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만으론 급성 간염으로 잘못 알기 쉬운 ‘성인형 스틸병’

입력 2010-07-29 09:11
[쿠키 건강] 55세 여성이 고열과 전신적 발진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환자는 10일전부터 목이 아프고 전신 근육통과 두통이 있어 감기몸살로 생각했다. 이후 유독 밤에 고열이 심해지고 전신에 두드러기와 같은 발진이 나타났다.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했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응급실 검사를 통해 발견한 특이점은 간기능 수치가 정상의 5배로 증가돼 있다는 점이다. 이 환자의 문제는 무엇일까? 급성 바이러스 감염일까? 아니면 급성 간염일까?

성인형 스틸병(Adult-onset Still''s disease)은 16~35세 정도의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 주로 발생하며, 동양의 경우 여성 환자가 더 많다. 원래 스틸병(Stills disease)은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의 전신성 발현형을 말하는데,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 성인 환자가 보고된 이후 명명됐으며, 나이가 16세 이상인 성인에서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최근 1년간 경희의료원 류마티스내과 이연아 교수에게 위와 유사한 증상으로 의뢰되어 성인형 스틸병으로 진단된 환자가 14명이 있었다. 처음부터 성인형 스틸병이 의심되었던 환자는 없었으며, 대부분 급성 감염 혹은 급성 간염으로 의심됐다가 나중에 진단받은 경우였다.

성인형 스틸병은 증상만으로 진단이 어려우며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병명이다. 성인형 스틸병이란 어떤 질환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징적인 몇 가지 증상이 우선적으로 설명돼야 한다.

◇증상만으로는 알쏭달쏭, 급성 간염으로 오인되기 쉽다

대부분의 성인형 스틸병 환자는 위의 여성과 같은 증상으로 병원에 방문한다. 드문 질환이라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통계도 없다. 일본의 경우 인구 백만 명 당 10명 정도가 발생한다고 하고 특히 여성 환자가 더 많다고 알려져 있다. 호발 평균연령은 38세 정도이나, 67%의 환자는 35세 이후에 발병한다고 한다.

성인형 스틸병은 세 가지 경과를 가지는데 1/3은 한 번 발생으로 끝나고, 1/3은 발열이나 발진이 재발하며, 1/3은 만성화되어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만성적인 형태로 진행된다. 하지만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면 대부분의 경우 예후가 좋다.

문제는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기 쉬워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진단된 환자 중 어깨관절이 반복적으로 붓고 아프며 고열이 동반되었던 한 여성은 세균 감염에 의한 화농성 관절염으로 오인되어 3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은 병력이 있었다. 이처럼 성인형 스틸병은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으며 감염 또는 급성 간염 등으로 오인되기 쉬워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래 설명되는 특징적인 증상이 있다면 성인형 스틸병을 의심하고 바로 류마티스 내과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 좋다.

△밤에 심해지는 고열= 대표적 증상이 39도 이상의 고열이다. 일반적으로 고열이 동반되는 질환으로 대부분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의한 감염질환(폐렴, 콩팥염, 뇌염 등)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루푸스와 같은 자가면역질환에서도 고열이 동반될 수 있다. 성인형 스틸병 또한 면역체계 이상으로 다양한 증상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대개 오후부터 밤에 고열이 심해지며, 아침에는 열이 떨어진다. 따라서, 발열그래프를 보면 그 양상이 톱니 모양을 (spike like) 나타내고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열이 떨어지지 않고 지속되는 패턴을 보이거나 미열만 있을 수도 있다.

△관절통과 근육통= 거의 모든 환자가 무릎과 손목 등의 관절통을 경험한다. 또한 붓기도 한다. 75%의 환자가 질병 초기에 전신 근육통을 경험하며 이로인해 감기몸살로 오인하기 쉽다. 일부 환자는 어깨나 고관절과 같이 몸통에 연결된 뿌리 관절에 관절염이 오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관절염이 만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발진= 환자의 90%는 몸통 혹은 사지에 발진이 나타난다. 전형적으로 작은 두드러기 모양의 연한 핑크색 또는 연어색 발진이며 가렵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발열과 함께 나타났다가 열이 떨어지면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간기능 이상= 환자의 70%는 간부종이나 간기능 수치(AST, ALT, LDH 등) 이상을 보인다. 이 때문에 급성 간염으로 오인되기 쉬우며 약에 의한 간수치 상승과 혼동될 수 있다.

△임파선 종대= 65% 환자는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의 임파선이 부어 만져질 수 있다.

이외에도 인후통이 먼저 있는 경우가 많아 감기로 오인되기 쉽다. 성인형 스틸병은 언뜻 보기에 서로 관련성이 없는 각각의 증상이 나타나 진단이 늦어지고 불명열, 급성 간염, 피부질환, 감기 등으로 오인되기 쉽다.

◇성인형 스틸병의 진단과 치료

진단은 먼저 감염이나 악성 종양과 같은 유사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질환이 배제돼야 한다. 혈액검사를 통해 백혈구 특히 다형핵구가 많이 증가돼 있는 것과 ESR, CRP와 같은 염증지표의 상승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자가면역 질환에서 양성을 보이는 항핵항체나 류마티스 인자 등의 자가항체는 보통 음성이며, 간효소 수치의 상승이 빈번하게 관찰된다.

성인형 스틸병의 혈청학적 지표로는 페리틴(Frrritin)이 심하게 상승된다는 것인데 이것은 치료 후 스틸병이 조절되면 감소돼 진단 및 질병활성도 평가에 도움을 준다.

비스테로이드 소염제가 처음에 선택되는 치료제이다. 그러나 간수치 상승이 있어 당장 비스테로이드 소염제를 쓰기 어려운 경우이거나, 비스테로이드 소염제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려울 때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할 수 있다.

고열이 있는 경우 비스테로이드 소염제만으로는 대부분 잘 조절되지 않아 환자의 90%에서 스테로이드를 필요로 하게 된다. 스테로이드 용량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항류마티스 약제를 병행할 수 있으며, 기존의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 생물학적제제 등이 사용되기도 한다. 치료 기간은 경험적으로 정하게 되는데 보통 6개월 정도 지속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도움말: 경희의료원 류마티스내과 이연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