명인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숫자이다.

◇수술하면 고도비만 사망률 40%↓

이처럼 생명까지 위협하는 고도비만은 배리아트릭 수술로 해결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중민 교수는 “비만과 관련된 합병증이 발생하더라도 고도비만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체중이 정상으로 되기도 전에 이러한 합병증이 대부분 완치되거나 개선된다”고 말했다.

2007년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고도비만 환자가 수술을 받은 경우 수술을 받지 않은 고도비만 환자에 비해 사망률은 40%가 감소됐으며, 특히 당뇨병에 의한 사망률은 92%,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59%, 암 사망률은 60%가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를 조이거나 줄이는 방법으로 수술

배리아트릭 수술은 방법에 따라 위밴드수술, 위소매절제술, 위우회술 세 가지가 있다. 국내에서는 위밴드 수술, 위소매절제술로 주로 수술한다. 위밴드 수술은 식도에서 이어지는 부위의 위에 밴드를 설치해 인공적으로 음식이 내려가는 길을 좁게 해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 수술법이다. 위소매절제술은 위의 일부분을 절제해 위의 용량을 줄여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위에서 나오는 식이조절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수술방법이다.

국내 위암 유병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 두 수술법은 수술 후에도 위·십이지장 내시경 검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국내 고도비만 환자는 주로 탄수화물 위주의 폭식이 문제가 되고 지방 섭취량은 고도비만 환자와 정상인의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섭취제한을 일으키는 수술법인 위밴드술과 위소매절제술이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장점이 많은 수술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고지방 식사가 문제가 되는 미국에서는 위우회술을 주로 적용한다.

고도비만 환자가 식이요법과 약물요법에 의한 치료에 조금이라도 반응하는 비율이 3% 미만에 불과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술적 치료만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라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수술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망 위험, 수술 후 합병증을 고려했을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박 교수는 “비만인 경우 배리아트릭 수술 외에 다른 수술에서도 정상 체중에 비해 사망 위험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