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강대희 원장(구리시 약침한의원)
[쿠키 건강칼럼] 탈모로 필자를 찾은 30대 여성 A씨는 6년 전 첫 아이를 출산했다. 그런데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과로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산후우울증이 심각했다.
출산 6개월 후에 모발이 가늘어지더니 정수리 부위에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원형탈모가 시작되더니 뒷머리까지 빠지기 시작해 3군데의 원형탈모가 생겼다.
그녀는 3년 후 둘째를 출산하게 됐는데 아이가 중환자실에 입원하면서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출산 후 6~12개월 사이에 모발이 많이 빠졌다. 큰 아이가 6살이 됐는데도 모발이 하루에 100개 정도씩 빠졌다.
전체적으로 모발이 가늘어지면서 힘이 없고 윤기가 없으며 두피에 통증이 나타났다. 전체 모발의 50% 정도가 빠지고 큰 원형탈모가 7군데가 생겼다.
평소 위가 약해 소화불량이 있었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속쓰림증상이 나타났다. 어깨결림도 있어 뒷목이 뻣뻣하고 어깨가 뻐근하며 무거운 증상을 보였다.
산후탈모는 보통 출산 후 3~6개월 내에 주로 발생되고 6개월 이후부터는 탈모량이 줄어 대부분의 경우 1년 이내에 회복된다.
지난해 통계에 의하면 출산을 경험해본 여성의 84%가 산후탈모를 겪었고 그 중 86%는 예전만큼 모발이 회복되지 못했으며 54%가 줄어든 머리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산후에는 출혈과다로 혈허(血虛 ; 혈액부족)증상이 나타나며 비위기능이 허약해진다. 산후탈모는 이러한 혈허, 비위허약, 제대로 하지 못한 산후조리, 직장여성의 업무스트레스, 빈혈, 불충분한 영양섭취, 모유수유, 육아와 가사노동에 의한 어깨결림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
혈액의 주요기능은 전신에 영양을 공급하는 것으로 두피, 모발, 근육, 뼈, 경락, 오장육부 등 모든 조직기관이 혈액에 의해 영양을 공급받는다.
출산 후 출혈과다로 혈허증상이 나타나면 모발이 가늘어지고 탈모가 심해질 뿐 아니라 어지럼증, 두통, 산후풍, 구갈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산후 손실된 기혈을 보충하기 위해 인삼, 백출, 당귀, 천궁, 황기, 진피, 감초로 구성된 보허탕(補虛湯)과 당귀, 천궁, 백작약, 숙지황으로 구성된 사물탕(四物湯)을 처방한다고 기록돼 있으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한약을 추가한다.
A씨의 경우 탈모를 치료하는 하수오, 복분자, 상심자, 한련초와 소화불량·어깨결림 등 탈모의 원인을 치료하는 한약을 복용했다. 이와 함께 약침을 11회 시술했을 때 하루에 100개 정도 빠지던 모발이 20개 정도로 감소되고 새로운 모발이 자라기 시작했다.
이후 추가 치료를 통해 6년 전부터 생긴 정수리 부위의 원형탈모도 치료되기 시작했고 가늘던 모발이 굵어지면서 힘이 생기고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원형탈모에서 모발이 새로 나오는 것을 보면 대개 나중에 빠진 부위에서 모발이 먼저 올라오고 먼저 빠진 부위에서 나중에 모발이 올라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후탈모는 육아분담, 균형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과 휴식, 긍정적인 생각과 두피에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하는 걷기, 달리기, 맨손체조 등과 같은 운동과 모발관리를 잘 하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노력해도 탈모가 1년 이상 지속되거나 평소보다 모발이 가늘어지고 원형탈모의 개수나 범위가 늘어나면 전문가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산후에 모발이 가늘어지고 탈모가 심해져 두피가 비치면 우울해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들이 많다. 스트레스는 탈모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모발을 잘 관리하고 규칙적 생활을 하며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가늘어진 모발이 굵어지고 빠진 부위에서 새로운 모발이 자라나 굵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가 없다. 산후탈모를 겪는 여성들은 어린아이가 있어 꾸준한 치료를 위해서는 가족들의 협조가 절실하다.
[탈모 동의보감] 극심한 스트레스 ‘산후탈모’
입력 2010-07-29 1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