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 칼럼] 나만의 주치의사 갖기

입력 2010-07-27 07:32

글·김형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환자가 허둥지둥 진료실로 들어왔다.

‘아, 미안합니다. 제가 심장이 안 좋아서 OO병원을 다니는데 하필 거기 진료일하고 겹쳐서요.’

그 분은 그 곳 말고도 허리를 잘 보는 A병원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이 분처럼 심장은 OO병원, 허리는 A병원, 신장병은 K병원에서 진료를 하는 분이 있다. 좋은 병원, 유명한 의사만을 골라 다니는 분들이다.

언론 탓도 있지만 인터넷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래도 이 환자는 자기가 무슨 병으로 OO병원을 다닌다고 이야기를 해주니 고맙다. 대다수의 의사들은 자기 전공과가 아닌 병에는 관심이 없어 환자의 다른 병을 놓치는 수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의 경우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병원이 다르면 의사는 환자가 어느 병원에서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잘못하면 비슷한 약을 중복해 먹게 된다.

또 약물 상호작용에 의해 같이 쓰면 안 되는 약을 같이 복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약물에 의해 증상이 일시적으로 없어질 수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방침을 세우는데 혼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그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중 어느 한 의사라도 환자의 전체 상태를 모두 파악하고 있는 의사가 필요하다. 그런 의사를 주치의사라고 부른다.

주치의는 여러 병원의 많은 의사 중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믿을 수 있는 의사를 고르면 된다.

주치의는 당신의 병을 정확히 알 뿐만 아니라 올바른 상담을 해주는 의사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추천해 줄 수 있는 의사라면 적격이다.

대신 당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에는 반드시 주치의에게 진료결과를 알려주는 일이다. 쉽지 않겠지만 이런 신뢰가 쌓이면 누구라도 나만의 주치의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의 건강을 지키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